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중순부터 코스피의 변동성은 매우 크다. 오늘(22일)은 다시 하락했지만, 스페이스X의 20일(현지시간) 실적 발표는 다음날 코스피 반등을 자극했다. 한국 주식시장에선 급등세 속에 두 달 만에 '매수 사이드카'가 발동되기도 했다. 시장의 관심은 스페이스X의 '본업'격인 우주 개발보다 AI부문 실적에 쏠렸는데, SI(슈퍼지능)로 용어를 바꾼 AI부분 매출이 전년 대비 830% 폭증한 75억6천만 달러(약 10조원)를 기록한 것이다. 자체 AI 모델 '그록'의 성장세, 클라우드 서비스 계약 체결 등이 실적을 견인했다. 일론 머스크는 컨퍼런스콜에서 "AI 컴퓨팅 수요가 공급을 크게 초과하고 있다"고 밝혔고, 실제 스페이스X 실적에서도 관련 매출이 급증한 모습이 확인된 것이다. 데이터센터 설비의 투자금 회수 기간이 1년 미만이며, 내년에는 회수 기간이 6개월까지 단축되는 것도 불가능하지 않다는 설명은 최근 시장을 옥죄는 AI 신용 불안을 완화시켰다. 괴짜 기업가가 시장에 던진 진통제였다.
지난해 말에 이어 크게는 이미 3번째로 주식시장이 심한 'AI성장통'을 겪고 있는 배경에는 금리가 있다. AI산업의 계속된 발전과 확장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지만, 전쟁->고유가->고금리->투자금 조달비용 압박->대량투자에 대한 불안감 고조라는 악재의 고리는 결국 AI모델과 데이터센터를 모두 운용하는 하이퍼스케일러들의 실제 실적만이 진정시킬 수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이달 말에 집중되는 알파벳(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의 실적이 현 시장 흐름의 큰 고비가 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우주 말고 AI?..스페이스X의 벨류체인 기대감
우주선 '스타십'발사 생중계를 이어가던 스페이스X의 실적 호전은 의외로 AI에서 나왔다. 트럼프의 선언에 호응해 SI(슈퍼지능)라는 용어를 썼지만, 외부고객에게 AI연산 설비를 대여하는 클라우드 사업 계약이 약진했고, AI코딩 전문기업인 '커서(Cursor)'를 합병한 것은 묘수였다. '커서'는 머스크가 가진 슈퍼컴퓨터 인프라를 이용할 수 있게 됐고, 이는 다시 머스크의 자체AI 모델인 '그록'의 성능이 진화하는 효과로 이어졌다. 수치상으론 AI부문의 영업이익이 4억3천만 달러로 첫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어느새 스페이스X는 AI연산인프라(데이터센터), AI언어모델, AI소프트웨어 플랫폼까지 이어지는 완성된 형태의 AI벨류체인을 구축해서 실적을 올리기 시작했다는 긍정적 평가가 나온다. 아직 더 지켜봐야하지만 이른바 하이퍼스케일러들의 향후 수익 모델이 가시화된 셈이다.
하지만 막대한 설비투자(CAPEX) 규모는 스페이스X도 예외가 아니다. 3분기에 196억 달러(약 27조 원), 4분기에는 최대 400억 달러(약 55조 원)를 투입할 예정인데, 시장은 "AI 연산 설비의 투자금 회수 기간이 1년 미만일 정도로 수요가 폭발적"이라는 머스크의 공언이 사실이 될지 지켜봐야한다.
투자가 본업 상승효과로?..메타를 보는 엇갈린 시선
오늘(22일) 새벽, 하이퍼스케일러인 메타의 실적발표에도 막대한 설비투자 규모와 앞으로 투자계획에 관심이 쏠렸다. 메타는 올해 3분기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6% 증가한 646억 달러(약 85조7천억 원)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시장 전망치(633억7천만 달러)를 웃돈 것이다. 하지만 3분기 잉여현금흐름(FCF)은 마이너스 21억2천만 달러로 적자 전환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장 이후 잉여현금흐름이 적자로 바뀐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메타의 올 3분기 데이터센터 구축과 AI반도체 확보를 위한 시설투자는 349억 달러(약 46조 원)에 달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0%나 늘었다. 그럼에도 올해 투자 범위를 1,350억~1,450억 달러로 더 높게 제시해 시장 예상인 1,382억 달러를 상회하는 목표를 내놨다. 수전 리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신규 AI 투자가 실제 최종 수익(Bottom-line)으로 가시화되기까지는 기존의 전통 사업보다 더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말하며 투자와 수익의 시점 차이가 여전한 장기전이 될 것임을 인정했다. 시장은 역대 최대 규모의 시설투자가 지속될 것이란 메시지로 인식하면서 시간 외 주가는 급등하기도 했다.
이번 발표에서 새 AI모델인 '뮤즈'보다 주목된 것은 메타의 본업 격인 광고 매출 실적이었다. 광고 노출 수가 전년보다 10% 증가했고, 광고료도 14% 상승했다고 밝혔는데, AI를 적용한 추천 알고리즘 개선이 이용자 체류 시간과 광고 효율을 높였다는 것이다. 이는 AI 기술이 핵심 사업인 광고 매출로 직결되는 '선순환'이 형성될 가능성을 보여준 셈이다. 일각에선 AI투자가 본업의 체력을 강화하는 것을 증명했다는 평가도 나왔지만, 이 효과가 막대한 투자비용을 상쇄하는 시점에 대해선 여전히 전망이 엇갈린다.
'가트너' 분석에 재발한 거품론..코어위브 괜찮을까?
