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켓몬, 71마리 안 보여도 잡았어요.

소은이는 요즘 ‘포켓몬 고’하는 낙에 삽니다. 약시가 매우 심하지만 이렇게 온 힘을 다해 화면을 보면 아주 희미하게 포켓몬이 보입니다.

희미한 불빛과 소리에 집중하다 보니 잘 안 보이는 포켓몬도 잡는 요령이 생겼습니다. 2주일 만에 71마리나 잡았습니다.

소은이 친구 원윤이도 ‘포켓몬 고’에 푹 빠졌습니다. 원윤이는 앞이 전혀 보이지 않아 소리와 진동만으로 포켓몬을 찾아야 합니다. 가끔 소은이가 옆에서 도와주기도 합니다.

서울한빛맹학교에 다니는 시각장애인 아이들. 아이들 중 상당수가 ‘포켓몬 고’ 게임을 합니다.

“포켓스탑이 근처에 없어서 내일은 건대, 주말에는 홍대로 가보려고요. 피카츄를 꼭 잡고 싶어요!!” 학교 근처엔 몇 마리 없어 버스와 지하철을 타고 포켓몬을 찾아다닙니다.

보이지도 않는 아이들이 어떻게 ‘포켓몬 고’를 접하게 됐을까요? “다른 친구(비장애인)들이 ‘포켓몬 고’ 많이 하더라고요. 당연히 우리도 한번 해보고 싶잖아요. 그래서 깔아서 해보는데 솔직히 잘 안 돼요.”

이 학교에서 수학을 가르치는 안승준 선생님. 포켓몬을 못 잡아 쩔쩔 매고 실수로 유료결제를 해 당황하는 아이들 모습이 눈에 밟혔습니다.

“안녕하십니까? 황 이사님! 저는 한국에서 시각장애 학생들에게 수학을 가르치는 특수교사입니다.” 선생님은 보다 못해 ‘포켓몬 고’ 제작사에 편지를 쓰기로 했습니다.

“조금만 더 자세한 사운드 효과만 있다면... 메뉴만 읽어줬더라면... 시각장애인들도 함께 게임을 즐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선생님은 아이들이 음성지원 기능을 꼭 필요로 하는 부분을 콕콕 집어 개선해달라고 간곡히 요청했습니다.

“ ‘포켓몬 고’가 시각장애인들에게 접근을 허락하게 될 때 , 그것이 창조해낼 아름다운 가치들은 그전의 그것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큰 것이 되리라고 확신합니다. ”

“저는 비장애인 친구도 많은데 요즘 ‘포켓몬 고’ 가 정말 인기거든요. 그 친구들과 어울리기 위해서라도 ‘포켓몬 고’ 꼭 잘 하고 싶어요.” - 박소은 서울한빛맹학교 고등부1학년

우리나라에는 약 25만명의 시각장애인들이 있습니다. 선생님의 편지에 담긴 마음이 ‘포켓몬 고’ 제작사에 전달되길 간절히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