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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삼동 큰길까지 핏자국…"살려주세요" 긴박했던 탈출

이재원 에디터

입력 : 2026.10.20 16:15


▲ 20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한 건물에서 화재가 발생해 소방대원들이 잔불을 정리하는 등 진화작업을 펼치고 있다.

오늘(20일) 낮 서울 강남구 역삼동 한양빌딩 4층에서 탈출한 A 씨는 사무실 문 쪽에서 일하다 갑자기 닥친 불길을 피해 몸을 피했다고 밝혔습니다.

유리창을 깨고 여러 사람이 빠져나왔지만, 사무실 안에는 미처 나오지 못한 이들도 있었습니다.

A 씨는 "못 나온 분들이 있어 바깥에서 빈 화분으로 유리를 깼다"며 "복도 천장에 불꽃이 닿을 정도로 불이 크게 났었다"고 전했습니다.

급히 탈출하는 과정에서 깨진 유리에 다치는 사람도 나왔습니다.

그는 "같이 일하는 사람이 유리에 찢겨 피가 났다"며 "급하게 나오는 과정에서 긁히고 찍혀 많이 다쳤고, 유리에 심하게 다친 분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한양빌딩 후문에서 큰길로 이어지는 길 위에는 급히 탈출한 사람들의 핏자국이 남아 있었습니다.

건물 근처에는 여전히 탄내가 맴돌았습니다.

이 건물 7층에서 근무하는 이모 씨는 구조된 사람들이 밖으로 나오는 모습을 봤다며 "한 중년 남성이 오른쪽 발등과 발목 쪽을 다쳐 피를 흘리고 있었다"고 알렸습니다.

한양빌딩 안에 있던 B 씨는 입구 쪽에서 "불이야"라는 외침을 듣고 몸을 일으켰지만, 순식간에 검은 연기가 차올랐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바로 옆 탕비실에서 배터리가 폭발하듯 연기가 확 올라왔다"며 "일어서서 대피하려는데 몇 초 안 돼 검은 연기가 퍼졌다"고 덧붙였습니다.

입구로 향하려던 그는 거센 연기에 가로막혔습니다.

결국 창문을 깨고 밖으로 나온 그는 "대피한 뒤 사람이 다 나왔는지 확인하려 문을 두드렸다"고 긴박한 상황을 전했습니다.

7층 근무자 김모 씨도 "연기가 안으로 들어와 불이 난 줄 알았다"며 대피하라는 말을 듣고 건물을 빠져나왔다고 언급했습니다.

이 씨는 7층에서만 13명에서 14명가량이 대피했다고 전했습니다.

건물 내 스타벅스에는 건물 내 화재로 인한 시설 점검 및 복구 작업으로 휴점하게 됐다는 안내문이 붙었습니다.

점심시간을 맞은 역삼동 사무실 밀집 지역은 불과 7분 간격으로 200m 거리 빌딩 두 곳에서 불이 나면서 긴박한 대피 현장으로 바뀌었습니다.

한양빌딩보다 앞서 불이 난 신명빌딩에서는 창문으로 몸을 내밀고 구조를 요청하는 사람들의 외침이 이어졌습니다.

근처에서 통신사 대리점을 운영하는 50대 C 씨는 "연기와 그을음이 먼저 치솟았고, 오른쪽 창문에 있던 여성들이 '살려주세요'라고 소리쳐 불이 난 것을 알았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여성 7명가량이 사다리로 구조되는 모습을 봤다고 말했습니다.

C 씨는 "반대편 창문에서는 한 남성이 살려달라고 외치다가 창문을 깨고 몸을 반쯤 밖으로 내밀었다"며 "뛰어내릴까 봐 조마조마했다"고 당시 상황을 돌아봤습니다.

인근에서 근무한다는 D 씨는 "불이 커서 길이 통제되고 버스 승객들도 내릴 정도였다"고 설명했습니다.

긴급차량이 몰리며 차량 통행이 어려워지자 인근 피자 가게 직원이 수신호로 차량 이동을 돕기도 했습니다.

불이 꺼진 뒤 신명빌딩 아래에는 유리 조각이 다량 흩어져 있었습니다.

건물 위쪽으로도 검게 그을린 흔적이 남았습니다.

오늘 오전 11시 54분쯤 신명빌딩 3층에서, 낮 12시 1분쯤 약 200m 떨어진 한양빌딩 4층에서 각각 화재가 신고됐습니다.

소방 당국에 따르면 두 화재로 심정지 1명을 포함해 중상 5명, 경상 14명 등 모두 19명이 다쳤습니다.

소방은 신명빌딩은 오후 2시 20분, 한양빌딩은 낮 12시 35분쯤 불을 완전히 껐습니다.

경찰은 방화 가능성에 중점을 두고 70대 남성 용의자의 동선을 추적하는 등 정확한 화재 원인과 두 화재의 연관성을 수사하고 있습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