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영상
파리입니다. 오늘(30일)은 요즘 시끄러운 프랑스 시위 얘기를 해보겠습니다. 프랑스에서 일어나는 시위가 지금 전 세계로 생중계가 되고 있습니다. 약탈 장면은 충격적이기도 했습니다. 근데 제가 보기에는 프랑스 정부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가 쉽지 않아 보입니다
1. 1년 이자만 100조, 프랑스 시위 해결될까?
프랑스 정부가 왜 이 문제를 풀기 어려운지 돈으로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다양한 지표가 있긴 한데 간단하게 프랑스 정부의 수입과 지출로 풀어보겠습니다. 내년 프랑스 정부 수입은 3,757억 유로, 우리 돈 563조 5,500억 원입니다. 거의 대부분이 세금 수입입니다. 그럼 이 나가는 돈, 정부 지출은 어떻게 되느냐. 5,489억 유로, 우리 돈 823조 3,500억 원쯤 됩니다. 내년에 이미 예상되는 적자가 1,564억 유로, 235조 원에 육박합니다. 그 모자라는 돈은 고스란히 국채를 팔든지 해서 메꿔야 하는데 모두 다 나라 빚이 됩니다. 이미 프랑스는 나라 빚이 너무 많습니다. 우리 돈 5,400조 원에 달합니다. 그게 GDP 120%에 육박합니다. 이게 하도 많아서 재정 위기설이 나돌고 있을 정도입니다. 여기에 이미 내년 200조 원이 넘는 돈이 추가로 빚으로 늘어나는 게 이미 예정이 돼 있는 겁니다. 1년 이자만 100조 원을 넘게 내야 할 상황입니다. 이대로 가다가는 국가 부도 사태가 날 수도 있어서 프랑스 정부는 어쨌건 이걸 좀 해결해 보려고 합니다. 방법은 둘 중에 하나입니다. 수입을 늘리거나 지출을 줄이거나 둘 중에 하나를 해야 됩니다. 그런데 프랑스는 기업이나 개인이나 조세 부담률이 이미 최상위권입니다. OECD 국가 중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듭니다. 우리처럼 삼성전자나 하이닉스 같이 갑자기 큰 돈을 벌어서 그 세금 곳간을 왕창 채워줄 기업도 없습니다. 그래서 지출을 줄이려고 합니다. 지금은 예산 확정 전이라 이것도 좀 무너지고 있긴 한데 내년 예상 예산에서 37조 원 정도를 줄이려고 하고 있습니다. 자 좀 길었지만 이게 지금 프랑스 정부의 주머니 사정입니다.
2. 돈 나올 데가 없다고? 부자들한테 받으면?
그런데 지금 시위를 하고 있는 학생과 노동단체들이 요구를 하고 있는 건 거의 모두 돈이 추가로 더 들어가야 하는 것들입니다. 당장 이번 시위 사태를 촉발시킨 학생들의 요구 사항을 보면 학교 시설을 개선하고 부족한 교사를 추가로 뽑고 하는데 15조 원을 투입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장학금과 생활자금 지원 등을 다 감안하면 수조 원씩 쑥쑥쑥 늘어납니다. 지난 월요일에 정부가 학교 시설 개선에 매년 1조 5천억 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혔지만 학생들이 요구하는 규모와는 차이가 많이 나고 있습니다.
[새넌 옹밀란/학생단체 대변인 : 우리의 요구에 응답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다시 거리로 나갈 것이고, 고등학교 봉쇄도 다시 시작할 것입니다.]
