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너 여자지?
‘게구리’ 김세연 양을 아시나요? 고등학생 김세연(17) 양은 온라인게임 오버워치 게이머입니다. 놀랍도록 정확한 공격 실력에 모두 혀를 내두를 정도입니다.
여자 맞아? 여자가 이렇게 잘할 리 없어 ’에임 핵(불법 프로그램)’ 쓴 거 아냐? 지금은 세계적인 여성 프로게이머로 활동 중이지만 그렇게 인정받는 과정은 험난했습니다.
여자가 그렇게 잘할 리 없다는 의혹이 자꾸 제기되자 세연 양은 결국 게임하는 영상을 직접 공개했습니다. 그제야 사람들은 세연 양을 인정했습니다.
‘여자가 게임을 잘 할 리 없다’는 식의 여성 비하는 온라인게임에서 일상적으로 일어납니다. 성희롱도 자주 벌어집니다.
“닉네임이 여자 같으면 어김없이 불편한 말들에 시달려야 해요. ‘예쁘냐’고 묻거나, ‘오빠 잘하냐’고 묻거나.. 그래서 일부러 남성적인 캐릭터를 택하죠” - 김하경(24) / 대학원생
성범죄를 연상시키는 심한 말도 걸핏하면 튀어나옵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게임을 하다 성희롱 당했다며 피해를 호소하는 여성들의 글이 넘칩니다.
“여성을 성기로 표현하고 비하하는 말 상당수가 온라인게임에서 만들어졌어요. 아주 오랫동안 여과없이 성희롱이 자행돼 온 거죠” - 서울대 여성학 협동 박사과정 윤보라·35
더 큰 문제는 온라인 게임 이용자 중 상당수가 초등학생이라는 겁니다.
혼자 끙끙 앓던 여성 게이머들은 최근 피해 경험을 공론화하기 시작했습니다. 트위터에는 #게임_내_성폭행이라는 해시태그 운동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만나자마자 그 오빠는 어깨에 손을 올린 채 자신의 자취방으로 데려가 ****를 시키며 사진을 찍었습니다” 게임으로 만난 남성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는 폭로도 나왔습니다.
게임문화를 바꿔보려는 여성들은 오버워치 캐릭터 ‘디바’ 이름을 참고해 단체도 만들었습니다. ‘디바’는 오버워치의 한국 여성 캐릭터입니다.
이들이 원하는 건 그리 거창한 게 아닙니다. “게임하면서 성희롱 안 당해본 여자는 한 명도 없을 거예요. 장담해요. 마음 편하게 게임 좀 하고 싶어요. 디바처럼 자유롭게요. 그게 그렇게 어려운 일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