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걸 어떻게 버텨요"…프랑스 24년 만에 국채금리 최고, 지금 상황이 심상찮은 진짜 이유 [스프]
한동훈 PD
입력 : 2026.10.22 09:07
[교양이를 부탁해] 신환종 한국투자증권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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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춘욱 컨트리뷰터
프리즘투자자문 대표
전 국민연금 투자운용 팀장
Q. 프랑스에서 시위가 격렬하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1년 전에 프랑스 시위가 있었을 때 대표님과 이야기를 나눴는데, 이번 프랑스 시위는 어떻게 보고 계신가요?
학생들이 화가 나는 건 이해가 되더라고요. 기후 변화로 올해 프랑스나 스페인, 런던 같은 곳의 여름 기온이 다 40도를 넘길 정도로 대단히 뜨거웠는데도 에어컨이 없는 상황에서 수업을 듣고, 또 학교에 그렇게 쥐가 많이 돌아다닌대요.
아놉 | 프랑스 학생
화가 나서 나왔습니다. 프랑스의 젊은 세대는 이제 지쳤습니다. 어떤 학생들은 한 교실에 40명씩 들어가 공부합니다. 복도에 있어야 하는 학생들도 있고, 어떤 곳은 천장이 그냥 무너질 것 같은 상태입니다.
오흐떵디 | 프랑스 대학생
우리는 고등학생들을 지지하기 위해서 나왔습니다. 그들을 절대로 혼자 있도록 내버려둘 수 없습니다.
루 | 프랑스 학생
학교 시설은 끔찍하고 처참합니다. 35도가 넘는 교실이나 바퀴벌레가 들끓는 곳에서 공부하는데 도대체 무엇을 기대할 수 있겠습니까?
학생들이 분노하는 이유는 알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시위를 보면서 '해결이 안 되겠는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시간제 교사를 3천 명 정도 추가 고용하겠다고 프랑스 총리가 발표하면서 어떻게 보면 정부도 노력하고 있어서 시위가 진정될 가능성은 있는데, '학생들이 원하는 것이 수용되기는 어렵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우리나라도 그렇지만 프랑스도 엄청난 학벌사회입니다. 그랑제꼴(프랑스의 엘리트 고등교육기관) 시험부터 시작해서 관료 등용문이 되는 중요한 학교들이 있습니다. 그런 학교들을 나와야만 제대로 된 직장을 얻을 수 있는 사회라는 점에서.
프랑스와 OECD 청년층의 학력별 실업률입니다. 프랑스를 보면 학벌에 따른 실업률의 차이가 심합니다. 한국도 학벌사회라고 부르지만 프랑스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닌 정도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면 프랑스가 교육에 투자를 안 하고 있느냐고 하면, 또 이상한 점이 있습니다. GDP 대비 교육비 투자 비중입니다.
한국이 사교육비를 많이 써서 그렇지 공교육비만 놓고 보면 선진국 중에서 중간 정도인데, 프랑스도 적지 않아요. 우리도 교육비를 엉망진창으로 쓰고 있는 나라인데, 프랑스는 우리보다 돈을 잘 못 쓰는 나라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교육비에 더 많이 투자하라고 말하는 게 가능할까요?
GDP의 4.5% 정도를 쓰고 있는, OECD 중에서도 교육비 지출이 많은 편에 속하는 나라한테 교육비를 더 쓰라고 이야기하려면 다른 데를 줄여야 하는데, 조세 부담률 여기에 연금까지 더하면 프랑스는 60% 정도 쓰고 있는데요. 그러니까 GDP 대비 정부 세수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프랑스보다 더 높은 나라는 덴마크밖에 없죠.
한국도 최근에 엄청나게 조세 부담률이 높아졌지만 그래도 유럽 선진국에 비하면 한 10%p 차이 나는데, 그 평균적인 유럽 선진국 대비 프랑스는 10%p가 더 높아요. 프랑스 국민들 입장에서 볼 때 '이거 뭐야?' 이렇게 되는 거죠.
그러니까 국가 전체가 비효율적인 국가이거나 재정을 비효율적으로 쓰고 있거나 돈을 쓰려면 다른 데서 지출 구조조정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여기서 더 증세를 하면 조세 저항이 클 것 같아요. 교육비 지출과 지금 학생 시위에서 보듯 여러 문제가 복합적으로 나타나는 상황에서 세금을 더 걷겠다고 하면 '너희 지금 우리한테 뭐라고 하는 거야?' 이렇게 이야기할 가능성이 높지 않나.
