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광주시 한 구둣방에
‘맨손’ 광으로 유명한 구두장인이 있습니다.
맨손으로 구두약을 뜬 뒤
온 정성을 쏟아 구두를 문지릅니다.
너무 빨라 손이 보이지 않을 정도입니다.
잠시 뒤 구두가 광채를 뿜어냅니다.
신상품과 다름없어 보입니다.
맨손광의 위력을 본 고객은
입을 다물지 못합니다.
36년간 맨손으로 구두를 닦아 온
맨손광 구두닦이의 달인 박일등 씨.
바랠대로 바랜 그의 오른손은
아무리 씻어도
구두약이 완전히 지워지지 않습니다.
구두의 주름을 펼 땐
왼손이 쓸리지 않게 촛농에 떨어뜨려 굳힌 후
구두 안에 넣고 작업합니다.
이미 굳은살이 박혀 하나도 아프지 않습니다.
사실 박일등 씨의 손은 처음부터
구두를 닦던 손은 아니었습니다.
그는 1982년에 서울로 무작정 상경했습니다.
복싱 세계 챔피언이란 꿈을
이루기 위해서였습니다.
프로 복싱 데뷔 뒤 그는 연전연승하며
기대주로 떠올랐습니다
세계 7위 선수와 랭킹전을 할 정도로
그의 성적은 뛰어났습니다.
하지만 밥 먹을 돈도 부족했습니다.
신문팔이, 국수공장 허드렛일 등
온갖 궂은 일을 하며 복싱을 해야 했습니다.
배고픔 때문에 끝내
복싱 챔피언의 꿈을 접었습니다.
복싱장갑을 벗고 구두를 잡았습니다.
그가 구두를 맨손으로 닦는 이유는
‘가족’ 때문이었습니다.
독한 구두약을 맨손에 묻혀
지문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닦고 또 닦은 달인.
가족들은 그의 손을 차마 볼 수 없습니다.
그는 장애인과 가난한 노인의 구두를
무료로 수선해줍니다.
버는 돈이 많지는 않지만
소년소녀 가장을 위해 장학금을 기부하기도 합니다.
박일등 씨 손의 가치,
과연 세상 어떤 손과 비교할 수 있을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