살인마(?) '오이'에 맞서는 자세
최근 오이가 너무 싫다며 들고일어난 사람들이 있습니다. “저에게 오이는 성폭력, 학교폭력, 가정폭력, 불량식품과 더불어 5대 사회악입니다.” - 오이를 싫어하는 사람들의 모임
페이스북 페이지 ‘오이를 싫어하는 사람들의 모임’의 회원들입니다. 며칠 만에 8만 명이 ‘좋아요’를 누를 정도로 반응이 뜨겁습니다. “살면서 이렇게 소속감을 느껴본 집단은 처음입니다.” - 오이를 싫어하는 사람들의 모임
결연한 의지를 담은 ‘선언문’도 있습니다.
오이를 안 먹는 것에 대한 부정적 시선 탓에 이들이 사회에서 겪는 고초는 상상 이상입니다. “오이 안 먹고 편식하려고 이런 짓까지 하냐? 정말 별 걸 다 만든다.”
“그 나이 먹고 왜 편식하냐, 오이가 얼마나 맛난데 그러냐며 제 식습관을 뜯어고치려던 남자친구와 이별한 적도 있습니다.” - 오이를 싫어하는 사람들의 모임 사연 제보자
페북 페이지에 모인 ‘오이 혐오자’들은 경험담을 공유하며 서로 큰 위로를 받습니다. “오이를 못 먹는 사람이 나 혼자인 줄 알았는데 든든하다.” - 오이를 싫어하는 사람들의 모임 회원
그런데 이들은 단순히 오이의 맛을 싫어하는 게 아닙니다. ‘오이 혐오자’(CUCUMBER HATER) 라 불리는 이들은 신체적인 이상 증상이 나타날 만큼 오이에 강한 거부반응을 보입니다.
“여섯 살 때 유치원 급식 반찬으로 처음 오이를 접했습니다. 오이소박이를 한 입 물었는데 역한 냄새와 맛에 그대로 급식판에 토를 하고 말았습니다.” - 오이를 싫어하는 사람들의 모임 사연 제보자
오이 냄새를 '비린내(?)’같다고 느끼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런 사람들은 오이 사진만 봐도 냄새가 나는 것 같다고 합니다.
이런 ‘오이 혐오자’들의 유전자를 분석한 연구도 있습니다. “오이 맛을 싫어하는 사람들은 쓴맛을 다른 사람보다 최대 1000배나 더 느끼는 유전자 타입*일 가능성이 높다.” *TAS2R38 유전자의 PAV 타입(쓴맛에 민감함) - 미국 유타대학 연구팀
“제 애인이 오이를 되게 좋아하는데, 장난이지만 저한테 계속 먹이려고 했어요.” - 오이를 싫어하는 사람들의 모임 운영자 사실 이 페이지는 오이 때문에 스트레스받던 한 대학생이 만들었습니다.
“오이의 잘못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냥 저희 취향 탓이죠. 이 모든 게 오이의 잘못이라고 하면 오이 농가에 피해가 갈 수도 있는 거잖아요.” - 오이를 싫어하는 사람들의 모임 운영자
“다만, 먹고 싶지 않은 걸 먹도록 강요하는 것은 폭력이라고 생각해요. ‘오이 기득권자들’의 행동이 잘못된 것임을 이 페이지를 통해 알리고 싶었습니다.” - 오이를 싫어하는 사람들의 모임 운영자
별난 사람들이 재미로 만든 것으로 오해받기도 하는 ‘오이를 싫어하는 사람들의 모임’. 알고 보면 사회의 편견에 힘들어하는 소수가 서로 위로하고 대안을 찾는 공동체였습니다.
그들이 ‘오이 혐오자’ 동지들에게 꼭 전해달라고 부탁한 메시지입니다. 오이를 싫어하는 여러분, 우리는 혼자가 아닙니다. 세상이 우릴 갈라놨을 뿐입니다. 자신 있게 오이를 먹지 않겠다고 말하고, 안 먹어도 되는 세상에서 살 수 있게 되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