젊은 세대보다 잘사는 노인들? 프랑스 경제의 불편한 진실
2020년 코로나 이후에 전 세계 선진국들이 다 재정을 썼죠. 우리도 썼고요. 그렇게 늘어난 재정은 다시 회복돼야 하잖아요. 경제가 정상화되면 GDP 대비 재정 적자와 국가 부채는 줄어야 되는데 더 늘어나죠. 재정 적자가 심각한 상태입니다. GDP 대비 거의 마이너스 6%입니다. 왜 이렇게 어마어마한 재정을 쓰는지 살펴보겠습니다.
밑에서부터 올라가면서 보면 부채 이자, 국방비, 산업 정책 등이 있습니다. 이건 모두 써야 하죠. 이자는 갚아야 하고 국방비도 줄일 수 없습니다. 특히 앞으로는 국방비를 더 써야 하죠. 프랑스가 독일이나 이탈리아 같은 나라 대비해서 돈을 많이 쓰는 분야가 어딘지 보면, 공공안전 부분과 연금에서 스파이크가 발생합니다.
왜 그럴까요? 프랑스는 65세 이상 노인들이 15세에서 64세 생산활동 인구보다 소득이 더 높아요. 65세 이상 연금 수령자가 15세~64세의 근로활동 인구 소득보다 많아요. 노인들을 위한 나라라고 할 만큼 후한 연금 제도를 갖고 있습니다.
프랑스는 재정 위기를 겪었던 이탈리아나 스페인만큼은 아니더라도, 쉽게 말해 그런 나라들과 비슷한 상황에 와 있습니다. 지난 23년 동안 국가 재정 적자와 만성적인 재정 구조가 어떻게 바뀌었는지 살펴봤습니다. 프랑스는 연금과 헬스케어 분야에서 지출이 크게 늘었습니다. 이탈리아는 공공안전부터 기타 분야까지 지출이 많이 늘었고, 스페인도 연금이 완전히 망가지고 있는 걸 볼 수 있고요.
독일, 네덜란드 등은 되게 안정돼 있잖아요. 지출 구조조정을 강하게 추진한 이탈리아나 스페인이 그래도 미래가 있다. 왜냐하면 2010년~2012년 유럽 재정위기 때 혼나고 재정 건전화 조치를 펼치고 있고, 실제로 지금 멜로니 총리가 이끌고 있는 이탈리아는 프랑스보다 국채 금리가 낮아요. 유럽 재정위기 때 이 나라들에게 '돈을 갚아라. 그렇지 않으면 재정을 긴축하라'고 요구하며 점령군 행세를 하던 나라가 프랑스였는데 뚜껑을 열고 보니 프랑스가 이탈리아나 스페인, 그리스보다 훨씬 나쁘다. '너는 뭔데?'라는 상황이 된 거죠.
긴축을 강요하던 나라, 위기의 당사자로… 프랑스가 빠진 포퓰리즘의 덫
경제 성장 속도가 빠르면 국가 부채를 통제할 수 있잖아요. 경제가 성장하면 세금을 더 많이 거둘 수 있으니까요. 근데 성장을 못하는 상황에서 세율은? GDP 대비 정부 재정 지출이, 연금을 포함해 거의 60%에 달하는 거의 국가자본주의 국가 수준입니다. 그런 국가자본주의 수준의 국가에서 재정 지출을 건전화하고 재정 적자를 줄이는 것을 당연히 해야 될 것 같은데 못하죠.
왜 못할까요? 프랑스는 3개의 정당으로 나눠져 있다고 볼 수 있는데, 멜랑숑이 이끄는 극좌 정당은 '국가 부채 탕감하자'고 주장하고 있거든요. 연금 수령 연령을 현재 62세에서 어떻게든 64세 이상으로 올리려고 하다가 예산안 통과를 못해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계속 연금 지출이 늘어나고 있는데, 극우인 마린 르펜은 수령 연령을 60세로 낮추자고 합니다. 내후년까지 프랑스의 GDP 대비 재정 적자를 3%까지 줄이겠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어디서 줄일 것인지? 연금 수령 연령을 70세로 늦춰도 지금 국가가 부도 나냐 마냐 상황이고 학생들한테 교육비가 제대로 지급이 되냐 마냐 하는 상황인데 그걸 60세로 낮추겠다면서 GDP 대비 국가 부채는 낮추고 재정 적자도 낮추겠다고 하니까 트럼프와 뭐가 다를까요? 트럼프가 맨날 하는 이야기가 그거잖아요. 전쟁을 일으켜 강력한 인플레이션을 발생시켜 놓고서 연준에게 '미국의 적정 금리는 1%야. 금리를 낮춰. 금리를 낮춰야 인플레를 해결할 수 있어' 이런 이야기 하잖아요.
