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부상이 더 아픈 이유
“이승현 발목 부상으로 4주 결장” 지난 12일, 고양 오리온스의 ‘두목 호랑이’, 이승현 선수가 크게 다쳤습니다.
“이번 경기가 아버지가 보시는 마지막 경기일 수도 있으니까요.” - 이승현 선수 그는 이번 부상이 유난히 아쉽습니다. 폐암 말기 진단을 받은 아버지 때문입니다.
이승현 선수의 부모님 두 분 다 농구선수였습니다. 하지만 아들이 농구선수가 되는 건 바라지 않았습니다.
집안 사정도 넉넉하지 않은 데다 아들이 힘든 운동선수의 길을 가는 걸 원치 않았기 때문입니다.
“가능성이 충분하다. 농구하면 꼭 성공할 거야.” - 아버지 이용길 씨 친구였던 당시 계성중 농구 지도자 하지만 농구에 재능을 보이는 아들의 길을 막을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두 분은 이승현 선수의 개인 코치가 됐습니다.
“내가 너보다 잘했어, 인마.” - 아버지 이용길 씨 직장이 구미였던 아버지는 주말이면 아들을 위해 서울로 올라와 훈련을 도왔습니다.
이승현 선수는 항상 아버지와 함께 개인 훈련을 했습니다. 어깨를 토닥여주는 것도 아버지였습니다.
어머니도 매일 새벽 아들의 뭉친 몸을 풀어주고, 항상 경기장에서 가장 열정적으로 아들을 응원했습니다.
“어머니의 현역 시절 등번호가 3번이라 고교시절부터 33번을 달았어요.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제 등번호 33번이 영구 결번되는 게 꿈입니다.” - 이승현 선수 (2016. 2. 10 MK 스포츠 인터뷰 중) 이승현 선수는 부모님이 마냥 감사하기만 했습니다.
그리고 그는 지난 2014년, 드래프트 1위로 화려하게 프로 농구선수 생활을 시작해 팀을 위해 궂은 일을 마다 않는 ‘헌신 농구선수’로 활약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난 4월, 아버지가 폐암 말기 진단을 받았습니다. 앞서 어머니도 갑상선암으로 수술을 받았습니다.
아버지는 힘든 항암치료를 받으면서도 경기장을 찾았습니다. 이승현 선수는 아버지를 위해 패스 하나, 슛 하나에 최선을 다했습니다.
아버지를 생각하며 뛴 효자 농구선수는 지난 시즌 챔피언 결정전에서 MVP에 선정됐습니다.
“셋이서 마시던 술을 어머니와 둘이 마셔요. 아버지가 빨리 완치돼 술 한 잔 하는 게 꿈입니다.” - 이승현 선수
자식을 위해 헌신하는 부모님, 그 부모님의 고마움을 아는 자식. 이들이 만들어낸 드라마에는 이 시대를 사는 부모와 자식의 모습이 녹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