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념만렙' 덕후들
“우리의 자부심을 돈에 팔 수 없다.”
유명하다는 구단 유니폼엔 비싼 광고가 붙어 다니기 마련인데 100년이 넘도록 유니폼 광고를 하지 않은 구단이 있습니다.
스페인 축구 명문구단 ‘FC바르셀로나’ 자부심을 고집하던 그들은 2006년의 어느 날 유니폼에 유니세프 로고를 넣었습니다. 세계 어린이들의 아픔을 알리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러나 구단의 적자는 계속됐고, 결국 지난 2011년 어쩔 수 없이… 당시 전 세계 프로 구단 중 최고금액인 400억원에 유니폼 광고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돈이 생긴 구단은 몸값 비싼 선수도 영입하고 마케팅도 더 열심히 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팬들이 쓴소리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들은 그냥 팬이 아닌 17만5천명의 FC바르셀로나 공동 소유주들입니다. FC 바르셀로나는 3대째 이어온 가족부터 전 가톨릭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까지 누구나 주인이 될 수 있는 협동조합이기 때문입니다.
FC바르셀로나 조합원들은 투표로 구단주를 뽑습니다. 조합원 경력 1년만 있으면 누구나 선거에 출마할 수도 있습니다.
협동조합은 자발적으로 매년 200억원이 넘는 돈을 투자합니다. 유소년 선수 무료 교육, 어린이 에이즈 예방 그리고 스포츠 교육을 통한 구호 활동으로도 쓰입니다.
성장호르몬 결핍증을 앓던 13살 키 작은 소년 메시를 세계적인 스타로 키운 것 역시 FC바르셀로나 조합원들의 힘입니다.
협동조합은 축구에만 있는 게 아닙니다.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는 대표적 오렌지주스, 썬키스트도 협동조합입니다.
유통상인들의 횡포로 오렌지 재배 농가들이 힘들어지자 스스로 힘을 합쳐 협동조합을 만들었고 생산과 유통, 판매까지 직접 하면서 지금의 썬키스트가 된 겁니다.
FC바르셀로나, 썬키스트와 같은 협동조합은 같은 뜻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모여 만든 사업체입니다.
대한민국에서도 협동조합이 새로운 경제모델로 주목 받으면서 다양한 분야에서 1만여개의 협동조합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동네방네 협동조합’은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해 오래된 숙박시설을 게스트하우스로 리모델링하고 옛 도심과 전통시장을 엮은 여행 코스도 만들어 냈습니다.
승차 거부 없는 착한 택시로 이름을 알리고 있는 ‘한국택시 협동조합’, 아이들이 매일 밖에서 뛰어 놀 수 있는 어린이집을 만들기 위해 부모들이 만든 ‘개똥이네 공동육아 사회적협동조합’도 생겨났습니다.
5명만 같은 뜻을 가진 사람이 모이면 즐겁게 일을 하면서도 돈도 벌 수 있는 기업, 협동조합 참신한 아이디어들이 모여 새로운 사업 모델이 만들어 지면서 협동조합이 갖고 있던 낡은 이미지까지 바꿔놓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