도널드 트럼프 | 미국 대통령 (2026. 9. 17)
지금 금리는 너무 높습니다. 적정한 수준이 아닙니다.
그런 사람들이 지금 프랑스의 차기 대권 주자입니다. 현재 르펜의 지지율이 38% 정도 나옵니다. 극좌 멜랑숑이 18% 정도, 마크롱 정당의 지도자가 약 15%입니다. 1차 투표에서 과반수를 얻지 못하면 결선 투표를 하는데 멜랑숑과 르펜의 결선투표, 둘 중 누가 되더라도 나라의 앞날을 예상하기 어려운. '멜랑숑이 대통령 되면 진짜 국가부채를 탕감하겠어?' '마린 르펜이 대통령 되면 진짜 연금 수령 연령을 낮추겠어?' 문제는 프랑스 사람들이 그 두 후보를 가장 좋아한다는 겁니다.
지난 23년간 국가 재정의 추가적인 변화를 살펴보면, 1946년생~1964년생인 베이비붐 세대가 최대 인구 집단이잖아요. 그 최대 인구 집단이 선거에서 자신들을 위한 투표를 하고 있는 거죠. 나라의 먼 미래가 어떻게 되든 말든, 아래 세대가 불만을 가지고 있든 말든, 그 불만은 극좌 정당의 멜랑숑이 부추기는 시위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멜랑숑도 그 시위대에 가서 지지한다고 해요. 그런 걸 보면 이번 학생 시위도 내년 선거를 앞둔 좌파의 세 결집용 시위라고 보는 사람도 많습니다.
경제학자로서 프랑스의 재정을 보고 있으면 큰일 났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마어마한 재정 적자와 만성적으로 건드리면 문제될 수 있는 헬스케어와 연금, 건드리기 어려운 분야입니다. 지출을 깎으면 '나라가 연금을 축소하는 바람에 죽음에 이르게 됐다' 이렇게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분명히 나올 텐데, 처음부터 적게 주면 몰라도 주던 것을 빼앗는 것은 정치적으로 거의 자살 행위잖아요.
프랑스를 살릴 기회는 있었다..마크롱의 개혁은 왜 실패했나
마크롱 대통령이 2017년 새로운 당을 창당해 대통령 선거에서 압승을 거두고 총선에서도 압승을 거두면서 일약 유럽 정치계의 스타로 부각됐고 지금도 그의 네임 밸류는 굉장히 높아요. 그가 추진한 주요 정책은 세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스타트업 육성입니다. 스타트업을 키우겠다고 했습니다. 두 번째는 친환경 산업에 대한 투자였습니다. 화석연료 산업에서 친환경 산업으로 가야 한다. 세 번째로 법인세를 감면해 줍니다. 기업이 경영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세율이 너무 높다는 이유에서였죠. 그런데 집권 1년 만인 2018년, 그 유명한 노란 조끼 시위가 벌어집니다.
노란조끼 시위대 (2018년 12월)
프랑스는 지금 제 모습이 아닙니다. 우리는 제대로 된 나라를 만들기 위해 끝까지 싸울 것입니다.
기름에 붙는 세금을 약 25~35% 인상하는 한편 디젤차를 전기차로 전환하면 정부가 보조금을 지급하겠다는 정책을 펼쳤습니다. 주유소가 불타고 전국에서 시위가 벌어졌습니다. 이번 학생 시위와 비슷한 일이 발생한 것입니다. 정책을 접고, 트럭 운전사들한테 거의 100억 유로에 달하는 보조금을 지급하는 등 엄청난 정치적 실패를 겪었습니다.
그로부터 8년이 지났습니다. 지금 전기차 시장은 어떻게 됐습니까? 중국이죠. 솔직히 르노나 푸조, BMW, 폭스바겐, 벤츠 등 유럽 빅6 회사 중에 몇 개가 살아남을지 모르겠거든요. 당장 한국에서도 테슬라의 모델Y가 판매 1등이에요. 현대차의 그랜저나 기아의 SUV가 2등, 3등이에요. 세상은 이미 그쪽으로 가고 있는 거예요.
