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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00 중국 세 번째 신도시 '슝안신구' 직접 가보니
02:08 선전, 상하이와 다른 점?
03:03 베이징에서 얼마나 옮겨갔나?
04:39 인프라는 다 갖췄는데 '사람'이 없다
06:02 슝안신구가 자리 잡으려면
1. 중국 세 번째 신도시 '슝안신구' 직접 가보니
안녕하세요, 베이징의 최고운 특파원입니다. 오늘은 중국이 '천년대계(千年大計)'로 부르는, 시진핑 주석이 직접 이끌고 있는 신도시 '슝안신구(雄安新区)'를 취재한 뒷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중국 현대사에서 이름이 있는 지도자들은 항상 자신의 정책 철학을 상징하는 '도시'를 하나씩 남겼습니다. 예를 들어 개혁개방을 강조한 덩샤오핑의 경우에는 다음 달 APEC이 열릴 예정이기도 한 선전(深圳)을 특구로 만들어서 경제를 일으켰고요. 장쩌민 시대에는 상하이 푸둥을 금융의 중심지로 만들었습니다. 중국이 국가 주도로 만들고 있는 세 번째 신도시는 발음하기 좀 어려운 '슝안신구'입니다. 슝안신구는 행정구역 상으로는 베이징과 톈진 밑에 있는 허베이성의 작은 마을인데요. 슝셴-룽청-안신이라는 이름의 3개 현 일대에 조성되는 경제특구라서 이 앞 글자들을 따서 슝안신구라고 부르는 겁니다. 저는 한국무역협회 베이징지부의 시찰프로그램에 참여해서 여기를 다녀올 기회를 얻었는데요. 두 시간 정도를 차를 타고 달려갔더니 아주 깨끗하게 정비된 왕복 8차선 도로가 펼쳐지면서 슝안신구 표지판이 나왔습니다. 제일 먼저 간 곳은 슝안신구 종합서비스지원센터였습니다. 아직 공식적으로 문을 열지는 않았는데 앞에 아주 크게 빨간색으로 '국가대사' 이렇게 적어놨더라구요. 수도 베이징에 지나치게 집중된 인구와 기능을 분산시키고, 미래의 지능형 도시의 표준을 보여주겠다는 시진핑 시대의 역작이자 총집결지로 밀고 있다, 이렇게 이해하시면 될 거 같습니다. 중심지구에는 이미 건물들이 많이 들어섰고, 아직 완성이 되지 못한 건물들도 타워크레인이 쉴 새 없이 움직이며 공사를 하고 있었습니다. 중국 전역을 잇는 고속철 역사도 지어지고 있었는데요. 고속철 역이 완성되면 허베이에서 산시성을 거쳐 윈난성 쿤밍까지도 오간다고 합니다.
[리윈타오 / 허베이성 국제무역촉진위원회 부회장 : 국가 및 성(省) 단위의 '제15차 5개년 계획'에 따르면, 슝안은 최고 수준과 품질을 갖춘 현대적인 도시로 개발될 예정입니다. 구체적으로는 6개의 핵심 산업 분야가 있습니다. 항공우주 정보, 신소재, 인공지능 등이 포함됩니다.]
2. 선전, 상하이와 다른 점?
그런데 앞서 언급한 선전이나 상하이와는 크게 다른 점이 있었습니다. 슝안신구는 고층 건물 중심의 화려한 마천루가 전혀 없이 저층 건물 위주로 단정하게 도시가 지어졌다는 겁니다. 슝안신구 관계자는 설명에서 모든 건물은 최고 45층을 넘을 수 없다고 했습니다. 슝안신구 바로 옆에는 화북 지방 최대의 자연 습지인 '바이양뎬(백양호)'가 있는데요, 습지 생태계를 보전하고 건물의 높은 스카이라인이 자연경관을 해치지 않기 위해 높이 규제를 엄격하게 가져간다고 설명했습니다. 슝안신구는 3중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땅 위에는 녹지와 사람 중심의 공간을 배치하고, 가스·전력·통신·물류 같은 인프라는 지하로 다 넣었습니다. 도로 곳곳에는 자율주행 차량을 지원하는 센서와 인공지능(AI) 도로망이 깔리고요, 이런 모든 시설은 실시간 사물인터넷 데이터로 제어합니다.
3. 베이징에서 얼마나 옮겨갔나?
