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 오브 듀티' 시리즈, 전 세계에서 5억 장 넘게 팔린 인기 1인칭 슈팅 게임입니다. 이 시리즈의 신작 '모던 워페어 4'가 지난주 금요일 23일 우리나라에서도 출시됐습니다. 주로 젊은이들이 즐기는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어마어마한 화제를 몰고 왔습니다. 게임의 배경이 한반도이고 남북간의 무력 충돌을 소재로 삼았기 때문입니다. 단순히 미션 중 하나가 북한에 침투해 소규모 특수 작전을 벌이는 것이 아닙니다. 스토리 라인 자체가 제2차 한국전쟁을 배경으로 합니다. 북한의 주석궁을 폭격하고 김일성·김정일 동상을 파괴합니다. 게임 도입부에는 서울이 북한의 군사 공격으로 큰 피해를 입기도 합니다. 그래서 논란이 뜨겁습니다. 게임으로 제2의 한국전쟁을 즐기는 게 괜찮을까?
신작 시리즈 출시 때마다 논란을 야기한 게임
워낙 '콜 오브 듀티' 시리즈는 신작을 낼 때마다 큰 인기와 함께 논쟁을 불렀습니다. 2009년 발매된 '콜 오브 듀티: 모던워페어2'가 대표적입니다. 해당 작품의 미션은 극단주의 테러리스트 무리와 어울려 러시아 국제공항에서 민간인 테러를 저지르는 내용입니다. 비록 테러를 막기 위해 잠입한 요원 신분이지만 실제 테러를 옆에서 지켜보거나 심지어 같이 민간인을 공격하는 것도 가능했기 때문에 테러를 상품화했다는 비난을 샀습니다.
2019년 기존 모던워페어 시리즈의 리부트 1편에서는 '악역' 국가였던 러시아의 반발이 매우 컸습니다. 러시아군 장성이 민간인을 학살하는 악역으로 등장한 것이 문제가 됐습니다. 러시아 내에서 해당 게임은 판매 중단과 출시 거부 조치가 이뤄졌습니다.
2023년작 '식스 데이즈 인 팔루자' 사례도 있습니다. 2004년 이라크 팔루자 전투를 재현했는데 개발 당시 이라크전 참전용사와 전사자 유가족의 거센 반발을 받았습니다.
한반도 전쟁 소재 게임화에 대한 찬반론
6.25라는 동족상잔의 비극을 겪은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 남북 전쟁을 게임의 소재로 삼는 것은 다층적인 쟁점을 야기할 수밖에 없습니다.
① 창작과 표현의 자유
찬성론자들은 게임 역시 영화, 문학, 드라마와 동일한 서사 예술 매체로 창작의 자율성이 보장돼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현실적 제약이나 정치적 이유로 특정 소재를 금기시하면 문화적 성역화와 절대적 검열로 귀결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합니다. 반면 반대론자들은 휴전 상태인 한반도의 분단 현실에서 민족의 생존과 직결된 문제를 단순 흥미 위주의 상업적 오락물로 소비하기에는 윤리적 부담이 너무 크다고 반박합니다.
② 안보관과 현실 인식
찬성하는 측은 실제 존재하는 북한의 군사적 위협과 비대칭 도발 가능성에 대한 대중적 경각심을 환기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평화 담론에 가려질 수 있는 실질적 방위 태세와 안보의 중요성을 재인식시키는 계기가 된다는 것입니다. 반대하는 측은 전쟁의 참상, 민간인 피해, 사회적 기반 붕괴는 축소되고 군사 작전의 쾌감과 승패 중심의 논리만 부각돼 현실의 무게를 왜곡한다고 꼬집습니다.
③ 수용자 인식과 매체 특성
게이머를 비롯한 수용자들은 가상 서사와 현실 정치를 명확히 구분할 수 있는 미디어 리터러시를 갖추고 있다고 말합니다. 게임 내용이 현실 인식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생각은 기우라는 것입니다.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이 더 폭력적 성향을 지녔다는 증거가 있냐며 목소리를 높입니다. 반면 해당 게임이 1인칭 슈팅과 같은 체감형 장르인 만큼 더 민감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이용자가 직접 사격과 작전을 수행하므로 다른 미디어에 비해 폭력과 전쟁에 무디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입니다. 슈팅게임 애호가들이 실제 길거리에서 총질을 하지는 않더라도 총기 사용의 위험성이나 규제 필요성에 대해 둔감해질 가능성은 높다고 공박합니다.
고조된 군사적 긴장 상황에 미칠 효과
최근 북한의 휴전선 요새화, 비무장지대 내 지뢰 매설과 폭발 등으로 실제 접경 지역의 우발적 충돌 위험이 점증하고 있습니다. 이런 국면에서 제 2 남북전쟁을 상정한 게임은 더욱 심대한 사회·심리적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①사회적 불안감 또는 안보 피로감의 증폭
현실의 군사적 도발 뉴스와 가상 전쟁 시나리오의 시각 자극이 중첩될 때, 일반 대중에게 심리적 스트레스와 '실제 충돌'에 대한 위기감을 과도하게 자극할 수 있습니다. 거꾸로 긴장이 일상화된 사회에서 현실 위기마저 '게임 속 사건'처럼 비현실적으로 받아들이는 역설적 둔감화가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어느 쪽이든 적절한 심리 상태는 아닙니다.
②여론의 양극화 및 이념적 대립 격화
게임의 수용과 규제 여부를 둘러싸고 '표현의 자유 권리'와 맞물린 대북 강경론, '평화주의적 긴장 완화론'에 기반한 규제론이 첨예하게 맞부딪히는 분위기입니다. 문화 소비 영역이 정치적 진영 갈등의 장으로 비화하는 양상입니다. 실제 해당 게임의 출시나 유포를 규제해야 한다는 주장은 '북한 눈치보기'로 공격받습니다. 일부 야당 의원들은 이 게임을 안보 교재처럼 언급하며 대통령에게 플레이할 것을 권하기도 했습니다. 게임 내용의 적절성에 대한 논의가 대북 대응 전략이라는 거대 담론의 소모적 논쟁을 부른 꼴입니다.
③대북 억제력 지지와 강경 대응 여론 형성
정밀 타격이나 참수 작전과 같은 군사적 대응 묘사는 실제 위기 국면에서 대화나 협상보다는 군사적 압박과 원점 타격을 지지하는 강경 여론에 힘을 실어줄 수 있습니다. 이는 군의 사기나 억제력 강화에는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위기 관리나 외교적 출구를 모색하는 데 있어서는 정책적 유연성을 제약하는 요인이 될 수도 있습니다.

세상만사 그러하듯 문제의 게임도 긍정과 부정적 효과가 공존합니다. 다만 6.25를 직접적, 간접적으로 경험한 일부 국민에게 게임 내용이 불편한 것은 분명합니다. 또 게임 속 시나리오가 현실화되면 '강 건너 불구경'인 해외 유저들과 달리 우리는 나라와 민족의 앞날을 걱정해야 한다는 점도 확실합니다. 아무 생각 없이 쏘고, 부수며 즐길 수 있는 게임은 절대 아닙니다. 설사 게임을 하더라도 그런 현실에 대한 각성을 해야 하고, 하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부연하자면 이 게임의 출시 직후 약 15분 동안 온라인 구매 절차에 접근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그래서 우리 정부가 인위적으로 게임 사용을 막았다는 말이 돌았습니다. 하지만 그런 상황은 곧 해소됐고 지금은 자유롭게 구매가 가능합니다. 정부의 조치가 아니라 게임사 측의 내부 문제였던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