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 만난 고마운 어른들
“지방 중고생도 시국 집회에 참석하고 싶어해요.” 서울 경기 지역 중고생들로 구성된 한 청소년 단체에서 대책회의가 열렸습니다.
“지방 대도시가 아니면 참여할 집회도 없대요.” 지방 친구들 얘기가 나왔습니다. 서울 광화문에서 열리는 촛불집회에 참여하고 싶은 지방 학생들이 많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럼 우리가 전국 곳곳의 친구들을 초대하는 게 어때요?” 한 학생이 아이디어를 내놨습니다.
차비가 없어 못 오는 지방 학생들을 돕기 위한 모금운동을 하기로 한 겁니다.
집회에 나온 어른들이 마음을 알아줄 거라 믿고 지난 토요일, 손수 만든 모금함을 들고 광화문 곳곳에 섰습니다.
“내 학창시절 전두환 정권 퇴진시위에 참여했던 기억이 나네요. 학생들 참 고맙고 기특합니다.” 대한민국 어른들은 달랐습니다. 따뜻한 격려가 이어졌습니다.
“우리 반 아이들 생각도 나고. 학생들이 자꾸 눈에 밟혀서...” 한 학교 선생님은 감동했다며 지갑을 열고 거금을 내놨습니다.
“이 돈 너희 뒷주머니로 들어가는 거 아니냐!” “괜찮아, 얘들아.” 학생들을 믿지 못하는 사람도 가끔 있었습니다. 하지만 어깨를 토닥여준 어른들이 훨씬 많았습니다.
7시간 동안 모금함 20개가 꽉 찼습니다. 준비한 모금함이 지폐로 가득 차 근처 상점에서 플라스틱 상자를 더 구해야 할 정도였습니다.
그날 밤 학생들은 근처 카페에 모여 모금함을 열었습니다. 투명한 집계를 위해 페이스북으로 생방송을 했습니다. 총 48,349,540원. 믿기 힘든 액수였습니다.
이젠 마음 놓고 친구들을 초대할 수 있게 됐습니다. 이들은 오는 12일 서울 집회 날 지방 친구들에게 왕복 버스를 보내주고 도시락, 물 등 필요한 물품을 지원할 예정입니다.
페이스북으로 상경을 원하는 친구를 모집했는데 반응이 뜨거웠습니다. 현재까지 전국 16개 지역의 중고생 400여 명이 신청했습니다. 버스 18대가 전국으로 달려갈 예정입니다.
그러고도 아직 예산이 남았습니다. 학생들은 집회에 참여할 친구들을 더 찾고 있습니다. 전국 어디든 원하는 학생이 있다면 버스를 보낼 계획입니다.
“광화문 집회에 참여하면서 교과서에서만 배우던 민주주의를 직접 체험할 수 있었어요. 청소년도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목소리를 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친구들아 함께 하자∼” - 하지수 학생
신청문의: 카카오톡 vnvn10 페이스북: facebook.com/21heemang 전화번호: 02-796-22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