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안 쓰는 소설가
“3. 2. 1. 땡!”
지난달 24일 새벽 0시 일본 도쿄. 서점 곳곳에 박수가 터져 나왔습니다.
일본이 사랑하는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68)의 새 책이 나오는 날. 책을 받자마자 그 자리에 앉아 홀린 듯 읽어나가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며칠 뒤. “역사를 날조하지 말라.” “이 사람 중국 아니면 한국 혼혈 아님?” “중국에 귀화해라!”
일본 우익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하루키를 향한 욕이 쏟아졌습니다. 그를 헐뜯는 댓글은 1000개를 훌쩍 넘었습니다.
그들이 분노한 건 하루키가 다룬 일본 과거사 때문이었습니다.
“일본군은 포로를 관리할 여력이 없어 항복한 군인이나 시민을 학살했습니다. … 많은 시민이 전투에 말려들어 살해된 건 부정하기 어려운 사실입니다.” - <기사단장 죽이기> 중
일본이 자랑하는 국민 소설가 하루키가 일본이 숨기고자 하는 과거사를 소설에 기록한 겁니다.
그건 ‘난징대학살’이었습니다. 1937년 일본군이 중국인을 대량학살한 사건으로 중국은 당시 30만 명이 숨졌다고 말합니다.
“왜 이런 사태에 이르렀는지 검증해야.” -아베 총리 일본 우익세력은 이 사건을 애써 외면해 왔습니다. 아베 총리는 난징대학살 자료가 유네스코 세계기록문화에 등재된 것에 강한 반감을 드러냈습니다.
“우리에게 맞게 아무리 역사를 다시 써도, 결국에는 우리 자신을 다치게 할 뿐이다.” - 2016. 10. 30. 안데르센 문학상 수상 소감 중 하루키는 그들과는 달랐습니다. 과거사에 대한 소신을 끊임없이 밝혀왔습니다.
“상대국이 ‘그 정도 사죄했으니 이제 됐다’고 할 때까지 사죄할 수밖에 없다.” - 2015. 4. 17. 교도통신 인터뷰 중 한국 침략과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도 숨김이 없었습니다.
“난징 부근에서는 너무 지독한 일을 했습니다. 우리 부대도 그런 짓을 저질렀습니다.” - <태엽 감는 새 (1995)> 중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그의 소설 속 역사관은 한결같습니다.
“만약 강한 벽이 있고, 그 벽에 맞서는 계란이 있다면 어느 누가 옳은지를 묻지 않고 난 계란 편에 서겠다.” - 2009.2.15 예루살렘 상 수상 연설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