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걸이 달인의 마이웨이 스토리
안녕하세요. 37살 염지홍입니다. 제 이야기가 여러 매체에서 기사화됐어요. 옛 친구들한테 연락도 받고 좋긴 한데, 좀 아쉬웠어요.
다들 제가 옷걸이로 영국왕립예술대학교에 입학한 것만 주목하더라고요. 사실 지금은 학교 그만뒀는데 말이죠.
지금 저는 제주도에서 너무나 보람 있고 행복하게 지내고 있어요. 어찌 된 일인지 들어보실래요?
8년 전 저는 평범한 피자 배달원이었어요. 재미 삼아 옷걸이로 독서대를 만들어 유튜브에 올렸었는데 반응이 뜨거웠어요.
그때부터 옷걸이로 뭔가를 만드는 재미에 푹 빠졌죠. 독서대, 부채, 셀카봉, 테이블, 침대 등 옷걸이로 못 만들 게 없었어요.
옷걸이 공예에 대해 밤낮으로 연구했어요. 그때 도면을 그린 노트가 위 사진 만큼이나 쌓여 있죠.
유튜브 덕분에 해외에서도 강연 요청이 들어왔어요. 영국 디자인 페스티벌에 참여한 계기로 영국왕립예술대학 석사과정에 입학할 수 있었죠.
그런데 학기를 다니던 도중 세월호 참사에 대한 소식을 들었어요. 그때, 당장에라도 현장에서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휴학하고 한국으로 돌아와 세월호 참사의 추모를 위해 옷걸이로 추모 작품을 만들었습니다.
그때 명문대 학위보다 저만의 방식으로 사회 기여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확신이 생겼어요. 그래서 학교로 돌아가지 않기로 결심했어요
다들 비웃을 수도 있지만 저는 옷걸이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어요. 100원짜리 옷걸이 한 개만 있으면, 10,000원짜리 부럽지 않은 독서대를 만들 수 있잖아요.
작은 아이디어지만 정말 쓸모 있어요. 온갖 생활용품을 아주 적은 비용에 창의적으로 해결할 수 있거든요.
그래서 저는 온 세상 사람들을 만나 옷걸이 아이디어를 전파하기로 했어요. 세상 여행의 첫 기착지는 제주도에요.
중고승합차를 구해 캠핑카로 개조했어요. 가는 곳마다 아이들을 가르치며 앞으로 쭉 이렇게 지낼 거에요.
여러분, 저는 더 이상 옷걸이로 유학 간 한국인으로만 기억되고 싶진 않아요. 소금 같은 아이디어를 세상과 공유하는 열정 디자이너가 되고 싶어요. 앞으로의 저의 행보를 기대해주세요! * 이 기사는 옷걸이 디자이너 염지홍(37)님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1인칭 뉴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