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서
학교 문턱을 밟아본 적이 없어요.
제가 못 배워서 그런지
다른 사람이 글씨 쓰는 게 부럽더라고요.
글씨 하나 몰라보니까 원통했어요.
25살부터는 보따리 장사를 했어요.
김밥ㆍ멸치ㆍ비단ㆍ수의까지
팔 수 있는 건 다 팔아봤어요.
그렇게 전국을 다니며 장사를 하다,
여관비가 없고 잠잘 곳도 없어서
지푸라기 위에서 잔 적도 있어요.
장사하면서 점심값이 아까워서
점심은 그냥 굶었어요.
사흘 동안 아무것도 못 먹은 적도 있어요.
그때가 가장 힘들었던 것 같아요.
그렇게 모았어요.
71살이 되어 장사를 그만둘 때까지
8천만 원을요.
그런데 이건 노후자금이 아니에요.
제가 25살 때부터
장학금으로 주려고 모은 돈이에요.
다른 학생들은 저처럼 못 배워서
속상해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서부덕 할머니와의 인터뷰를 1인칭 뉴스로 재구성했습니다.
서부덕 할머니는
2년 전에 허리를 다치고 나서 장사를 그만뒀습니다.
그리고 평생 모은 돈을
지난 10월 29일, 장학금으로 기부했습니다.
인터뷰 내내 수줍던 할머니의 목소리는
‘배움’에 대해 말할 때만큼은 거세졌습니다.
“글씨는 아직 이름밖에 못 쓰지만…공부할 겁니다.”
할머니는 요즘 공공도서관에서 한글을 배우며
꿈을 이루고 있습니다.
가난을 탓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남들과 나누는 삶을 실천했습니다.
할머니가 내민 장학금 8천만 원의
무게가 느껴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