그런데 프랑스에서는 시위가 발생했고, 격렬한 반발 속에서 극좌 멜랑숑과 극우 르펜이 모두 시위대에 합류해 그들의 행동을 지지하는 연설을 했습니다. 마크롱 정부는 그 과정에서 패배했습니다. 이 나라가 기회는 있었는데 잘 못 살린 거죠. 산업이 몰락하면서 취업이 어려워지고, 인맥과 네트워크, 학벌이 있는 사람만 좁은 노동시장에 진입하게 되는 거죠. 그렇게 봐야 합니다. 한 가지 문제만 두고 '너는 나쁘다', '제도가 엉망이다'라고 이야기하는 건 당연히 불만을 가질 수 있지만, 그 배경에는 2018년 마크롱 정부의 패퇴가 크게 작용했습니다. 이 그래프가 방금 이야기한 패퇴를 잘 보여줍니다
노란 선은 2018년 초 마크롱 정부가 제시한 GDP 대비 재정 예산안입니다. 향후 3년간 흑자를 만들겠다는 계획이었습니다. 법인세는 깎아주지만 유류세를 인상함으로써 석유 소비를 줄이고 전기차로의 전환을 일으키면서 경제를 살리겠다는 계획이었는데, 실제 결과는 파란 선입니다. GDP 대비 재정 적자입니다. 그 약속들이 다 실패하는 걸 볼 수 있죠.
그다음에 운이 없었던 것은 2020년 코로나 팬데믹 터지면서 GDP 대비 재정 적자가 마이너스 9%까지 가는 상황에서 2021년 말에 돈을 많이 풀었다. 그리고 2022년 대통령 선거에서 또 마크롱이 당선돼요. 결선투표에서 르펜과 붙어서 간신히 이긴 거였고 총선에서는 완전히 패배합니다. 국가의 위기를 이겨냈다는 평가로 재선에는 성공했지만 국회에서 주도권을 잃으면서 이니셔티브를 잃었고 2024년에 국회를 해산하고 총선을 다시 치렀는데 거기서 자기 당이 더 져버렸어요.
이제는 르펜과 멜랑숑의 협력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재정 건전화를 위한 정책들, 2027년 예산안을 봐도 재정 수지를 개선시키겠다는 의지가 보이지 않습니다. 재정 지출을 삭감하겠다는 예산안을 제출하면 내각이 붕괴하는 거죠. 불신임 투표가 나서 그게 매년 벌어지고 있어요.
치솟는 프랑스 국채금리..1997년 한국의 악몽이 떠오르는 이유
프랑스 경제에 문제가 생겼다는 점에는 다들 동의하실 텐데 이게 나라가 망할 일이냐 하면 고민할 부분이 많습니다. 일단 일본이나 미국은 프랑스보다 국가 부채가 더 많잖아요. 마크롱이 정상적으로 보일 정도로 상황이 엉망이잖아요. 세상에 그렇지 않은 나라가 있느냐고 볼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왜 최근 문제가 갑자기 불거졌을까요? 미국 국채 금리가 오른 게 결정적인 것 같아요. 7월부터 미국 국채 금리가 급등하기 시작했습니다. FOMC에서 끝난 다음에 케빈 워시 미국 연준 의장이 '시장이 알아서 긴축하고 있어서요' 이런 말을 합니다.
케빈 워시 | 미 연준의장 (2026년 7월)
채권시장 역시 비슷한 신호를 보내고 있습니다. 그 결과 명목금리와 실질금리 모두에서 긴축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지난 42일 동안 연준이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지만, 시장은 이미 상당한 효과를 만들어냈습니다.
정책 금리를 동결하거나 인상하는 것은 별개인데, 시장 금리 상승으로 경제가 긴축되는 효과가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케빈 워시가 했잖아요. 그것이 촉발점이 되어 이때부터 금리가 급등하기 시작합니다. 미국 금리가 급등하기 시작한 시점과 프랑스 금리가 오르는 시점이 같습니다.
