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하에 그린 1주일짜리 그림

칼바람이 몰아치는 11월의 캐나다 북극해. 서핑보드 위에서 노를 저어가며 빙하 사이를 누비는 남자가 있습니다.

한 빙하 위에 멈춰 서더니 얇은 아크릴 판과 물감을 꺼내듭니다.

그리고는 그림을 그리기 시작합니다.

빙하 위에 한 여자의 얼굴이 드러납니다.

화가 션 요로는 이렇게 외로이 2∼3일간 빙하 위에서 추위를 견디며 그림을 그립니다.

하지만 며칠을 공들여 그린 그림은 오래가지 못 합니다.

“제 그림에는 수명이 있어요. 빙하가 계속 부서지고 녹아버리기 때문에 그림을 그리고 나서 얼마 뒤면 없어져버리죠. 하지만 그런 점이 마음에 들어요.”

시린 손으로 고생 끝에 완성해도 얼마 뒤 물에 잠기거나 다른 빙하에 부딪혀 깨져버리는 그의 그림.

“사람들이 얼음이 녹고 있다는 걸 직접 눈으로 확인하게 하고 싶었어요.” 바로 지구온난화를 경고하는 강력한 메시지를 던지기 위해서입니다.

물에 잠긴 듯한 사람도 자주 그립니다. 곧 수면 아래로 잠길 것만 같은 위태로움을 의도적으로 부각하는 겁니다.

빙하처럼 곧 사라질 운명이기에 그의 그림은 늘 안타깝고 아련합니다.

보드가 언제 뒤집힐지 빙하가 언제 갈라질지 모릅니다. 하지만 메시지를 전하기에 가장 좋은 캔버스이기에 그는 또 빙하에 오릅니다.

“내 열정이 날 어디로 데려갈지 지켜보려고 해요.” 그는 앞으로도 우리가 잊고 있거나 사라져가는 것들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작품을 그려나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