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늦었다... 어쩌지?” 2007년 대관령 ‘힐클라임’ 자전거 대회 당일. 김용팔 씨는 늦잠을 잤습니다.
“대회 시작 2분 남았습니다! 빨리 준비하세요.” 급한 마음에 장갑과 전용 신발은 물론 물통도 챙기지 못했습니다. 거친 숨을 고를 새도 없이 대회가 시작됐습니다.
오르막을 빨리 올라야 하는 ‘힐클라임’ 종목. 전문 장비 없이 참가한다는 건 상상하기 힘든 일이었습니다.
장갑이 없어 손이 자꾸 미끄러졌고, 일반 운동화여서 페달에 힘이 좀처럼 실리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다들 눈이 휘둥그레졌습니다. 김용팔 씨가 한두 명씩 제쳐 나가기 시작한 겁니다. 심지어, 일본에서 온 프로선수마저 그에게 따라잡혔습니다
“아니 저게 말이 돼?... 장비도 없는데…” 김팔용 씨는 그렇게 제5회 대관령 힐클라임 대회 1위를 차지했습니다. 관중들은 입이 딱 벌어졌습니다.
사실 식당 주방장이었던 김 씨는 자전거를 전문적으로 배운 적이 없습니다.
“18년 동안 주방장 일을 하면서 모은 돈을 주식으로 모두 잃어 건강도 안 좋아졌죠. 건강을 위해 동호회에 가입해 취미로 자전거를 타기 시작했습니다.”
처음부터 쉽지는 않았습니다. “동호회 사람들과 타는데 제가 너무 느려서 자주 뒤처졌어요. 처음엔 민폐를 끼치는 수준이었죠.”
부족한 실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식당 일을 마치고 밤 10시만 되면 집 근처 가파른 산을 매일 자전거로 20번 넘게 오르내렸습니다.
“처음엔 그냥 궁금해서 대회에 나갔는데 1등 할 줄은 꿈에도 몰랐어요. 절 무시하던 동호회 사람들도 깜짝 놀랐죠.” 2004년 대관령 힐클라임 대회를 시작으로 김용팔 씨의 전설이 시작됐습니다.
‘힐클라임’ 자전거에 입문한 지 3년 만에 2004부터 2016년까지 35번 출전해 단 두 번을 빼고 모두 1등을 차지했습니다. 아마추어로서는 전무후무한 기록입니다.
심지어 일본 후지산 힐클라임 대회에 초청돼 마운틴 바이크(MTB) 전체 1위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일본에까지도 그의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자전거 동호인의 살아있는 전설’이라 불립니다. 그의 이야기는 영화로도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고난 속에서 자전거를 타며 꿈을 이룬 그의 이야기가 감동적인 휴먼 드라마로 손색이 없어 영화로 만들기로 했습니다.” - 오필진 (영화 제작 프로듀서)
요즘도 전국에서 자전거를 잘 타는 비법을 알려 달라며 찾아오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때마다 그는 이렇게 말합니다.
“이 동네(삼척시)에서 저만큼 자전거 열심히 타는 사람 없을걸요. 자전거는 제 인생의 동반자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