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설, 나는 쓰레기가 되었다
218호: 차라리 따가운 시선을 피할 수 있는 이 고시원이 좋다. 귤이나 까먹어야지.ㅠㅠ
219호: 218호 씨? 이번 설... 고향 다녀오시면서 귤을 챙겨오셨군요? 근데 왜 이렇게 표정이 땅에 꺼질듯하신 거죠?
218호: 그냥 고향 가지 말 걸 그랬어요. 다른 사촌은 대기업 취직했다고 엄청 자랑하던데... 저한테는 안쓰러운 눈길만 주더라고요. 구석에 처박혀 있었어요.?
218호: 쓰레기 취급만 당한 거죠. 이 귤껍질처럼...ㅠㅠ
219호: 218호 씨, 이 귤껍질... 뭐로 보이시죠? 218호: 뭐긴 뭐예요. 그냥 저 같은 쓰레기...
219호: No No. 이 귤껍질... 그냥 버리면 곤란해요. 하나의 예술로 승화될 수 있죠. 218호: 아 또 뭔 소리예요!
219호: 이거 보세요. 인형 뽑기 할 돈이 없을 때 우울해하지 않아도 돼요. 귤껍질로 만들면 되니까! 외롭지 않을 거예요∼
219호: 힘차게 뛰고 있는 말! 이 말을 보고 이 고시원을 뛰쳐나갈 날을 상상해보자고요.
218호: 오옷... 귤껍질로... 어떻게 이렇게까지...!
219호: 귤껍질로 예술 하는 방법은 인터넷에서 쉽게 찾을 수 있어요. 일본에선 이를 전문적으로 다룬 책도 출판됐죠.
219호: 아무리 무료한 고시원 생활이라도 귤껍질만 있으면 시간은 훠이∼ 훠이∼ 흘러가요. 나쁜 생각은 잊어버리는 거예요.
219호: 전구 주변을 귤껍질로 싸면 우울한 고시원 생활에 한줄기 빛이 되는 근사한 조명등도 된다고요.
219호: 이렇게 쓰다가 바싹 마르면 ‘귤껍질차’로 활용하세요. 감기 예방에도 최고예요.
219호: 218호 씨, 기억해두세요. 귤껍질은 쓰레기가 아니에요.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원석이라고요. 당신도 귤껍질처럼 될 수 있길.. 후훗...!
218호: 그래 난 오늘부터 귤껍질이다. 할 수 있어! 할 수 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