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 촛불집회 성추행 당한 게 선동인가요?
“박근혜는 하야하라!” 100만 시민이 모인 광화문을 보고 가슴이 벅찼습니다.
아침 일찍부터 준비하고 나와 인파에 치여 피곤하긴 했지만 뿌듯했습니다. 한 아저씨를 만나기 전까지는요.
“지나갑시다!” 40대 남성이 자리를 비켜달라며 팔을 휘두르는 척하더니 제 허리와 엉덩이를 주물렀습니다.
매우 불쾌했지만 당시 동행인이 없어 무서웠습니다. 주변에 경찰도 보이지 않아 “뭐하시는 거냐” 항의하는 데 그쳤습니다.
저 말고도 비슷한 수법으로 당한 여성들이 많았습니다. 안 그래도 나라 꼴 때문에 우울한데 이런 일까지 당하다니 힘이 쭉 빠집니다. -정 모씨(20대 중반, 대학생)
촛불집회가 열린 지난 12일 불쾌한 신체접촉을 당했다는 여성 네티즌은 한두 명이 아닙니다.
“인파에 묻혀 광화문을 지나는데 50대 남성이 제 엉덩이에 하체를 밀착했습니다. 그런 상황이 되자 덜컥 겁이 나 한마디 못하고 자리를 피했습니다” -박모 씨(27) 대학원생 비장한 마음으로 참여한 촛불집회 이런 일을 당한 여성들은 황당하고 허탈합니다.
SNS에서 현장에서 성추행을 당했다는 여성은 확인된 것만 15건이 넘었습니다.
놀랍게도 일부 온라인 게시판에는 촛불집회에서 성추행했다고 자랑하는 이들도 있었습니다.
심지어 집회에 나온 고등학생을 겨냥하겠다는 트위터 글도 있었습니다.
피해가 잇따르자 촛불집회에서 일어난 성추행 사건을 다룬 기사도 나왔습니다. 그런데 댓글 공간에서 난데없이 논란이 빚어졌습니다.
물타기 하지 말라 중요한 시기에 선동하지 말라 이런 기사가 본질을 흐린다는 댓글이 적잖이 달렸기 때문입니다.
“성추행 피해를 얘기한 것뿐인데 이걸 왜 선동이라고 몰아가는지 모르겠습니다.” - 피해여성 박모 씨 내 얘긴 줄 알고 기사를 본 피해 여성들의 상처는 더욱 깊어졌습니다.
“다음엔 안전하게 함께 다닐 사람들을 알아보고 가려고요. 그리고 비교적 사람이 적은 곳에 서 있어야죠.” - 박모 씨 걱정은 되지만 피해를 당한 박 씨는 그래도 또 촛불집회에 나갈 계획입니다.
여성 주권자들은 언제 어디서나 신체의 안전을 보호받으며 목소리를 낼 권리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