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 못해서 울었던 남자
지난 27일 올해 청룡영화상 심사위원 점수표가 공개되자 모두가 놀랐습니다. 만장일치로 선정된 배우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신인남우상을 수상한 박정민. 올해 청룡영화제 심사에서 몰표를 받은 건 그가 유일합니다.
박정민은 영화 <동주>에서 윤동주의 친구 송몽규 역을 맡았습니다. 항일운동을 벌이다 잡혀가 생체실험에 동원돼 숨진 유학생 송몽규를 소름 돋는 연기로 소화해냈습니다.
신인상을 받았지만 사실 그는 6년차 배우입니다. 걸출한 ‘신인’으로 인정받았지만 그는 5년이나 무명시절을 보내야했습니다. 스브스뉴스가 박정민을 만나봤습니다.
만장일치로 신인남우상을 받았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어떠셨나요? 공연 연습 중 그 얘기를 전해 들었는데 연습이 너무 바빠서 좋아할 틈도 없었어요. 그냥 계속 연습했어요.
언제부터 배우를 꿈꾸신 거예요? 중3 때부터입니다. 시골에서 학교를 다녔는데 연기를 배울 수 없어서 일단 영화부터 공부했어요. 고등학교 축제 때 선생님들 도움받아서 단편영화도 만들어봤죠.
고려대학교를 다니다 연기를 하려고 한국예술종합학교를 입학한 게 화제예요. 어떻게 그런 결정을 하게 된 건가요? 연기자를 꿈꾸며 한예종을 지원했는데 떨어졌죠.
제가 글쓰기에 관심 많아서 일단 고려대 인문학부를 지원했고요. 딱 1학기만 다니다 제 꿈을 좇아 다시 준비해서 한예종에 들어간 겁니다.
부모님께서 반대하시지 않으셨나요? 처음에 부모님은 ‘아무것도 모르면서 치기 어린 마음으로 그런 거다’ 라며 심하게 반대하셨어요. 그리고 한예종에 합격하지 못했을 때 내심 안도하셨죠...(하하)
하지만 고려대를 자퇴하고 한예종을 가겠다고 하자 ‘정 네가 원하면 그렇게 하라’면서 절 인정해 주셨어요. 절 믿어주셔서 너무 감사하죠.
데뷔하고 신인상을 받기까지 5년이 걸렸는데 힘든 시간이었겠어요. 더 오래 빛을 못 보신 분도 많은데 힘들었다고 할 수 없죠. 사실 부모님께 많이 죄송했어요.
어느 날 뜬금없는 시간에 어머니로부터 ‘힘들더라도 좋은 날이 있을거다’라는 문자를 받은 적이 있어요. 그때 펑펑 울었어요. 좋아서 하는 일이었지만 주변 사람을 힘들게 하는 것만 같았어요.
앞으로는 어떤 연기를 하고 싶으신가요? 정작 맡고 싶은 배역을 생각하면 그런 배역은 절대 안 들어오더라고요.(하하)
저 자신을 널리 알리기 위한 작품에 출연하고픈 욕심도 있어요. 하지만 <동주> 같이 세상에 꼭 필요한 작품이 있어요. 그런 작품에 진정 도움이 되는 배우가 되는 게 목표에요.
또 힘들어지면 ‘대중적인 영화에 출연해볼까’하며 갈팡질팡할 것 같긴 해요. 그래도 저를 위해 연기하는 게 아니라 작품을 위해 연기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심사위원 모두를 만족시킨 그의 연기에 혹평을 던진 사람은 딱 한명, 본인 뿐입니다. “제 연기가 부족해 송몽규 선생님께 정말 죄송했습니다. 그래서 처음 동주를 보고 많이 울었습니다.” - 2016 청룡영화상 박정민 씨 수상소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