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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총 1조 원도 못 피한 '꼬리표'…정부가 대놓고 망신 주는 진짜 이유 [스프]

심영구 기자

입력 : 2026.11.04 09:00


⚡ 스프 핵심요약

151개 상장사에 붙은 '저PBR' 주황색 꼬리표: 한국거래소가 11월 1일 코스피 96개사, 코스닥 55개사 등 총 151개 기업을 '저PBR 기업'으로 지정하고 공개했습니다. 롯데쇼핑, 이마트, 한화생명, 현대제철 등 시가총액 1조 원 이상의 대기업들도 대거 포함되었습니다.

'네이밍 앤 셰이밍'을 통한 밸류업 유도: 금융위원회가 자본시장 체질 개선을 위해 지목 후 망신을 주는(Naming & Shaming) 방식을 도입한 것으로, 보유 순자산 대비 시장 가치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기업들의 자발적인 가치 제고 조치를 촉진하려는 취지입니다.

실효성 논란과 장기적 과제: 일본 도쿄증권거래소의 명단 공개 후 공시율 급증 사례처럼 초기 기대감으로 일부 종목 주가가 상승했으나, 직접적인 페널티 부재와 배당·자사주 소각 중심 대응이 기업의 장기 성장 동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공존합니다.

롯데쇼핑, 이마트, 한화생명, 현대제철. 우리에게 익숙한 이름이자 코스피 시가총액 1조 원이 넘는 기업들입니다. 그런데 11월 2일부터 이 기업들을 포함해 국내 증시 151개 종목에 '저PBR'이란 다소 낯선 꼬리표가 붙었습니다. 이 꼬리표, 어떻게 읽어야 할까요?

01. 시총 1조 원도 못 피했다

한국거래소는 11월 1일 코스피 96개사, 코스닥 55개사, 총 151개 기업을 저PBR 기업으로 지정했습니다. 공개된 명단 가운데 코스피 시가총액 1조 원을 넘는 롯데케미칼, 이마트, 한화생명, 현대제철 등이 포함돼 있었습니다. 코스닥에선 시가총액 1천억 원이 넘는 한국캐피탈, 동원개발, KCC건설 등도 명단에 올랐습니다.

거래소 공시 사이트에선 11월 2일부터 주황색으로 표식이 붙었습니다. 증권사 앱에서도 호가창 등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데, 표시 시점과 방식은 증권사마다 다릅니다.

02. 낯선 이름 '저PBR'

저PBR로 공표된 기업들은 보유 순자산에 비해 주식 시장에서 상대적으로 낮은 가치로 인정받고 있다는 뜻입니다. PBR(Price Book value Ratio; 주가순자산비율)은 기업의 현재 주가를 주당 순자산가치로 나눈 값입니다. PBR이 1배라면 시가총액과 순자산이 같다는 의미입니다. 1배보다 높으면 시장이 순자산보다 높은 가치를 부여하고, 1배보다 낮으면 순자산에도 못 미치는 가격으로 평가한다는 뜻인데요.

예를 들어 순자산이 1억 원인데 PBR이 0.3배라면 시장이 평가하는 기업의 가치는 3천만 원이라는 의미입니다. 이는 시장이 해당 기업의 수익성이나 미래 성장 가능성을 상대적으로 낮게 평가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이번에 공개된 151개 기업의 평균 PBR은 0.25배로 국내 전체 상장사 평균인 약 1.8배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입니다.

03. 명단을 왜 공개했을까?

지난 3월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자본시장 체질 개선 방안의 후속 조치입니다.
이억원 | 금융위원장 (지난 3월 18일)
기업이 낮은 주가를 방치하지 않도록 저PBR 기업에 대해서는 리스트 공개 등 네이밍 앤드 셰이밍 방식을 통해 기업 가치 제고 노력을 촉진하겠습니다.

