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일, 900km, 세상에서 가장 긴 결혼식
올해 3월 14일, 신랑 정현우 군과 신부 이혜민 양의 조금 특별한 결혼식이 시작됐습니다. 웨딩드레스와 턱시도 대신 등산복을 입었습니다.
결혼식장은 예식장이 아닌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세상에서 가장 긴 결혼행진을 위한 여정에 올랐습니다.
순례길에서 만난 모든 사람이 하객이었습니다. 우연히 만난 한국인 스님은 주례사 같은 덕담을 선물했습니다.
넓은 들판에서 만난 음악가는 즉석에서 기타를 연주하며 축가를 불러줬습니다.
“사실 가기 전까지는 ‘스페인 사람들처럼 낮잠을 자고 여유롭게 하루를 보내야지’ 라는 상상을 했어요.” - 아내 이혜민 씨
남들이 하는 뻔한 결혼식이 아닌 진짜 결혼의 의미를 찾기 위해 오른 산티아고 순례길. 하지만 생각보다 순탄치 않았습니다.
비를 맞으며 진흙길을 걷는 것은 기본. 끝이 안 보이는 눈 덮인 산을 10시간 넘게 헤맨 적도 있습니다.
“ ‘빚내는’ 결혼식 대신 ‘빛나는’ 결혼식을 하고 싶었거든요.” 그러나 마음은 뿌듯했습니다. 언제나 함께였기 때문입니다.
둘은 속도를 맞추고 서로 의지하고 또 배려했습니다.
“연애할 때는 몰랐는데, 현우 씨가 길을 척척 찾고 절 이끄는 거예요. 이렇게 듬직한 면이 있나 싶어 놀랐어요.” - 아내 이혜민 씨
“혜민이가 다리 통증이 심한데도 끝까지 걸어 얼마나 고마웠는지 몰라요.” - 남편 정현우 씨
“이 길고 힘든 길을 함께 걸어주는 당신이 있어 너무 감사해.” 42일간 900km를 걸어 드디어 다다른 땅끝마을 피니스테레(Finisterre). 부부는‘세상의 끝’이라고 불리는 그곳에서 결혼식을 마치고 새로운 삶을 다짐했습니다.
“미래를 위해 현재를 저당 잡히며 살지 않기로 했어요. 조금 벌더라도 재미난 일을 할 거예요.” - 아내 이혜민 씨 오랜 결혼식 뒤엔 인생관도 달라졌습니다. 이 소중한 경험을 공유하기 위해 <세상에서 가장 긴 결혼행진>이라는 책도 출간했습니다.
“조금씩 방향을 잃지않고 가다 보면, 우리가 꿈꾸던 일들을 이룰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게 됐어요.” - 아내 이혜민 씨 둘은 지금도 같은 곳을 바라보며 인생길을 천천히 걸어가고 있습니다. 결혼식처럼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