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지로 즐겁게 사는 할아버지
나는 할머니 좋아서 온걸. 오라버니라고 불러 오라버니.
내가 누님 주려고 주머니에 꼭꼭 숨겨놨던 거야!
좋아하는 할머니 있어요? - 임성자 / 임장호 할아버지 딸 에이. 다들 친구야 친구. - 임장호 / 담도암 말기 환자 임장호 할아버지는 꼭두새벽부터 병실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친구들에게 애정표현을 하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쁩니다.
우리가 살날이 얼마 안 남았으니까 죽기 전에 자주 만나고 매일 만납시다. - 전금자 할머니 / 호스피스 병동 입원 환자 말기 담도암 환자 임장호 할아버지가 있는 곳은 죽음을 맞이하는 호스피스 병동입니다.
저 양반들은 어떻게 여기까지 왔을까 알고 싶어요. “병원에 온 모두가 동지 같다”는 할아버지는 입원 환자 모두와 친구가 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사실 할아버지는 죽음의 문턱까지 갔던 경험도 있습니다. “수술 중 폐렴이 와서 생사를 오가셨어요. 지금도 덤으로 인생을 산다고 말씀하시니까 항암 치료는 절대 안 하겠다고 하시더라고요.” - 임성자 / 임장호 할아버지 딸
“제일 고통스러웠을 때는 죽는 게 낫겠다 생각이 많이 들었어. 뛰어내렸으면 좋겠다 하고.” - 임장호 /담도암 말기 환자 힘든 투병 생활을 거치며 할아버지는 죽음 또한 누구나 거쳐야 할 과정임을 받아들였습니다. 그리고 그때부터 억지로라도 즐겁게 살아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천재다 천재! 네 타고났어요. 응 수재네 수재! 죽을 날을 받아놓고 그토록 하고 싶던 그림을 그리는 40대 남자와 친구가 되고
늘 창가에서 딸이 오길 기다리는 85세 할머니의 외로움을 달래주고
나 왔어. 놀러 왔어. 눈만 깜빡거리는 할머니를 찾아 눈빛으로 우정을 나누며 할아버지는 삶의 즐거움을 누리고 계십니다.
‘호스피스 병동 평균 생존기간 3∼4주’ 그렇다고 매일 즐거울 수는 없었습니다.
“자꾸 하나씩 하나씩 가니까 슬퍼요. 앞으로 다음은 내 차례 아닌가 이런 생각도 하고.” 내일 만나자는 약속을 지키지 못한 채 눈 감은 친구를 떠나보내야 하는 날도 있었습니다.
그 사람 고향은 어디냐? 나이가 나보다 많냐 적냐 그거 알아야지 분명히. 그렇지만 할아버지는 그 허한 마음을 또 한 명의 친구를 맞을 설렘으로 채웁니다.
“사람은 만나면 또 만나. 살면 만나는 거야. 사람은 헤어졌다 만났다 하는 거야.” - 임장호 할아버지 /담도암 말기 환자 우울하고 절망적일 것만 같던 호스피스 병실. 그곳에서 할아버지는 살아 있는 한 여전히 웃음이 있고 여전히 내일이 있음을 우리에게 알려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