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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3위 박물관 관장이 이런 짓을?"…5만 원 친일파 글씨 '셀프 전시' 민낯 [스프]

심영구 기자

입력 : 2026.10.27 09:00


⚡ 스프 핵심요약

친일파 유묵 오인 전시 및 셀프 추천 논란: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이 온라인 경매로 구매한 출처 불분명 유묵을 애국지사 박원근의 글씨로 셀프 판단하여 특별전에 직접 추천했으나, 검증 결과 친일반민족행위자 박중양의 글씨로 확인되는 파문이 일어났습니다.

검증 절차의 부실함과 소유주 은폐: 정식 검증 절차가 2주 만에 부실하게 처리되고 서예 전문 평가 과정도 생략되었으며, 유 관장은 사과 과정에서도 해당 작품의 소장자가 자신임을 숨겨 공정성과 신뢰성에 큰 충격을 주었습니다.

관장 사퇴 및 기관 신뢰도 타격: 과거 여러 구설에 이어 이번 일로 유 관장은 박물관장직에서 사퇴하였으며, 세계적 관람객 수를 기록하며 명성을 쌓아가던 국립중앙박물관의 대외적 신뢰에 심각한 오점을 남기게 되었습니다.

작년 한 해 관람객 650만 명, 연간 관람객 수 세계 3위. 유럽 어느 도시냐고요? 동남아 어느 휴양지냐고요? 국립중앙박물관입니다. 내국인뿐만 아니라 외국인 관광객들에게도 핫플이 된 국중박인데, 최근 이상한 걸로 핫플이 돼 버렸습니다.

01. 알고 보니 친일파의 글씨였다

지난 7월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에 한 점의 글씨가 올라왔습니다. '일반시국은'. '한 그릇의 밥도 다 나라의 은혜'라는 뜻입니다.

전시 당시에 이 글씨는 독립운동가 박원근 지사의 유묵으로 소개됐습니다. 평생 아버지의 유품 한 점 갖지 못했던 박원근 지사의 아들 박용현 씨는 전시장에서 작품을 보고 감격의 눈물까지 흘릴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며칠 뒤 작품에 적힌 이름 '박원근'이 독립지사 '박원근'이 아니라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그 이름은 친일반민족행위자 '박중양'이 사용했던 가명이라는 제보였습니다.

02. 작품의 주인은 누구?

논란이 일자 국중박은 8월 10일 작품을 철수했고, 유홍준 관장은 철수 이틀 뒤 국중박의 전시품 검증 절차가 미흡한 점을 반성한다며 사과문을 발표하는 등 여러 차례 고개를 숙였습니다. 그 뒤로 약 한 달 동안 전문가들이 교차 검증한 끝에 해당 작품은 정말 친일반민족행위자 박중양의 글씨로 확인됐습니다.

그렇게 사건은 마무리되는 듯했습니다. 하지만 다시 한 달쯤 지나 새로운 사실이 드러납니다. 해당 작품의 소장자가 유 관장 본인이었다는 게 밝혀진 겁니다. 유 관장은 지금까지 네 차례나 사과를 하면서도 '이게 원래 내 소장품이었다' 이렇게 말한 적이 한 번도 없었거든요.
최민희 |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
왜 소장자가 본인임을 밝히지 않으셨나요?

유홍준 | 국립중앙박물관장
(제가) 미술사가로서 큰 실수를 했다는 것을 공개적으로 하는 것을 주저했습니다.

해당 작품을 소장하고 전시에 내놓는 과정까지도 이상한 점이 많았습니다. 유 관장은 2019년 온라인 경매에서 5만 원에 해당 작품을 구매했는데, 당시 출품된 작품의 작가명이 애국지사 박원근도, 친일파 박중양도 아닌 박덕원으로 소개됐다는 겁니다.

작품에 적힌 서명이 워낙 흘림체라 경매업체가 '박원근'이 아닌 '박덕원'으로 오인해 출품했는데, 이걸 유 관장이 자체 판단해 애국지사 박원근의 글씨로 보고 국중박 전시에 추천한 걸로 나타났습니다. 그러니까 애초에 박원근의 이름으로 나오지도 않은 작품을 유 관장이 셀프 검증하고 전시에 추천까지 한 겁니다.

일각에서는 5만 원에 구매한 개인 소장품을 국중박에 전시해 작품의 가치를 높이려 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있었지만, 유 관장은 해당 작품을 부여문화원에 기증할 예정이었으며 개인적인 이득을 얻을 의도는 없었다고 해명했습니다.

03. 검증은 없었나?

