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살린 간판 히어로
“손을 쓸 틈도 없이 3분 만에 불이 크게 번졌어요.” “여기요, 여기요. 살려주세요. 소리가 계속 들리더라고요.” - 화재 현장 목격자
지난 11월, 부천의 한 빌라. 불길이 치솟는 4층 베란다 난간에서 갓난아이를 안은 엄마와 초등학생 딸이 위태롭게 구조를 요청하고 있었습니다.
화염과 연기로 가득 차 통로가 다 막혀버린 상황. 신속하게 소방차가 도착했지만, 낮게 설치된 전깃줄 때문에 사다리를 건물에 갖다 댈 수 없었습니다.
그때 어디선가 작은 크레인 하나가 나타났습니다.
크레인을 몰고 온 사람은 우연히 화재현장을 지나던 간판업자 원만규 씨였습니다.
“제가 간판을 만드는 일을 하는데 간판 달 때 쓰는 작은 크레인이 있거든요. 소방대원분들에게 말씀드리고 차를 가지러 갔죠.”
퇴근 길에 소방서 사다리차가 건물에 접근하지 못하는 것을 보고 자신의 작은 작업용 크레인을 떠올린 겁니다.
소방관들은 크레인에 서둘러 올라탔습니다. 원만규 씨도 아래에서 크레인을 조종하며 구조를 도왔습니다.
“‘아, 살았다.’ 라는 말이 저절로 나왔죠. 저희 아이들이 이렇게 건강하게 생활할 수 있는 건 그때 빨리 구조해주신 덕분이라고 생각해요.” - 김수정 ( 화재현장 피해 주민 )
크레인을 조종한 만규 씨와 소방관들이 힘을 합쳐 일가족 다섯 명은 무사히 구조될 수 있었습니다. 그의 빠른 대처와 용기가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습니다.
“저도 6살 난 아이가 있어, 남 일 같지 않았어요. 당연한 일을 했을 뿐이죠.” 매일 동고동락하는 크레인으로 소중한 생명을 구할 수 있어 뜻깊었다는 원만규 씨. 그의 크레인은 이제 어떤 슈퍼카보다 멋진 동네 명물이 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