자 그럼, 이런 거대한 미래도시에 베이징의 기능들이 실제로 많이 옮겨가고 있는지 궁금하실 텐데요. 일단 정부의 행정명령에 따라 중국화능집단, 시노켐, 중국위성네트워크 등 대형 중앙 국영기업 본사들이 이미 선제적으로 이전을 완료했거나 이전해 올 예정입니다. 베이징교통대, 베이징과기대, 중국지질대, 베이징임업대 같은 베이징의 이름 있는 대학들도 슝안에 캠퍼스를 짓고 있는데요. 질의응답 시간에 관련 질문이 나왔었는데, 예를 들어 신입생부터 순차적으로 슝안신구에서 학교를 다니는 게 아니라 내년부터는 아예 신입생부터 연구생까지 모든 인원이 통째로 옮겨오는 방식이라고 했습니다.
[자오야오 / 슝안신구 외자외무처 : 이 지역 개발의 핵심 중 하나인 수준 높은 교육 자원과 관련하여, 중국 전역에서 20개가 넘는 최고 수준의 대학들이 슝안에 진출할 예정입니다. 나아가 기업의 전반적인 성장과 산업 고도화, 인재 육성을 촉진하기 위한 다양한 지원 정책도 마련되었습니다.]
이른바 '시장 주도형 이전'도 추진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새로 만들어진 과학혁신단지인데요, 인공지능이나 로봇을 포함해서 280여 개 기업이 이미 등록을 했거나 입주를 마친 상탭니다.]
[슝안신구 입구 기업 연구원 : 비가 오네요.]
[로봇: 우산을 챙겨드릴게요.]
중국 정부가 그리고 있는 청사진은 명확해 보입니다. 베이징은 정치·문화 중심지로 남기고, 슝안을 첨단 IT·친환경 연구·교육의 새로운 수도로 만들겠다는 겁니다. 이를 위해서 첨단 기술 기업, 외국인 투자 기업 등 다양한 주체들에게 적극적으로 연락을 해서 슝안신구를 방문하도록 유도를 하고, 이곳에 거점을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4. 인프라는 다 갖췄는데 '사람'이 없다
하지만, 문제가 있습니다. 바로 상주인구입니다. 슝안신구는 여기저기 다녀봐도 도로와 건물, 인프라는 정말 깔끔하게 다 갖춰져 있는데, 길에 다니는 사람이 너무 적어 보였습니다. 중국 당국은 2035년까지 상주인구 200만~250만 명을 모으겠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하지만 현재 체감하는 상주인구는 약 140만 명 정도로 아직 목표에 한참 미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후커우라고 하는 호적제도가 있습니다. 거주하는 도시의 후커우가 있어야 해당 도시에서 교육이나 의료 같은 공공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데요. 슝안신구는 이런 점을 염두에 두고 이미 베이징과 행정통합이 되어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자오야오 / 슝안신구 외자외무처 : 베이징 후커우(호적)를 보유하고 있다면 슝안신구의 호구를 가진 것과 같습니다. 슝안에서 거주증을 발급받기만 해도 현지 주민과 똑같이 교육, 의료, 쇼핑 등 모든 서비스를 동일하게 누릴 수 있습니다. 마치 같은 도시 내에 있는 것처럼 말이죠.]
하지만, 이런 조건을 뒤집으면 국영기업 직원이나 교직원들도 평일에는 슝안에서 일하고, 주말이 되면 고속철이나 차를 타고 베이징에 있는 집으로 얼마든지 돌아갈 수 있다는 걸 의미합니다. 그러니까 행정력으로 건물과 기관은 옮길 수 있어도 사람들의 삶까지 강제로 이주시킬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5. 슝안신구가 자리 잡으려면
결국 슝안신구가 자리를 잡으려면 크게 두 가지가 해결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일단 정부가 명령할 수 있는 국영기업과 대학만으로는 도시 유지에 한계가 있습니다. 그래서 스타트업이나 민간 기업들이 스스로 찾아올 수 있도록 파격적인 규제 완화나 세제 혜택이 필요해 보입니다. 두 번째는 자녀의 교육이나 문화 시설 같은 이른바 정주여건입니다. 쉽게 말하면 베이징보다 슝안에 사는 것이 삶의 질이 더 높다는 인식을 줄 수 있을 만큼의 명문 학교, 종합병원, 문화시설이 생활 속에서 작동해야 진짜 인구가 유입된다는 이야깁니다. 중국은 슝안신구에 지난 10년 동안 우리 돈 약 200조 원을 투입했는데 앞으로 약 800조 원을 더 붓는다고 합니다. 시 주석의 '천년대계' 슝안신구가 깔끔하고 훌륭한 도시 인프라를 넘어서 선전이나 상하이처럼 진짜 사람이 사는 유명 도시로 거듭날지 지켜봐야겠습니다.
(취재 : 최고운, 구성 : 신희숙, 영상취재 : 양아타, 영상편집 : 홍진영, 디자인 : 양혜민, 출처 : 더우인, 제작 : 디지털뉴스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