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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특사 "중동과 석유-안보 교환 만료…스스로 지켜야"

곽상은 기자

입력 : 2026.10.21 09:57


▲ 중동에서 초계비행하는 미 F-16 전투기

톰 배럭 백악관 시리아·이라크 특사가 미국이 중동의 석유를 대가로 안보를 제공하는 교환 관계는 끝났다면서 중동 국가에 자주국방을 촉구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했습니다.

배럭 특사는 현지시간 20일 카타르에서 열린 도하안보포럼에 참석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형성된 체제, 즉 미국이 석유를 대가로 (중동에) 안보를 제공하는 일종의 교환 관계는 더는 미국의 우선적 필요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미국은 중동을 위해 목숨을 희생하고 싶어 하지 않고 걸프 국가들도 미국이 자신의 안보를 보장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는 것입니다.

신문은 이 같은 발언에 대해 "중동 안보 당국자들이 미국에서 냉정한 메시지를 받았다"고 해설했습니다.

배럭 특사는 "지난 80년간 세계의 안보를 보장해 온 미국은 더는 존재하지 않는다"며 "(미국) 정부의 메시지는 (동맹을) 버린다는 게 아니고 관계를 재정립하라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런 메시지를 전달하는 과정이 "십 대 자녀를 키우는 것과 같아 쉽지 않다"고 털어놓기도 했습니다.

배럭 특사는 미국의 안보 제공이 끝나는 만큼 중동 국가들이 역내 협력을 통해 스스로 안보를 확보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면서 사우디아라비아·파키스탄·튀르키예 간 방위협정처럼 규모가 작고 다변화된 동맹으로 전환하는 방향이 옳다고 평가했습니다.

이런 발언은 미국과 이란의 대규모 교전이 재개될 가능성에 중동 국가들이 촉각을 곤두세우는 가운데 나왔습니다.

걸프 국가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이란 공격을 만류했지만 실패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미국이 전쟁에서 발을 빼려 하면서 한층 공격적으로 변한 이란을 상대하는 부담을 짊어져야 하는 상황입니다.

배럭 특사는 미국과 이스라엘이 지난 2월 말 시작한 전쟁이 예상하지 못한 결과를 낳았다고 인정하면서 중동을 한 번의 움직임으로 전체 구도가 달라지는 '루빅큐브'에 빗댔습니다.

그러면서 이라크와 리비아, 아프가니스탄을 거론하며 "우리가 개입해 지도자나 정권을 바꾸려 한 것은 매번 잘못된 판단이었던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 당국자들은 유럽과 아시아의 안보 회의에서도 이와 유사하게 자립을 촉구해 왔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그러나 미국이 중동에서 군사적 관여를 확대하는 움직임도 보여 엇갈린 메시지를 주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미국은 지난해 사우디를 주요 비(非)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동맹국으로 지정했습니다.

카타르와 바레인, 쿠웨이트도 이 지위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또 이란 주변에 세 번째 항공모함과 해병원정대를 추가 투입하고, 교전 재개에 대비한 보급도 확충하고 있습니다.

배럭 특사 역시 "우리는 떠나는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국제위기그룹(ICG)의 이란 전문가 알리 바에즈는 미국 당국자들이 서로 다른 메시지를 내놓는 탓에 미국의 신뢰성이 훼손돼 역내 국가들이 위험 분산에 나서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사진=미 중부사령부 엑스 계정,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