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울리는 사진관
“셔터를 누르는 순간 눈물이 쏟아졌어요.” 사진만 찍으러 들어가면 사람들이 눈물을 훔치며 나오는 이상한 사진관이 있습니다.
오래된 카메라와 빛바랜 흑백사진.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이곳,
“여기 서서 공을 꾹 누르시면 찍혀요.” - 사진작가 김현식 사진사는 간단한 카메라 조작법과 촬영 위치만 선정해주고 스튜디오 밖으로 나갑니다.
이곳은 손님이 홀로 거울을 보며 셀프 카메라를 찍는 종로의 한 사진관입니다.
“사람들이 사진을 찍으며 진짜 ‘나’에 대해 생각해볼 시간을 주는 겁니다. 조금 더 고개를 드시고, 발을 더 들이빼시고... 그렇게 요청해서 ‘잘’ 찍으면 무슨 의미가 있나 생각이 들었어요.”
“사람은 가장 자연스러울 때 찍어야 의미가 있는 건데… 카메라 앞에선 다들 낯선 사람으로 변신하잖아요.” - 사진작가 김현식
사진작가 김현식 씨는 3년 전, 회의감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때 마침, 사진첩을 뒤지다 대학시절 찍었던 사진들을 발견했습니다.
“대학교 때 자화상을 보니 당시 내가 했던 고뇌, 상황들이 그대로 떠오르더라고요. 그때 느꼈죠. 사진 한 장이 든든한 재산이구나.” - 사진작가 김현식
그는 사람들에게 예쁜 사진이 아닌 ‘진짜 모습’을 사진에 담아 주고 싶었습니다.
“요즘은 남에게 보여주기 위해 사진을 찍잖아요. 여기서는 정말 ‘나’를 위한 사진을 찍어요. 예뻐 보이기 위해서가 아닌 나를 기억해 놓을 사진이요.” - 사진작가 김현식 그래서 자신이 스스로를 찍는 ‘자화상 프로그램’을 시작했습니다. 정말 나의 모습을 담을 수 있을지, 직접 가봤습니다.
사진사가 카메라 촬영 준비를 마치면 적막한 스튜디오에 정말 혼자 남습니다.
스튜디오를 빙빙 돌아다녀 보기도 하고, 의자에 가만히 앉아있어 보기도 했습니다. 친구와 메신저도 주고받았습니다. 스피커로는 좋아하는 노래를 들었습니다.
“사람들이 진짜 ‘나’에 대해 생각해볼 시간을 주는 거죠.” - 김현식 사진작가 그렇게 15분 넘게 사진을 찍지 못했습니다. 내가 누구지? 내가 누구지? 어느새 머릿속에는 이 질문만 맴돌았습니다.
“그동안 남들의 시선만 신경 쓰고 살아왔구나.” - 자화상 프로그램 체험자 나애슬 / 스브스뉴스 에디터 우울해졌습니다. 그동안 남의 눈치만 보고 지내온 제 자신이 보였습니다. 슬펐습니다. 제 자신에게 미안해졌습니다.
그제야 손에 쥐고 있는 ‘공’을 꾹- 눌렀습니다.
‘찰칵’! 텅 빈 스튜디오에 울린 셔터 소리는 어느 때보다 울림이 컸습니다.
“촬영 후에도 여운이 굉장히 오래갔어요.” - 자화상 프로그램 체험자 나애슬 / 스브스뉴스 에디터 내 이름 앞을 채우고 있는 그 모든 수식어들. 그 모든 것을 걷어내고 나면 나에게는 무엇이 남아 있을까요. 여러분은 자신의 진짜 모습을 보신 적 있으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