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가 오바마케어를 싫어하는 이유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주도한 미국 건강보험 개혁 법안. 저소득층 무보험자를 건강보험에 가입시키고 중산층에 보조금을 지급해 의료비 부담을 낮추고자 하는 정책.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0일에 취임했어. 그리고 가장 먼저 ‘오바마케어’ 폐지에 관한 행정명령에 서명했어.
이 행정명령은 오바마케어에 가입하지 않아도 처벌받지 않는다는 게 핵심이야. 트럼프는 오바마케어의 폐지를 대선 공약으로 내걸었던 만큼 이번 서명은 오바마케어를 무력화시키려는 거야.
오바마케어는 우리나라 건강보험 제도와 비슷한 거잖아. 그런데 트럼프는 왜 이 제도를 폐지하려고 할까?
왜 국가가 강제로 개입하냐는 거야. 건강보험도 일종의 계약인데, 계약에서 가장 중요한 개인의 선택과 자유를 침해한다는 거지.
트럼프 말고 보수성향을 가진 시민들도 자유를 침해받고, 보험료가 비싸 실효성이 없다며 오바마케어를 반대해. 지난 4일에는 미국 상원의회에서 폐지안이 통과되기도 했어.
그런데 여기서 하나 재미있는 현상이 있어. 오바마케어의 원래 이름은 ACA (Affordable Care Act, 저렴한 건강보험법)인데, 미국 사람 중에서 오바마케어는 반대하면서 같은 제도인 ACA는 찬성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는 거지.
미국의 유명 코미디언 지미 키멜이 진행하는 길거리 인터뷰에서 많은 사람이 오바마케어는 싫지만 ACA는 좋다고 대답해.
“난 오바마케어에 대해 얘기하고 있어. ACA가 아니라. 내 건강보험도 ACA를 통한다고. 난 그런 사람들 무시하지 않아.” “멍청아… 그 두 개가 같은 거야...”
미국에서 화제가 된 이 해프닝은 ‘ACA’를 ‘오바마케어’라고 부르기 때문에 일어난 거야. 근데, 왜 같은 제도인데 이름이 달라?
공화당을 비롯한 보수세력이 ACA를 오바마케어라고 부르기 시작했어. 오바마 전 대통령의 핵심 정책이었던 오바마케어를 반대했거든.
ACA는 Affordable (가격이 알맞은) 이라는 표현처럼 가격이 적당한 건강보험법임을 내세웠는데, 이름이 바뀌면서 저렴한 보험료라는 이미지가 약해졌어.
“오바마케어는 정부의 과도한 개입, 장악(government-managed care)이다.” - 밋 롬니(공화당 전 대선후보) 또 보수세력은 오바마케어는 정부가 개인 간 거래에 개입해 강제로 보험에 가입시키고 보험료를 세금처럼 거둔다고 비판했지
정부가 건강보험 시장을 ‘장악’하고 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오바마의 이름을 딴 정책을 비판했어.
“오바마케어는 정부가 장악하자는 게 아닙니다.” 그런데 오바마가 이런 공격에 맞서기 위해 ‘정부의 장악’이 아니라고 부정할 때마다 사람들의 머릿속에 자연스럽게 오바마케어가 ‘정부의 장악’으로 각인된다는 거야.
보수세력은 이런 효과를 노리고 오바마케어라고만 부르면서 ‘정부 장악’이라는 주장을 계속한 거지.
“코끼리는 생각하지 말라고 말하면 여러분은 코끼리를 생각하게 됩니다.” - <코끼리는 생각하지마> 저자 조지 레이코프 인지언어학의 창시자인 조지 레이코프는 이런 현상을 어떤 단어를 부정할수록 그 단어를 더 생각하게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해.
이 정도면 오바마가 ‘오바마케어’라는 이름을 싫어할 만 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