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천 명이 받은 명세서
얼마 전, 저는 파업 집회에 참여했습니다. 그리고 귀갓길에 저의 집 앞에서 저를 기다리고 있던 그를 만났습니다. 역장이었습니다.
"갑인 내가 을인 파업하는 직원들을 늦은 밤까지 찾아다녀야겠나?" 저의 집까지 찾아온 그가 한 말입니다.
"혼자 돌아오는 게 어려우면 다른 직원 2∼3명과 잘 얘기해서 함께 복귀해라." -OO역장 처음엔 그가 부드럽게 회유하는 듯했습니다.
"회사에서 인사 변경이 있을 거다. 거기에 반영되지 않을 거로 생각하나? 빨리 돌아오는 게 좋을 거다." -OO역장 그런데 상관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불편했습니다. 그건 협박이었습니다.
상관과의 불편한 만남이 얼마 지나지 않아, 저는 더 황당한 일을 겪었습니다. 13년 넘게 역무원으로 근무하면서 단 한 번도 집으로 온 적은 없던 급여명세서가 집으로 날라왔습니다.
저의 급여명세서에 적혀 있는 10월 급여는 0원이었습니다. 급여명세서는 지난 9월에 파업한 기간을 고려해 미리 준 월급 30만 원 가까운 돈을 내놓으라는 으름장을 놓는 '독촉장'이었습니다.
가족들도 급여 명세서를 봤습니다. 그리고 힘들어했습니다. 저는 가장으로서 생계를 책임지지 못하는 현실에 괴로웠습니다. (철도노조 조합원 A씨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한 1인칭 뉴스입니다.)
"복귀하지 않으면 잘린다고 가족에게 전화했고, 심지어 시골에 계신 노모에게도 조합원 아들이 회사에서 잘리게 생겼다며 협박 전화를 했다." - 철도노조 관계자 A씨 뿐 아니라 상당수의 조합원이 사 측에게 압력을 넘어선 협박을 받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협박을 한다는 건 말도 안 된다." -코레일 관계자 회사는 협박한 적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업무 복귀를 다양한 방법으로 촉구한 것이고, 급여명세서를 가정에 보낸 것도 직원들이 회사에 나오지 않기 때문에 급여 확인을 위해서라고 해명했습니다.
"7천여 명이 파업하는데도 열차가 차질없이 운영되는 것은 철도공사 운영의 비효율성이 얼마나 큰지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 -강호인 국토교통부 장관 (11.15일) 철도노조가 성과연봉제 폐지를 외치며 파업한 지 51일이 넘었습니다. 정부도 조합원들의 복귀를 촉구하고 있습니다.
정부와 회사는 말합니다. 빨리 돌아오라고. 노동자는 말합니다. 빨리 돌아가고 싶다고. 하지만, 성과연봉제를 놓고 양측의 입장은 평행선만 달리고 있습니다. 협상은 대화에서 시작됩니다. 그런데 협박을 하고 있다면 대화는 이루어지기 어려울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