이달 중순부터 AI거품론이 다시 불거진 것은 네오클라우드 업체 '코어위브'의 신용위기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네오클라우드'는 AI가속기 GPU를 대량 매입해 컴퓨팅 자원(데이터센터)을 운영하면서, 오픈AI나 앤트로픽 같은 AI개발사에 임대하는 사업이다. 시설을 확보해 연산능력을 제공하는 사업이라 우선 비싼 GPU등 반도체와 부동산 등 시설 확보를 위한 거액 투자가 선행돼야 한다.
유력한 시장조사기관 '가트너'의 AI 투자 수익성에 대한 부정적 전망이 단초가 됐다. 가트너는 AI기업들이 2026년 약 1조 달러에 이어 내년부터 2030년까지 추가로 6조 달러 (약 800조원)규모의 시설투자를 할 것으로 예상하면서, 이에 따른 이자 등의 금융비용, 12%의 투자자본수익률을 달성하려면, 2030년까지 8조5천억 달러의 매출이 필요한데, 실제 데이터센터 관련 매출은 최대 3조 6천억 달러 정도일 것으로 전망했다. 이런 상황이 현실이 되면 사업 구조가 다양한 빅테크들과 달리, 부채 비중이 큰 코어위브 같은 네오클라우드 사업자는 80% 이상이 독자 생존하지 못할 것으로 전망했다.

해당 보고서는 곧바로 코어위브의 주가와 채권가격을 끌어내렸는데, 자금 차입이 많은 인프라 중심의 네오클라우드 업종이 금리 상승을 버티기 어렵다는 전망 때문에 '약한 고리'로 먼저 부각되는 양상이다. 자금 사정이 상대적으로 좋았던 빅테크들도 AI 시설투자 속도가 수익 창출 속도를 앞서가고 있는 것은 아직까지 명확한 현실이다. 회사채를 발행해 시장에서 돈을 빌려 데이터센터를 짓는 중이다. 알파벳,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오라클, 메타를 5대 빅테크로 구분한다면 이들 기업의 내년 AI인프라 투자는 1조2천억 달러(약 1,600조 원)으로 전망된다. 이중에 보유 현금이 아닌 부채로 조달하는 비중은 35%를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의 한국의 주가 급락은 이런 흐름을 선반영한 해외 헤지펀드들의 대량 순매도와 차익실현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골드만삭스는 헤지펀드들이 10월8일부터 14일까지 5거래일 연속 글로벌 AI주식과 함께 반도체 주식을 순매도한 것은, 미국 중간선거 등 주요 정치변수와 불확실성, 달러화 강세흐름과 원화가치 강세를 배경으로 위험자산을 축소하는 움직임으로, 사실상 2025년 이후 축적해 온 AI 주식 순매수 분을 일주일 만에 모두 정리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들 자본은 10월 말의 주요 하이퍼스케일러들의 실적 발표, 그리고 미국의 중간선거 이후로 사실상 투자를 유보하고 있다는 추측이 나온다.
10월 말의 실적 '슈퍼위크'..연말 시장의 분기점
첨단 반도체에 필수적인 노광장비를 생산하는 네덜란드의 ASML이 "내후년까지 고객사의 수요를 모두 충족하기 어렵다"고 밝히고, 대만 TSMC는 "수요 둔화 징후가 전혀 없다"고 강조한 것도 AI투자의 수익성 검증에 대해 한층 엄격해진 시선을 돌리지 못했다. 그럼에도 반도체 장기공급계약(LTA) 확대와 공급부족 장기화 등 과거와 달라진 구조를 감안하면, 현재 반도체 주가의 낙폭은 과도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면, 견고한 회복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만만치 않다. 삼성전자와 ASML, TSMC 등 기업들이 기록적인 실적을 발표했음에도 시장은 중국의 반도체 기술 추격, AI투자 속도조절론 등에 더 크게 반응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미국과 유럽의 국채금리 급등과 여전한 지정학적 악재로 연말에도 이런 우려가
단기간에 해소되기는 어렵고 변동성 확대 국면이 이어질 가능성을 점치는 의견도 나온다.
공교롭게도 시장이 가장 궁금해 하는 문제, 'AI 인프라에 투자한 만큼 수익을 내고 있는지, 아니면 수익의 조짐이 확실히 보이는지'에 대한 판단 근거가 될 마이크로소프트(28일), 알파벳(28일), 아마존(29일), 애플(11월2일), 엔비디아(11월18일)의 실적 발표는, 장기화된 중동 전쟁 등 지정학적 악재의 의미 있는 변화를 불러올 수 있는 미국 중간선거, 또 미국과 중국, 러시아 정상의 만남 시점과 맞물려 약 3주 동안의 숨 가쁜 '슈퍼위크'를 예고하고 있다.

11월 이후의 주가 반등 여부는 국제유가를 좌우할 전쟁 종전 여부와 함께 산업적으로는 'AI 자금조달 우려의 실제 설비투자 축소 전이'여부와 '2028년까지의 메모리 반도체 이익추정치 유지'여부가 중요해 보인다. 월가가 주목하는 실적발표 점검 포인트는 ①설비투자 대비 ROI(수익률) 내지는 수익의 조짐, ②또 하나는 합리적 비용관리와 조절 여부, ③미래 투자 전망치이다. 예를 들어 마이크로소프트는 기업용 클라우드 서비스인 '애저(Azure)'의 매출 성장과 기업 고객의 증가 여부, 특히 AI소프트웨어를 유료화한 '코파일럿(Copilot)'의 수익성 증가 여부가 주목된다. 주력인 검색창에서 'AI오버뷰'를 도입한 구글은 메타처럼 검색 광고시장에서의 수익과 성장성을 보여주면서, 자체 AI반도체인 TPU도입 이후, 엔비디아 칩에 의존하는 것보다 비용을 줄였는지 여부가 시장의 반응을 좌우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