'미국 금리가 저렇게 높은데 굳이 프랑스 국채를 살 필요가 있어? 금리가 더 높은 미국 국채를 사는 게 낫지, 프랑스 국채를 왜 사?' 이런 생각들을 가지게 되고, 두 번째로 내년 5월에 대선이 있는데 르펜이 당선될 것 같다는 겁니다. 결선투표에는 극좌와 극우 후보, 즉 1·2위 후보만 올라가 투표를 하게 되는데 누가 돼도 큰 문제가 생길 것 같은 상황이니까 투자자 입장에서 보면, 특히 이런 나라에 많이 투자하는 자금은 보통 일본계 자금이잖아요.
그동안 일본 금리가 제로금리였으니 회사채나 은행 대출을 통해 약 1% 금리로 자금을 조달해 프랑스 국채 금리 등에 미국도 투자하지만 환헤지 차원에서도 유로화 강세에 대한 기대로 프랑스에도 투자하던 자금들이 불안해지는 거죠. 프랑스가 G7 회원국이고 유럽중앙은행이 프랑스가 망하도록 내버려 둘 것 같지는 않지만 그렇더라도 프랑스 국채를 사면 한 가지 리스크가 두드러지는 거죠.
어떤 리스크? '프랑스 국채는 왜 샀어?' 그런 일이 벌어지는 겁니다. 글로벌 투자자 입장에서 프랑스가 망하겠느냐고 묻는다면, 잘 모르겠다는 답이 나옵니다. 2012년 이탈리아와 스페인에서 재정 위기가 발생했고, 특히 2015년에는 그리스의 그렉시트 사태가 있었던 것을 기억하실 겁니다. 당시 유럽중앙은행은 미국 연준보다 더 많은 돈을 쓰면서 유럽 경제를 살렸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유럽중앙은행이 나서서 프랑스를 살려줄 거라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문제는 '살려주겠다'고 해도 공짜가 아니다. 이탈리아와 그리스와 스페인에 돈을 빌려준 유럽중앙은행과 IMF가 재정 긴축을 요구했잖아요. 근데 프랑스의 차기 대통령 후보들은 누구도 그 요구를 수용하지 않을 것 같고, 적어도 수용할 생각이 없는 인물들이 대통령이 될 것 같죠.
1997년 IMF 한국 보는 것 같지 않습니까? 우리나라는 1997년 10월에 왜 외환위기를 맞았을까요? 대통령 선거가 있었던 것도 컸거든요. 12월에 대통령 선거가 있는데 10월에 홍콩에서 환투기 공격을 받은 뒤부터 한국은 사실상 외환위기였어요. 대통령 선거 끝나자마자 미셸 캉드쉬 IMF 총재가 와서 김대중 당선자에게 재정 긴축에 대해서 IMF 요구 사항에 서명하라고 강요했던 일을 기억하십니까? 그러니까 사고가 난 뒤 수습하는 것이 아니라, 사고가 나기 전에 수습이 이뤄질 수 있을지 걱정하게 되는 거죠.
Q. 프랑스는 그리스나 스페인과는 다르게 EU에서 차지하는 경제적 비중이 크잖아요. 그래서 이렇게 프랑스가 흔들렸을 때 EU가 감당하기 힘들 수도 있다. ECB가 못 도와준다, 선을 긋는다는 기사도 봤거든요.
경제 데이터만 보는 입장에서 보면, 그래프 끝에 나타난 금리 급등이 눈에 띕니다. 불과 2~3주 사이에 거의 1%p 올랐잖아요.
이런 급등은 시장 참여자들이 공포를 느끼고 있다는 뜻입니다. 1997년 한국이 IMF 구제금융을 받았을 때처럼 디폴트 비슷한 일이 벌어지거나 이자 지급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공포, 또는 채권 금리가 너무 급등해 새로 채권을 발행하는 것 자체가 국가의 이자 부담을 감당할 수 없는 상황으로 몰고 갈 수 있다는 공포가 있어야만 해결되는 거지 평화롭게 해결될 수 있겠느냐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지금 채권을 매도하는 거죠. 이런 금리 상승은 단순한 해프닝이 아니라 채권 시장에서 상당한 이벤트가 벌어질 수도 있다는 공포가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Q. 프랑스가 고금리 시대의 첫 번째 디폴트 국가가 될 수도 있을까요?
배제할 수 없습니다. 배제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배제할 수 없는 이유는, 금리가 5% 정도 됐을 때 프랑스가 이를 감당할 수 있느냐는 문제 때문입니다. 파란 막대는 프랑스 재무부가 발표한 예상치인데, 120%입니다.