국중박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월 확정된 특별전의 최초 출품작 목록에는 문제의 작품이 포함돼 있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5월 8일 유 관장이 직접 작품을 추천하면서 해당 작품의 전시 논의가 시작됐습니다.

박물관은 추천 11일 만에 출품 동의서와 인수증을 작성했고, 사흘 뒤에는 유 관장에게 보고한 뒤 전시 위치까지 확정했습니다. 관장이 추천한 지 불과 2주 만에 전시가 결정된 겁니다.

국중박은 대형 특별전을 준비하는데 보통 2~3년, 그리고 그 사이 수차례 검증 절차가 진행됩니다. 개별 작품당 검증에 소요되는 기간은 알 수 없지만 이번엔 그 기간이 2주. 짧아도 너무 짧았습니다.
김승수 |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
박원근 지사의 글자라고 감정을 받으신 적이 있으시냐고요.

유홍준 | 국립중앙박물관장
저 자신이 서예사의 전공자이기 때문에 제가 그렇게 확신했던 겁니다.

심지어 검증 과정에 작품을 검토할 서예 전문가는 참여하지 않았고 다른 필적과의 비교 검증도 이루어지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04. 문화재 전도사였지만..

유 관장은 전국 곳곳을 직접 답사하며 우리 문화유산의 가치를 알린 베스트셀러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의 저자입니다. 해당 저서는 1993년 첫 출간 이후 시리즈 누적 판매량이 500만 권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됩니다. 노무현 정부 시절 문화재청장을 역임했고, 이재명 정부에선 76살의 나이로 역대 최고령 국립중앙박물관장에 임명됐습니다.

눈부신 이력만큼 논란도 많았습니다. 문화재청장 재직 시절, 취사가 금지된 효종대왕릉에서 LP가스와 숯불까지 동원해 내빈들과 오찬을 가져 비판이 일었고, 산불로 소실된 낙산사의 동종을 복원하는 과정에서 종 내부에 유 관장 자신의 이름이 새겨진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되기도 했습니다. 이와 함께 문화재청 예산으로 자신의 저서를 구입해 배포하기도 하는 등 부적절한 처신으로 구설에 오른 때가 많았습니다. 그리고 십수년이 지난 지금 또다시 문화유산과 관련된 논란으로 자신의 꿈이라고 했던 국중박의 관장직에서 물러나게 됐습니다.

지난해 국립박물관의 굿즈 매출은 413억, 참가자가 우리 유물로 직접 변신하는 '국중박 분장 놀이'는 SNS 대세가 되기도 했습니다. 이게 다 우리 역사의 가치를 알리기 위해 힘써 온 수많은 박물관 관계자들의 노력 덕분이었습니다. 하지만 리더 한 명의 리스크에 그동안 국중박이 쌓아 올린 신뢰가 큰 타격을 입게 됐습니다.
유홍준 | 국립중앙박물관장
그동안 국민 여러분께서 국립중앙박물관에 보내주신 깊은 신뢰와 박물관 직원들의 노력이 쌓아 올린 가치가 저의 중대한 불찰로 한순간에 무너졌습니다. 이에 저는 개인의 중대한 잘못에 대해서 머리 숙여 사죄드립니다.


Deep Dive Q&A
Q1.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에 독립운동가 박원근 지사의 유묵으로 전시되었던 작품이 친일파 박중양의 글씨로 밝혀지게 된 경위와 유홍준 관장의 '셀프 검증' 과정은 어떠했나요?

A1. 전시 개막 직후 작품의 서명이 친일반민족행위자 박중양이 쓰던 가명이라는 제보가 들어왔고, 전문가들의 교차 검증을 통해 박중양의 필적으로 최종 확인되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유홍준 관장이 2019년 경매에서 5만 원에 사들인 개인 소장품을 '독립지사의 유묵'이라 자체 판단한 뒤 관장 직권으로 추천해, 통상 2~3년이 걸리는 검증 절차를 단 2주 만에 패스시켜 전시장에 올렸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Q2. 전시 오인 파문 이후 진행된 문체위 국정감사에서 유홍준 관장이 소장자 신분을 숨겼던 사실과 관련해 어떠한 해명을 내놓았으며, 그 여파는 어떠했나요?

A2. 유 관장은 네 차례의 사과문 발표 과정에서 소장자가 자신임을 밝히지 않았습니다. 그는 "미술사가로서 큰 실수를 했다는 사실을 공개적으로 밝히기를 주저했다"고 해명했으며, 경매 구매품으로 사익을 얻으려 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기증 목적이었다고 해명했습니다. 그러나 국중박의 대외 신뢰도 훼손에 대한 책임을 지고 결국 국립중앙박물관장직에서 사퇴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