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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못 해" 호소에도…끝내 깔려 숨진 40대 가장

이재원 에디터

입력 : 2026.10.29 15:05


▲ 쓰러진 지게차

제주 지게차 사망사고 유족과 민주노총 제주본부는 오늘 제주도의회 도민카페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철저한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책 마련을 촉구했습니다.

도내 모 물류업체 소속으로 일하던 A(44) 씨는 지난 23일 제주시 구좌읍 한 축사에서 화물차에 실린 지게차를 몰고 화물차에서 내리던 중 전도된 지게차에 깔려 숨졌습니다.

A 씨 혼자 지게차로 화물차에 적재된 사료를 옮기기 위해 준비하다가 사고가 났으며, 이후 농장주가 A 씨를 발견해 119에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A 씨는 지게차 운전기능사 국가기술자격을 취득했지만, 3t 미만의 지게차 운전을 위한 건설기계 조종사 면허는 별도로 발급받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A 씨는 3명의 어린 자녀를 둔 아버지였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29일 제주도의회 도민카페에서 제주 지게차 사망사고 유족과 민주노총 제주본부가 기자회견을 열어 진상규명과 재발방지 대책 수립 등을 촉구하고 있다. A 씨 형은 "입사 면접 때도 지게차 면허가 없다고 분명히 밝혔음에도 회사 측은 지난해 8월 입사 때부터 1년 넘게 지게차 업무를 지시했다"며 "성실하고 착실하던 동생은 부당하고 위험한 지시에도 가족을 위해 일했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사고 당일 태풍 영향으로 제주에 많은 비가 내렸는데 안전 매뉴얼도 지켜지지 않은 상태에서 홀로 지게차 업무를 했고, 결국 외진 곳에서 소리 한번 질러보지 못하고 목숨을 잃었다"고 울분을 토했습니다.

또 "이전에 해당 지역을 담당하던 분이 '이거 혼자서 할 일이 아니다'라며 충원을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그분의 계약이 해지된 뒤 동생이 투입됐다고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A 씨 형은 "지난 6월 하나로마트 지게차 사고 유족이 지인이어서 슬픔을 위로했는데, 몇달 뒤 똑같은 사고 유족이 돼 그 지인에게 위로를 받았다"며 "다시는 동생같은 사례가 있어선 안된다. 진상을 규명하고, 행위에 응당한 책임이 따르도록 해달라"고 촉구했습니다.

A 씨 아내도 "남편이 업무 지시를 받으면 '이걸 어떻게 하지', '이렇게 하면 안 되는데' 이런 말을 항상 했다"고 전했습니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6월 도내 하나로마트에서 지게차 사망사고가 벌어진 지 4개월 만에 유사한 사고가 반복됐다"며 "그러나 사건 경위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수사당국은 무면허 사실을 알고도 지게차 작업을 지시한 주체는 누구인지, 작업계획서는 제대로 작성했는지, 현장 위험 요인이 충분히 파악됐는지 등 사건 진상을 철저히 조사해 유족과 지역사회에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들은 "A 씨 죽음은 제주에 만연한 산업재해 실태를 보여준다. 하나로마트 지게차 사고 이후 관리·감독을 강화할 것처럼 나섰던 제주도와 노동부는 유사한 사고의 재발을 막지 못했다"며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을 촉구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