앞으로 10년에 걸쳐 만기가 돌아오는 채권이 5% 금리로 차환된다면, 매년 GDP의 6%에 해당하는 이자를 지급해야 합니다. 지금 국가 재정 적자가 GDP 6%인데. 과거 2020년 코로나 때와 2012~2013년 유럽 재정위기 때는 유럽중앙은행이 양적 완화 등을 통해 채권을 대거 매입했습니다. 그때 발행된 채권의 금리는 매우 낮습니다. 1%대도 있고 그래요.
그때 발행된 채권들은 10년이 지나면서 차례로 만기가 돌아오는데, 새로 발행하는 채권의 금리 5%를 감당할 수 있을까요? 게다가 마크롱 정부는 법인세를 삭감하고 스타트업을 지원하고 친환경 정책을 강하게 추진하면서 경제를 살리려고 애썼다고 했죠.
근데 그때부터 지금까지 그 마크롱 집권이었던 2017년부터 지금까지 올해 예상치인 세계은행 통계를 봤더니 프랑스의 1인당 GDP는 지난 9년 동안 1.8% 올랐더라고요. 1인당 소득이 그만큼 증가한 겁니다. 우리나라는 한 해에 1.8% 성장해도 저성장이라고 난리가 날 것 같은데, 프랑스는 9년 동안 그랬습니다. 경제 성장이 사실상 멈춘 상태잖아요.
제가 글로벌 기업의 헤드쿼터라면 프랑스에 투자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유럽에 공장을 어디에 지을까?' 생각하면 '폴란드나 아일랜드에 짓자'는 선택지가 먼저 떠오르지 않을까요? 임금도 싸고 아일랜드는 세금도 낮춰주고. 근데 정치적 갈등이 극단으로 치닫는 나라에 과연 투자할 것인가. 미래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국가가 국제적 신뢰를 얻지 못한다면, 1% 성장도 하지 못하는 나라가 5% 금리를 버틸 수 있을까요?
Q. 전 세계가 AI, 국방 관련해서 국가 주도의 돈을 엄청나게 풀고 있는 상황이잖아요. 프랑스는 돈은 필요한데 돈을 빌려 쓸 수 없으면 앞으로는 지금의 선진국 프랑스를 상상 못할 수도 있겠네요.
그렇습니다. 이대로 가면 국가 부도까지는 아니더라도 재정 위기 났던 2009년의 그리스, 2010년~2012년 사이의 이탈리아, 스페인 같은 상황을 겪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으니까요. 신뢰를 회복해야 되는데 당시 재정 위기를 겪었던 그리스, 이탈리아, 스페인도 결국 정부가 몇 차례 교체된 뒤에 할 수 없이 굴욕적인 재정 긴축 요구를 받아들이고 고통스러운 긴축을 했으며 코로나 때 세계 경제와 유럽 경제가 마비되자 정부가 돈을 푼 덕분에 간신히 경제가 회복되기 시작했습니다. 반전의 계기를 찾기 어려웠던, 길고도 긴 '잃어버린 10년'을 보낸 나라들이잖아요.
프랑스는 그런 상황에 빠지지 않고 벗어나는 것이 최선입니다. 그런데 그것이 가능하냐고 물으면 사람들은 '잘 모르겠다'고 답합니다. 10년 내에 국가 부도나 국가 지급 유예, 또는 반강제적인 강력한 긴축 재정이 나타날 가능성이 전혀 없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유럽의 잃어버린 15년..유럽을 떠난 돈은 어디로 갈까
유럽은 지금 '잃어버린 15년'을 겪고 있습니다. 거기서 지금 유일하게 성장하고 있는 곳이 폴란드, 이탈리아, 스페인 같은 나라들이거든요. 이런 나라들은 의욕이 강합니다. 이탈리아와 스페인은 재정 위기 겪은 다음에 굴욕적인 재정 긴축을 하고 이를 악물고 경제를 성장시키는 중이고, 폴란드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어떻게 보면 유럽의 무기 창 또는 유럽의 방파제 역할들을 하고 교육 수준도 높아지면서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는.
