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의 겨울, 새벽까지 불이 켜져 있는 작은집에 어머니와 아들이 말다툼을 하고 있습니다.
당시 35살의 이동형 씨. 7년째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더니 어릴 적부터 동경했던 어부가 되겠다는 겁니다.
인연을 끊겠다는 어머니의 말도 이 씨의 결심을 흔들지는 못했습니다.
3형제를 키우던 아내는 남편의 말을 믿고 기다렸습니다.
1996년의 겨울, 이 씨는 경남 남해군으로 내려가 어촌 계장님 소개로 어선에 취업했습니다. 월급이 100여만원에 불과했지만 악착 같이 모았습니다.
그렇게 모은 돈 700만원으로 1.7톤의 작은 목선을 구했습니다. 셋방도 구해 아내와 아이들을 불러 본격적인 어촌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선장은 이 씨, 선원은 이 씨의 아내. 부부는 서로를 의지한 채 바다로 나섰습니다. 작은 배에 고기를 가득 싣고 돌아올 생각에 이 씨는 한껏 설렜습니다.
하지만 그 설렘은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뱃멀미에 고통스러워하는 아내를 보자 바다에 나온 걸 후회했습니다.
아내는 힘든 남편 모습을 보며 뱃멀미를 꾹 참고 견뎠습니다. 부부는 휴일도 쉬지 않고 조업에 나섰습니다.
그렇게 버텨낸 바다 생활 20년. 이 씨는 이제 4톤급 어선을 몰며 연간 6000만원 정도 소득을 올리는 훌륭한 어부가 됐습니다. 꿈을 이룬 겁니다.
“바다는 노력한 만큼 대가를 돌려주더라고요! 그때 도시생활을 접고 바다로 오길 정말 잘한 것 같아요.”
이 씨는 자신이 느낀 희망과 노하우를 나눠주기 위해 2011년 초보 귀어인을 위한 학교를 세웠습니다. 사비를 들여 작은 컨테이너를 개조해 교실을 만들었습니다.
이동형 씨는 후배들에게 정부 귀어귀촌종합센터의 도움을 꼭 받으라고 조언합니다. 무료 상담·교육은 물론 최대 3억원까지 받을 수 있는 어업창업 자금 지원도 놓치지 말라고 당부합니다.
이제는 어머니에게도 인정받은 바다 사나이. 그는 지금 너무나도 행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