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 10대 이상
해가 질 때까지 버스를 계속 갈아탑니다.
버스에 앉으면 그는 노트를 펼칩니다.
노선번호, 운영업체, 승하차 장소, 이용요금 등을
빠짐없이 기록합니다.
매일 이 일을 반복합니다.
“일반 시민이에요.
버스가 좋아서 하루 종일 타고 다녀요.”
- 김훈배 씨
스물네 살 김훈배 씨.
그는 12살 때부터
이렇게 종일 버스를 타고 다닙니다.
“360개의 노선을 알고 있고,
운영 회사와, 첫차 막차시간,
버스가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가는지
다 알고 있어요.”
그는 버스에 대해서 모르는 게 없습니다.
“○ ○ 자동차로 운영하는 노선 중
여기를 지나가는 버스는 260번밖에 없어요.”
안내 방송만 듣고서 어떤 버스인지
단번에 알아챕니다.
“제작사가 OO 자동차고요.
모델명은 뉴슈퍼에어로시티 천연가스 차량입니다.”
의자만 만져도 말입니다.
그는 이렇게 습득한 정보로
벌써 10년째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버스 정보를
알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하고 있어요.”
그의 바람대로
하루 1000명 이상이 블로그를 찾습니다.
“중학교 2학년 때 제가
목을 신발 끈으로 감고 있더라고요.
죽고 싶어서…”
버스를 만나기 전만 생각하면
김 씨는 눈물이 쏟아집니다.
학교 친구들에게
반복해서 괴롭힘을 당했습니다.
그 상처는 낫지 않을 것 같았습니다.
“길을 계속 멀리 내려다보면 마음이 편했어요.
온갖 잡생각이 없어지고 오직 거기에만
집중하게 되니까요.”
세상을 향한 문을 닫으려고 했을 때,
버스를 만났던 겁니다.
“네가 좋아하는 걸 하니까
엄마도 행복해.”
- 김훈배 씨 어머니
어머니는
그의 마음을 이해합니다.
버스로 살아갈 용기를 얻은 그는
이제 남을 행복하게 해 줄 생각에
마음이 들뜹니다.
“버스 타는 모든 분이
저를 보면 자연스럽게 웃음이 나올 정도로
따뜻한 버스기사가 되는 게 꿈이에요.”
오늘도 그는
서울 어딘가를 달리는 버스에 올라
아름다운 꿈을 키워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