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6일째 카메라 든 아빠
저는 세월호 참사로 딸을 잃었습니다. 저는 카메라, 방송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었습니다.
하지만 2014년 여름에 카메라를 들었습니다. 정확히 8월 8일, 국회에서 처음 단식을 시작하던 날이었습니다.
당시 유가족들은 세월호 특별법 통과를 외쳤습니다. 하지만, 일부 여당 의원들은 눈길 한번 주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카메라가 보이자 무표정하던 의원이 방긋 웃어 보였습니다. 그 장면을 두 눈으로 보니 정말 화가 났습니다.
그래서 방송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모습이 있었습니다. 제가 그 모습을 알려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페이스북이, 유튜브가 뭔지도 몰랐지만 무작정 방송을 시작했습니다. 당시 엄마, 아빠들이 느꼈던 감정과 제가 하고 싶은 말들을 카메라에 그대로 토해냈습니다.
그렇게 416TV를 처음 시작했습니다. 어느 덧 416TV에 올라온 영상만 700개가 넘습니다.
700개의 영상이 올라오는 동안 상처도 많이 받았습니다.
카메라를 들고 방송을 하다 보니 유가족처럼 보이지 않나 봅니다. 그러다 보니 세월호 관련 이슈가 있는 현장에서 세월호에 참사와 유가족들에 대해 입에 담기도 힘든 심한 이야기를 직접 듣기도 합니다.
그래도 저는 방송을 계속합니다. 유가족은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우리의 이웃이라는 것을, 세월호 참사는 그냥 이렇게 잊혀서는 안된다는 이야기를 계속해야 했습니다.
물론 따듯한 목소리와 시선도 많습니다. 제가 이 일을 계속할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급하게 방송을 진행해야 할 때면 차 위에서 라이브 방송을 하기도 합니다. 정신없이 촬영하다가 끝나고 뒤돌아보면 검은 봉지에 빵, 음료수 같은 간식을 슬쩍 놓고 가시는 분들이 정말 많아요.
이런 순간에는 너무 감사해서 눈물이 나요. 그동안의 고통도 그 순간에는 잠시 사그라지는 거 같습니다.
세월호는 아직 바닷속에 있습니다. 그 안에는 아이들의 마지막 유품도 있습니다.
저희는 항상 진실이 궁금할 뿐입니다. 제 딸이 왜 차가운 바닷속에서 잠들어야만 했는지, 그 이유가 궁금할 뿐입니다. 그때까지 저는 카메라를 놓지 않을 겁니다.
지성이 아빠 문종택 씨는 지금도 세월호 유가족의 목소리를 전하기 위해 전국 방방곡곡 다니고 있습니다. 지난 1000일 동안 스튜어디스를 꿈꾸던 딸 지성이를 가슴에 품고, 그렇게 다니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