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순아! 잘 지내니?

안녕하세요. 저는 서울 염창동의 아파트에 사는 최창엽이에요. 아, 그냥 편히 502호 아저씨라고 불러주세요!

열흘 전쯤 우리 동 엘리베이터에 이런 종이가 붙었어요.

우리 아랫집은 큰 백구를 키웠는데 큰 소리로 자주 짖었어요. 그런데 이사를 가면서 그동안 참아줘 고마웠다고 메모를 남겼더라고요.

그랬더니 여러 주민들이 탁순이에게 작별 인사 글을 쓰면서 급 쌀쌀해진 날씨와는 반대로 주민 모두가 훈훈해졌어요.

그 메모가 너무 훈훈해서 제가 사진을 찍어 인터넷에 올렸는데 크게 화제가 됐더라고요. 어떻게 이렇게 큰 개가 아파트에 사는데 주민들끼리 이렇게 화목할 수 있냐고요?

물론 처음에 탁순이가 큰 소리로 짖을 때 깜짝 놀라긴 했죠. 다른 주민들도 모두 힘들었을 거예요.

그런데 탁순이 주인분께서 다른 주민들한테 피해 주지 않으시려고 많이 노력하시더라고요. 탁순이랑 같이 나갈 때는 늘 계단으로만 다니셨고요.

아파트 주변 산책도 사람이 적은 늦은 밤에만 하셨어요.

알고 보니 집에 주인이 없을 때 탁순이가 많이 짖더라고요. 오죽 외로웠으면 그랬겠어요.

탁순이네 사정이 이해가 되니까 짖는 소리도 예전보다 덜 거슬리더라고요. 그렇게 하루하루 지나다 탁순이 짖는 소리에 익숙해지더라고요.

다른 주민들도 저 같은 마음 아니었을까요? 요즘 주민들끼리 사이가 안 좋은 경우도 많다는데 우리 동은 서로 이해하고 배려하다 보니 얼굴 붉히지 않고 잘 살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탁순이가 이사 간지 일주일이 지난 지금, ‘컹컹’ 짖던 탁순이 목소리가 오히려 그립네요. 다른 주민들도 다들 그리워하더라고요.

마당 있는 집으로 이사 간 탁순아! 너 잘 지내고 있니? ‘컹컹’ 짖던 너의 목소리가, 늘 웃던 네가 그립다!!! 거기서도 건강하게 잘 지내야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