37조 원을 줄이겠다고 그래서 나라 빚 좀 줄이겠다고 했는데 이미 학생들의 요구 사항만 받아들여도 내년 목표는 크게 후퇴하게 되는 겁니다. 여기에 일반 노동조합이 요구하는 것도 다 인상입니다. 공무원 월급 인상, 최저시급 인상, 연금 인상, 사회 급여 인상 등등등 모두 다 인상입니다. 여기서 공무원 월급만 떼놓고 봐도 프랑스는 공무원 비중이 우리나라보다 2배 많습니다. 그만큼 공공 지출이 많다는 얘기입니다. 지금 노조가 주장하는 10% 인상을 그대로 받아들이면 35조 원이 추가로 필요합니다. 이러니 돈을 써야만 문제가 해결이 되는데 그 쓸 돈이 없는 프랑스 정부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정말 어렵다는 겁니다. 이렇게 하다간 이미 산더미 같은 이 빚더미를 갚거나 줄이기는커녕 오히려 더 불리게 생겼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이 시위를 하고 있는 학생들과 노동자들의 생각은 완전히 다릅니다. 이 지출을 줄일 게 아니라 수입을 더 늘리라고 말을 하고 있습니다. 그 수입은 대기업과 부자들에게서 충분히 더 받아낼 수 있다고 말합니다. 가브리엘 주크만 교수가 설계를 했다고 해서 '주크만세'라고 불리는 게 있는데 일종의 부유세입니다. 순자산 기준으로 1억 유로, 우리 돈 1천500억 원이 넘는 부자들에게 매년 2%의 세금을 더 걷자는 겁니다. 이렇게 하면 연간 200조 원이 더 걷힌다고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200조 원은 조금 부풀린 숫자고, 연구 결과들을 종합해 보면 40조 원 안팎이 될 거라고 얘기를 합니다. 어쨌든 정부가 줄이겠다고 하는 그 목표는 최소한 채울 수 있으니까 거기서 더 걷으라는 겁니다. 또 마크롱이 기업들을 돕겠다고 법인세를 깎아줬으니까 이번에 다시 또 받으라고 말을 하고 있습니다. 학생들과 노동자들 입장에선 얼마든지 정부 수입이 늘어날 데가 있다고 보는 겁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 부자들이 그 부유세를 그대로 받아줄 리도 없고, 기업들도 이미 조세 부담이 높은 상황인데 더 부담하는 건 정말 피하고 싶을 겁니다.
3. 애플 구글 메타 아마존, 새로운 돈줄?
프랑스 자동차 산업만 봐도 2010년 이후로 30% 넘는 일자리가 사라졌습니다. 공장을 해외로 옮긴 탓이 큽니다. 그래서 국내 기업 좀 덜 괴롭히고 세금을 새로 받을 수 있게 찾은 돈줄이 프랑스에서 일자리는 덜 만들고 돈은 뭉텅뭉텅 벌어가는 미국의 글로벌 플랫폼 기업들이었습니다. 애플, 구글, 메타, 아마존 등등등 웬만한 글로벌 기업들이 수백 수천억 원씩 과징금을 받은 상태입니다. 하지만 이것도 다 소송을 걸어놔서 최종적으로 수급이 얼마나 들어올지는 알 수 없습니다. 그리고 미국 정부도 가만히 두고만 볼 리가 없는 일입니다. 프랑스 정부 뜻대로만 되지 않는다는 얘기입니다. 자, 다시 돌아가면 프랑스는 수입보다 지출이 많습니다. 빚은 훨씬 많습니다. 지출을 줄여서 빚을 줄이려고 하는데 사람들은 지출을 늘려야 한다고 시위를 하고 있는 겁니다. 대신 부자들과 기업들한테 그 세금을 걷어서 수입을 늘리면 된다고 말을 합니다. 이렇게 팽팽히 입장이 맞서고 있는 겁니다.
4. 대선도 얼마 안 남았는데 정치로 풀 수 있을까?
바로 여기서 필요한 게 정치입니다. 정치가 이럴 때 사회적 대화와 타협을 이끌어내야 합니다. 그런데 안타깝지만 프랑스 정부는 그런 정치력이 없습니다. 마크롱은 지금 지지율이 15% 수준입니다. 30%만 돼도 정권 말을 듣네 안 듣네 하는데 15%의 지지율로는 얼마나 큰 정치력을 행사할 수 있겠습니까? 게다가 내년 4월엔 대선입니다. 지금 여론조사 1,2위 후보가 극우와 극좌 양극단입니다. 이 마크롱의 말이 먹힐 리가 없습니다. 이렇다 보니까 시위를 하는 단체들도 지금 정부가 이것저것 해주겠다고 약속을 해 봐야 믿을 수가 없는 겁니다. 몇 달이 지나고 새 대통령이 새 정부가 왔을 때 "그거 그때 한 약속은 모르겠고" 이래 버릴 수가 있다는 겁니다. 지금 이런 모든 상황들이 프랑스에서 벌어지고 있는 시위를 둘러싸고 있는 상황들입니다. 그래서 그런 것들을 쭉 종합해서 살펴보면 아무리 생각해도 저는 처음에 말씀드린 것처럼 프랑스가 지금 이 혼란을 해결할 능력이 별로 없다는 생각을 피할 수가 없습니다.
(취재 : 권영인, 구성 : 신희숙, 영상취재 : 김시내, 영상편집 : 홍진영, 디자인 : 양혜민, 제작 : 디지털뉴스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