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에서 규모 5.8의 강진이 발생한 지난 12일. 귀뚜라미 보일러 소비자 콜센터에 느닷없이 항의전화가 빗발쳤습니다.
‘보일러가 멈췄다’는 항의 전화였습니다. 항의 전화는 무려 3500여 건. 모두 경주, 대구 등 지진 피해지역 주민들이었습니다.
귀뚜라미 가스 보일러가 멈춘 건 지진 발생 시 가스유출을 막기 위한 자동잠금장치 때문이었습니다.
귀뚜라미 보일러는 지진에 대한 공포가 없었던 20년 전부터 가스보일러에 지진감지 장치를 부착했습니다.
지진 감지기와 가스누출 탐지기를 부착하면 보일러 제조 원가는 3∼5%나 올라가는데도 국내에선 유일하게 이 장치를 설치한 겁니다.
20년 전부터 지진을 대비해온 이 보일러 회사의 철학이 알려지자 지진 대응이 느린 국민안전처에 이 보일러를 설치해줘야 한다는 비아냥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 보일러와 함께 국민안전처 직원들 스마트폰에 꼭 설치해줘야 한다는 스마트폰 앱도 있습니다. 바로 ‘지진희알람’입니다.
이번 지진 발생 당시 평소 배우 지진희씨 관련 사진을 공유하는 ‘디시인사이드 지진희 갤러리’ 게시판엔 순식간에 수백개의 글이 올라왔습니다.
이 현상을 본 한 프로그래머가 ‘지진희’ 갤러리에 1분 안에 20개 이상 글이 오르면 지진 발생으로 보고 ‘텔레그램’ 메신저를 통해 자동으로 알리는 앱을 개발한 겁니다.
실제로 지진희 알람은 지난 21일 11시 53분 경주시에 규모 3.7의 지진이 발생했을 때 기상청, 국민안전처보다 빠르게 지진 사실을 알렸습니다.
비판이 쏟아지자 정부는 22일 지진 속보 시스템을 개선하고 매뉴얼도 확충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이런 발표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은 여전히 불안해하고 있습니다. 국민의 안전을 책임지는 정부의 안전의식이 보일러회사만도 못하다는 말을 들어서야 되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