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명대 침대 사건의 전말
지난 15일, 계명대학교 공과대학 수위실 앞에 의문의 택배가 도착했습니다.
익명의 한 공대생이 수위 아저씨들에게 보낸 ‘접이식 침대’였습니다.
사실 이 침대 사건은 계명대 대나무숲 페이지에 시작됐습니다. 밤 늦게까지 학교를 지키는 수위 아저씨가 책상을 붙여 쪽잠을 청하는 모습을 보고 침대를 놓아드리고 싶다는 이야기였습니다.
그리고 며칠 뒤 실제로 침대를 배달했다는 인증글이 올라왔습니다. 하지만 익명 제보를 받는 페이지 특성상 해당 학생을 찾기는 어려웠습니다.
그런데 그때! 모든 댓글에 ‘좋아요’를 누른 수상한 남자가 포착됐습니다.
“그렇게 칭찬받을 행동이라 생각하지 않았어요.” - 수상한 좋아요 남학생 그 ‘수상한 좋아요 남학생’은 처음엔 인터뷰를 망설였습니다.
“제 친구가 처음에 저한테 이야기하길래 좋은 생각이라고 같이 이야기하다가...” - 임한희 님 (수상한 좋아요 남학생) 그런 그에게 끈질기게 매달린 끝에 익명의 공대생과 연락이 닿아 자세한 이야기를 듣게 됐습니다.
사건의 전말은 이랬습니다. 지난 8일, 계명대 기계자동차공학과 14학번인 조형우 군은 밤늦게까지 공부한 뒤 귀가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우연히 당직실 안쪽을 보게 됐습니다.
“그 모습을 보고 마음이 좀 그랬어요. 아저씨들이 나이도 있으셔서 아프실 수도 있으니까...” - 조형우 군 창문 너머에는 수위 아저씨가 작은 책상 위에서 얇은 이불 하나를 덮고 잠을 청하고 계셨습니다. 그 모습이 너무 마음 아팠습니다.
시간이 흘러도 그 모습이 잊혀지지 않자 형우 군은 계명대 대나무숲에 글을 하나 올렸습니다. 수위 아저씨들께 두유와 간이침대를 전달하는 게 어떻겠느냐는 내용이었습니다. 반응은 뜨거웠습니다.
“그냥 이건 해야 되는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바로 간이침대를 알아보고 주문했어요. 1인용은 좁을 것 같아서 좀 더 비싸더라도 2인용으로요!” - 조형우 군 학생회에 말할까도 생각했지만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바로 침대를 주문했습니다.
"사실 이거 내가 쓴 글이거든. 만약에 침대 오면 같이 옮겨줄 수 있어?" - 조형우 군 무거운 침대를 어떻게 옮길까 고민하던 형우 군은 같은 과 친구인 임한희 군에게 자초지종을 털어놨습니다.
“형우 말을 듣고 저도 공감했어요. 평소에도 형우랑 수위 아저씨, 미화원 어머니들에 대해서 이야기를 많이 나눴거든요.” - 임한희 군 그리고 두 친구는 힘을 모아 침대 프로젝트를 실행에 옮기기 시작했습니다.
“너무 무거운데? 그래도 드리고 나면 뿌듯하겠지?” 며칠 후, 크기와 무게가 어마어마한 침대가 도착했고 둘은 침대를 들고 학교로 떠났습니다. 추운 날이었지만 땀이 뻘뻘 났습니다.
평소에는 20분이면 갈 거리를 1시간 넘게 걸려 공과대학 건물에 도착했습니다. 그리고 당직실 앞에서 ‘직접 전달할까, 아니면 놓고 올까’ 둘은 계속 망설이고 고민했습니다.
수위 아저씨가 민망해하실 것 같아 몰래 놓고 오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리고 쪽지도 붙였습니다.
“이걸 선행이라고 하는 것도 좀 부끄러운데... 이걸 보고 멋있다고들 하시더라고요. 그런데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일인데...” - 임한희 군 “그냥 하고 싶었어요. 사실 저희 아니더라도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잖아요. 그런데 진짜 착하다는 말을 들으니 당황스러워요.” - 조형우 군
“그래도 착한 일이 더 알려져야 더 많은 사람들도 착한 일을 같이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인터뷰했어요!” 모두의 마음을 따뜻하게 만든 익명의 공대생 조형우 군과 임한희 군은 이렇게 조명 받는 것이 쑥스럽다고 했습니다.
“수위 아저씨, 환경미화 어머니들께 고생하신다는 말 한 마디와 커피 한 잔 건네는 건 힘들지도 많이 돈 들지도 않는 일이잖아요. 그런 소소한 따뜻함이 더 확산됐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