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바보 천치로구나”
며칠 전이었어요.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데 옆에 계시던 할아버지 한 분의 모자와 조끼에 ‘국가유공자’라고 쓰여 있더라고요.
‘국가유공자신가 보구나∼’라고 생각하고 있을 때쯤 버스가 왔어요. 저랑 같은 버스를 타시는지 할아버지도 자리에서 일어나시더라고요.
버스카드를 찍고 자리에 앉으려던 순간, 운전석 쪽에서 큰소리가 들려왔어요.
“안 돼! 안 돼! 우리는 국가유공자 그런 거 몰라요. 사장이 그런 거 받지 말라고 했어요.” - 버스 기사 할아버지께서 국가유공자 증서를 보여주면서 버스를 타려 하자 기사님께서 언성을 높이며 안 된다고 하신 거예요.
“여기 봐요. 여기 카드 뒷면에 시내버스 무료라고 쓰여 있잖아요.” 버스 기사님은 “(국가유공자) 그런 거 모른다”라며 “회사에서 요금을 받으라 했다”라고 소리치셨어요.
한순간에 버스 분위기는 험악해 졌고 할아버지는 결국 버스 요금을 지불하셨어요. 그런데 할아버지의 표정이 너무 서글퍼 보였습니다.
“내가 바보 천치로구나. 우리가 있어서 오늘 이렇게 잘 살 수 있는 건데...” 할아버지는 내리실 때까지 창 밖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셨어요. 내리쬐는 햇볕 때문인지 눈에 고인 눈물 때문인지 할아버지의 눈은 유독 반짝여 보였어요.
할아버지와 같은 한국전쟁 참전 유공자들은 공로를 인정받아 시내버스와 지하철은 무료, 여객선과 국내 항공기는 50% 할인된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국가유공자증서를 냈을 때, 주변의 싸늘한 시선은 국가유공자를 더욱 힘들게 합니다.
기초 생활 수급비 소득 기준 : 월 47만1,201원 국가유공자 급여 : 월 51만5천원 이뿐만이 아닙니다. 국가유공자 급여가 소득으로 포함되기 때문에 가정형편이 어려워도 기초 생활 수급자로 선정될 수조차 없습니다.
“국가에서 일어난 전쟁에 참전해 우리나라를 지켜준, 사회적 기여를 하신 분들께 기여에 대한 보상으로 참전수당을 주는 겁니다. 분명히 각각 다른 사유로 지급되는 급여들을 단순히 ‘중복 급여’라고 해서 삭감시키는 건 정말 타당성이 없습니다.” - 강원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강종수, 뉴스토리 中
한국전쟁의 총성이 멈춘 지 60여 년. 목숨 바쳐 싸웠던 전쟁은 끝난 지 오래지만 노병(老兵)이 되어버린 할아버지를 바라보는 시선은 여전히 차갑습니다.
“누구를 위해서 싸우다가 이렇게 됐나 싶어. 국민들도 이렇게 몰라주는데 우리가 바보다. 정말 억울하더라고요.” - 한국전쟁 참전용사·국가유공자 서정열, 뉴스토리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