프랑스, 독일은 자동차 산업 비중이 커요. 근데 전동화 흐름에도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한국 자동차 회사처럼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잘 만드는 회사도 어려운 상황인데 그곳은 앞으로 어떻게 될지 걱정됩니다. 게다가 중국산 자동차에 대해 관세 등의 방벽도 제대로 세우지 못했습니다. 왜냐하면 부도난 유럽 자동차 회사들을 중국 기업들이 인수해 그 브랜드로 들어가잖아요. 우회로마저 만들어져 있는 상황이라서 유럽 시장에서 중국 차의 범람을 막을 방법이 있나. 미국처럼 중국에 대규모 관세를 부과한 것도 아니어서,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구조로 가고 있는 거죠.
Q. 급변하는 상황이 생기지 않는 한 유럽은 이제 3등, 4등으로 밀려난다?
주식 시장에서는 이미 그렇습니다. 20년 전 전 세계 주식 시장의 30~40%가 유럽이었는데 지금은 10%입니다. 시장 참가자가 제일 먼저 아는 거죠. 제가 '글로벌 분산 투자하신다면서 왜 유럽은 투자 안 하세요?' 이런 질문을 많이 받았거든요. 유럽에 투자하지 않은 지 꽤 됐습니다. '투자하지 않아도 되는 지역이구나'라고 생각하게 된 거죠. 희망이 별로 안 보이니까.
낙관적으로 생각하면 유럽 간 돈이 한국 오는 게 최고 좋은데 투자자들 입장에서 2010년에 시작된 유럽 재정 위기부터 2015년 그리스 사태, 그렉시트 사태까지 정말 힘든 6년을 겪었잖아요. 그런데 유럽이 빨리 해결될까, 프랑스 사태가 빨리 해결될까에 대해서 자신하기 어렵죠. 제가 펀드매니저라면 트럼프의 미국이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대안이 없다고 생각할 겁니다. 미국이 예뻐서가 아니라 대안이 없어서 이 돈을 받아줄 만한 큰 시장을 찾기 어려워 어쩔 수 없이 미국으로 가지 않겠습니까?
그러면 달러 강세가 출현하는 거고, 달러 강세일 때 우리에게 좋은 적이 없거든요. 글로벌 투자자들 입장에서 달러를 갖고 있으면 달러 수급도 좋고, 달러 가치 상승에 따른 환차익까지 안정적으로 누릴 수 있는데, 또 한국은 엄청 많이 올랐잖아요. 작년 이맘때 3,000포인트였던 지수가 조정을 받았다고 해도 지금은 6,000포인트 중반인데 환율도 좋아요. 한국에 크게 베팅할 것 같지는 않습니다.
Q. 개인 투자자 입장에서도 지금은 투자의 중심축을 미국과 달러에 두는 게 맞다?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은 마음에 안 들지만, 미국은 이번 중간선거를 통해 대통령이 함부로 폭주할 수 없는 시스템으로 가는 것 같은 반면, 프랑스는 더욱 혼미한 상태로 갈 가능성이 있다고 보잖아요. 그런 상황에서 그래도 미국 달러가 마음 편하고 유동성이 좋잖아요. 상황에 따라 능동적으로 사고팔 수 있습니다. 시장 종류도 다양하고 수십억~수백억 달러 규모의 매수·매도 호가가 형성돼 있습니다.
예를 들어 5,000세대 규모의 아파트 단지를 생각해 봅시다. 우리나라 자가 보유자들이 8년에 한 번 이사한다고 하면 5,000세대 중 1년에 약 600세대가 이사하고 매매하겠죠. 일요일을 제외하면 하루에 두 건 정도의 신규 매물이 나오는 시장입니다. 그 시장에서 거래하는 게 편할까요, 아니면 100세대짜리 나홀로 아파트에서 거래하는 게 편할까요? 미국 시장이 그렇다는 겁니다. 호가가 깊습니다. 동일한 가격대에 수백억 달러 규모의 매수·매도 주문이 걸려 있는 거죠.
누구든 쉽게 사고 팔 수 있는 시장을 깊은 시장이라고 부르는데 유럽도 특히 채권 시장을 보면 매우 깊은 시장입니다. 왜냐하면 국가 부채가 100%가 넘으니까 약 30조 달러 규모의 유럽 경제에서 발행된 채권도 30조~40조 달러 규모로 유통되고 있으니까 그 시장도 엄청 큰 시장이죠. 그러나 유럽 시장의 가장 큰 문제는 채권이 같은 유로화로 발행되더라도 이탈리아 금리랑 독일 금리랑 프랑스 금리는 다 다르죠. 그러니 깊다고 말할 수는 없죠. 그 리스크를 느끼는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