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월 31일 은퇴식 당시 장수정
10여 년간 한국 여자테니스의 간판으로 세계 무대에 도전해 온 장수정(31·인천시청)이 25년 선수 생활에 마침표를 찍었습니다.
국제무대에서 꾸준히 성과를 낸 뒤 지난달 31일 은퇴식을 치른 장수정은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 아쉬움은 남지만 후회는 없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장수정은 여자프로테니스(WTA) 125 대회 단·복식 각 1회, 국제테니스연맹(ITF) 대회 단식 12회·복식 18회 등 성인 국제대회에서 단·복식 통산 32차례 정상에 올랐습니다.
11년간 국가대표로 활약하며 여자 국가대항전 빌리진킹컵에서 통산 19승 11패를 기록했습니다.
테니스 동호인인 부모님을 따라 코트를 드나들던 장수정은 초등학교 1학년 때 먼저 운동을 시작한 친오빠를 보고 라켓을 잡았습니다.
중학교 2학년 때부터는 성인 대회에 출전하며 국제무대 경험을 쌓았습니다.
테니스 팬들에게 이름을 알린 건 양명여고 3학년에 재학 중이던 2013년이었습니다.

당시 코리아오픈에서 이 대회 한국 선수 최초로 단식 8강에 오르며 기대주로 떠올랐습니다.
그러나 선수 생활이 순탄하지만은 않았습니다.
2014년엔 9주 연속 대회 첫판에서 탈락했고, 매주 나라와 잠자리를 바꾸며 시차에 적응하는 일도 버거웠습니다.
그를 버티게 한 것은 가족과 지도자들의 지원, 그리고 테니스에 대한 애정이었습니다.
장수정은 투어 코치로 동행한 친오빠 장광익 씨에 대해 "저에게 정말 많은 도움을 준 사람"이라며 고마움을 전했습니다.
이어 "투어를 다니는 것을 즐기는 선수는 아니었다"며 "테니스가 너무 좋았고 꿈과 목표가 있어 계속할 수 있었다"고 돌아봤습니다.
꾸준히 도전을 이어간 장수정은 2022년 호주오픈에서 마침내 메이저 대회 단식 본선 무대를 밟았습니다.
앞선 11차례 예선 도전에서 고배를 마신 뒤 12번째 도전에서 거둔 결실이었습니다.
같은 해 스웨덴 노디아오픈에서 생애 첫 WTA 125 대회 단식 우승을 차지했고, 개인 최고 단식 세계랭킹 114위까지 올랐습니다.
장수정은 "그때가 기량도 좋았고 개인 최고 랭킹도 기록했던 시기였다"고 회상했습니다.

더 높은 곳을 향하던 장수정의 발목을 잡은 건 부상이었습니다.
2024년 발을 다친 데 이어 지난해부터 약 1년 반 동안 왼쪽 무릎 통증에 시달렸습니다.
계단을 오르내릴 때도 아팠고, 코트에서 방향을 바꾸거나 서브를 넣는 데도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장수정은 "괜찮아져서 대회에 나갔다가 다시 안 좋아져 기권하고 돌아오는 일이 반복됐다"고 돌아봤습니다.
최근에는 무릎 상태가 호전됐지만 예전의 움직임과 자신감을 되찾기는 어려웠습니다.
몸과 마음이 지친 장수정은 올해 8월 은퇴를 결심했습니다.
목표로 삼았던 단식 세계랭킹 100위 진입은 못다 한 꿈으로 남았습니다.
태극마크를 달고 나선 마지막 대회는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이었습니다.
중학교 1학년 때부터 인연을 이어 온 조윤정 국가대표 감독과 함께 대표팀 생활을 마무리해 의미가 남달랐습니다.
선수 생활의 마지막 무대는 지난달 전국체전이었습니다.
아시안게임을 마친 뒤 독감에 걸려 충분히 훈련하지 못했지만, 여자 일반부 단식 8강까지 오르며 25년 여정을 마무리했습니다.
장수정은 당분간 휴식을 취하며 앞으로의 진로를 고민할 계획입니다.
스승인 조윤정 감독처럼 지도자의 길을 걸을 가능성도 열어뒀습니다.
그는 "제가 잘하는 게 테니스인 만큼 도움을 줄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선수 생활을 함께한 김일순 감독님과 조윤정 감독님, 소속팀이었던 대구시청·인천시청 테니스팀에도 감사드린다"라며 "팬분들께서 응원해 주신 것들을 마음에 잘 새기고 있다. 너무 감사드린다"고 했습니다.
(사진=장수정 본인 제공,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