네이밍 앤드 셰이밍(naming and shaming), 이른바 이름을 공개하고 망신을 주는 방식으로 기업 가치 개선을 압박하겠다는 겁니다. 대주주 이익을 위해 낮은 주가를 방치하는 등의 문제를 개선하고 기업들이 스스로 가치를 높이는 이른바 밸류업을 유도하겠다는 취지입니다. 거래소는 저PBR 기업 명단을 내년 5월과 11월에 공개할 예정입니다.

04. '밸류업' 효과 있을까?

일본에선 실제로 변화가 나타났습니다. 도쿄 증권거래소가 2024년 1월 기업별 명단 공개를 도입한 뒤 프라임시장 상장사의 공시율은 2023년 7월 31%에서 올해 9월 말 94%까지 높아졌습니다. 또 개선 계획을 공시한 기업들의 주가가 오르기도 했습니다.

우리나라도 명단 공개 첫날인 2일 현대제철 10%, 롯데쇼핑 8%, 대한해운은 7% 넘게 오르는 등 일부 종목의 주가가 상승하며 밸류업에 대한 기대감이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나옵니다. 한 전문가는 불이익 없는 명단 공개로는 기업이 PBR 개선에 나설 요인이 약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실제로 이번 명단에서 빠진 기업 34곳은 개선 계획을 제출했지만 그 계획이 얼마나 구체적인지, 실제로 이행될지는 또 다른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또 기업들이 PBR을 높이기 위해 배당을 늘리거나 자사주를 매입해 소각하더라도 주가가 반드시 오르는 건 아닙니다. 배당으로 회사 돈이 빠져나가면 그만큼 주가가 내려갈 수 있고, 자사주 소각도 주가 상승을 보장하지 않기 때문이죠. 되레 연구 개발이나 설비 투자보다 배당과 자사주 소각에 자금을 집중할 경우 장기적인 성장 동력이 약해질 수 있다는 시각도 존재합니다.

05. "1:1로 도와드려요"

거래소는 내년부터 151개 기업을 대상으로 1대 1 맞춤형 PBR 개선 컨설팅 지원, 저PBR 원인 분석부터 목표 설정과 계획 수립 등을 도울 계획입니다. 금융위원회도 기관 투자자가 저PBR 기업에 대한 주주 관여를 촉진하도록 스튜어드십코드 가이드라인을 개정할 방침입니다.

이번 저PBR 명단 공개는 단순한 기업 망신 주기에 그칠까요? 아니면 기업의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내는 출발점이 될 수 있을까요?


Deep Dive Q&A
Q1. 금융당국이 저PBR 기업 명단을 공표하는 '네이밍 앤드 셰이밍' 정책을 도입한 핵심 목적과 기준은 무엇인가요?

A1. 저PBR 기업 명단 공표는 기업들이 상장사로서 순자산 가치보다 낮은 주가를 방치하는 관행을 개선하고 스스로 기업 가치를 높이도록(밸류업) 압박하기 위해 도입되었습니다. PBR(주가순자산비율)이 1배 미만이라는 것은 시장에서 평가하는 기업 가치가 장부상 순자산에도 미치지 못함을 의미합니다. 이번에 공표된 151개 기업은 평균 PBR이 0.25배 수준에 불과한 곳들로, 공시 시스템 및 증권사 앱을 통해 주황색 표시로 명단을 공개함으로써 시장 및 주주들의 감시와 주주 가치 제고 노력을 유도하고 있습니다.

Q2. 저PBR 명단 공개 및 밸류업 정책이 주식 시장에 가져올 긍정적 효과와 우려되는 부작용은 무엇인가요?

A2. 긍정적 효과로는 일본의 도쿄증권거래소 사례처럼 상장사들의 자발적인 배당 확대, 자사주 소각, 주주 친화 정책 공시가 늘어나며 한국 증시의 만성적인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는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반면 부작용으로는 강제적 불이익이 없어 기업의 이행 강제력이 약할 수 있다는 점과, PBR 수치만을 맞추기 위해 무리하게 배당을 늘리거나 자사주를 소각할 경우 연구 개발 및 설비 투자가 위축되어 장기적인 기업 성장 동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존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