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똑같이 공부하고 대학 졸업해서 살림해요?"
“한국 여자들은 왜 똑같이 공부하고 입시 전쟁 겪고 대학 졸업해서 살림하니?” 어렸을 때 어머니가 제게 한 말씀입니다.
커리어를 오랫동안 이어 가신 어머니를 보고 자란 저에게 ‘일하는 여성’은 자연스러웠습니다. 그래서 아내가 일을 하는 것도 당연했죠.
저는 올해 41살이 된 구글 전무 미키김입니다. 제 아내는 한국인 최초로 트위터에 입사했다가 얼마 전에 아마존으로 직장을 옮겼습니다.
저희 부부에게 출산과 육아, 살림은 ‘당연히 둘이 해야 할 일’이었습니다. 우리는 인생의 동반자이자 서로의 커리어를 돕는 ‘커리어 파트너’이니까요.
물론 자유로운 기업의 문화가 큰 이점으로 작용했죠. ‘저녁 있는 삶’은 부부의 출산·육아와 직결된 문제입니다.
단적인 예로, 저희 회사 부사장님은 매일 5시에 ‘칼퇴’를 합니다. 이유는 딸을 데리러 가야 하기 때문이죠.
“너 아기 낳았다면서 왜 사무실에 있어?” 제가 출산휴가를 쓰는 것도 회사에선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출산과 육아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건 ‘남편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여자가 100 정도 일을 해야 하고 육아로 50 정도 일을 더 한다면, 일과 육아를 포함해 150의 일을 하는 거죠.
이 초과한 ‘50’을 남편과 나누면 되는 겁니다. 여자 혼자 부담하지 말고, 남편과 아내가 분담해서 ‘125’, ‘125’씩 하면 되는 거죠.
이를 위해 첫째, 살림에서 역할과 규칙을 정해야 합니다. 설거지, 세탁, 아이 목욕시키기는 오히려 힘 좋은 남자가 더 잘 할 수 있는 역할이거든요.
둘째, 육아를 위해 일정을 공유해야 합니다. 저희는 ‘온라인 캘린더’를 사용합니다. 매일 일찍 들어갈 수는 없으니 서로의 비즈니스, 출장 등의 계획을 공유하는 거죠.
보통 아이들이 문제가 생기면 ‘엄마’를 찾곤 하죠. 제 딸은 ‘아빠’를 찾을 때도 많아요. 인생에 한 번밖에 없는 딸과의 시간을 알차게 보낼 수 있어서 저는 너무 행복합니다.
한국에 있는 똑똑한 여성들이 출산과 육아 때문에 경력이 단절된다고 들었습니다. 이분들이 커리어를 쌓아서 꿈을 이룰 수 있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제 딸도 꼭 커리어 여성으로 자랐으면 좋겠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