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잠깐 지금 뭐 그리세요?
자욱한 안개 사이로 보이는 산맥, 에메랄드 빛의 강. 절경이 펼쳐진 들판에 한 남자가 캔버스를 놓습니다.
그리고 열심히 그림을 그리기 시작합니다. 멋진 풍경화가 담겨 있을 것 같은 그의 캔버스. 그런데,
뭔가 좀 이상합니다.
멋진 풍경에 가서 자신의 셔츠 무늬만 그리고 있습니다. 어떻게 된 일일까요?
초상화를 전문으로 그리던 화가 행크 슈미트(Hank Schmidt). 새롭게 풍경화에 도전해보기 위해 알프스 산맥에 올랐습니다
숨을 헐떡이며 오른 알프스 산맥 중턱. 거대한 자연과 마주한 순간, 도저히 작은 도화지 안에 담을 수 없겠다는 좌절감에 빠졌습니다.
같은 시각, 사진가 파비앙 슈베르트(Fabian Schubert)도 알프스에 오르고 있습니다. 그도 기발한 풍경 사진을 찍고 싶었지만 좀처럼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둘은 우연히 알프스에서 만나 친구가 됐습니다. 그리고 장난삼아 공동 프로젝트를 해보기로 합니다. 서로 좋아하는 걸 한 작품에 녹여보자는 겁니다.
우선 화가 행크가 꼭 가보고 싶었던 고흐, 모네 등 인상파 작품의 배경이 된 장소를 찾아갔습니다.
그런 다음 사진가 파비앙이 고른 스타일로 행크가 옷을 입었습니다. 행크는 그 옷 무늬를 그렸고, 파비앙은 그 모습을 사진에 담았습니다.
그렇게 탄생한 ‘그리고 여름, 나는 그림을 그린다’. 그저 웃자고 시작한 프로젝트였는데 뜻밖에도 큰 주목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인상주의인 듯 자화상인 듯 심오한 작품” “안과 밖을 넘나드는 새로운 예술”
이들의 공동프로젝트는 ‘새로운 형식의 예술’로 인정받아 전시회를 열었고, 사진집까지 냈습니다. SNS 상에서도 수많은 팬들이 생겼습니다.
재미로 만들어본 작품이 예술로 인정받아 아직도 얼떨떨하다는 행크와 파비앙.
“ 여러분도 가브리엘레 뮌터가 그린 나무 그늘에 앉아 간단한 안주에 맥주 한 잔을 즐겨보세요. (반드시 간단한 안주여야 해요!) 그럼 대단한 작품이 나올걸요? ㅎㅎ ”
이들에 따르면, 예술은 간단합니다. 좋아하는 곳에 가서 떠오른 대로 하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