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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고진 사망에도 건재한 바그너…28세 아들이 사업 확장

전형우 기자

입력 : 2026.10.19 05:14


▲ 러시아 모스크바에 마련된 임시 추모 공간

러시아에서 무장 반란을 일으켰다가 비행기 추락 사고로 숨진 예브게니 프리고진의 아들이 아버지가 이끌던 민간 용병기업 바그너그룹의 아프리카 사업을 물려받아 막대한 수익을 거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8일(현지시간) 프리고진의 아들 파벨 프리고진(28)이 아버지 사망 이후 바그너그룹의 아프리카 핵심 거점인 중앙아프리카공화국에서 사업을 오히려 키우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바그너그룹은 러시아 정부의 지원 아래 우크라이나와 아프리카 등에서 군사작전을 수행해온 민간 용병조직입니다.

아프리카에서는 현지 정권에 군사적 지원을 제공하는 대가로 금광 등 천연자원 개발 이권을 확보하며 세력을 키웠습니다.

바그너그룹 수장이었던 프리고진이 2023년 8월 의문의 비행기 추락 사고로 사망하면서 당시 25세였던 파벨이 아버지의 주요 사업을 물려받았습니다.

파벨은 젊은 시절 전용기와 초호화 요트에서 호화로운 생활을 즐기던 '부잣집 한량'으로 알려졌지만, 아버지 사망 이후 용병 사업에서 수완을 발휘했다는 평가입니다.

스위스 제네바에 본부를 둔 국제범죄 연구기관 '초국가조직범죄 대응 글로벌 이니셔티브'에 따르면 바그너그룹을 포함한 프리고진 일가의 합법·불법 사업에서 발생하는 연간 수입은 4억달러(약 5천351억원)를 넘는 것으로 추산됩니다.

파벨이 지휘하는 약 500명의 용병은 중앙아프리카공화국에서 금광을 장악하고 포스탱 아르캉주 투아데라 대통령의 신변 경호와 반군 진압 작전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바그너그룹은 이러한 군사적 영향력을 바탕으로 금 채굴뿐 아니라 무기 거래와 마약 유통, 주류 생산 등으로 사업을 확장했습니다.

파벨은 아버지가 구축한 무기 거래망을 이어받아 수단과 리비아 반군에 무기를 판매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파벨이 아버지의 사업을 유지할 수 있었던 데에는 중앙아프리카공화국 정부의 지원이 결정적이었습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023년 프리고진 사망 이후 바그너그룹의 러시아 내 사업을 장악하고 아프리카 용병 조직도 국방부 산하 '아프리카 군단'으로 흡수하려 했습니다.

그러나 반군의 위협 속에 바그너그룹의 군사적 지원에 의존해온 투아데라 대통령은 러시아 정부에 기존 바그너 용병들을 러시아 정규군으로 교체하지 말 것을 요청했습니다.

투아데라 대통령은 바그너 용병들을 현지 군과 경찰, 정보기관에 편입하는 등 파벨의 영향력 유지에도 힘을 실었습니다.

파벨은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거주하면서 중앙아프리카공화국 수도 방기를 정기적으로 오가며 사업을 관리하고 있습니다.

러시아 정부가 파벨의 사업 활동을 사실상 용인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스위스 비영리단체 임팩트의 조사관 루 오즈번은 "파벨이 계속 사업을 운영하도록 허용받았다는 것은 크렘린과 모종의 합의를 했거나, 러시아 정부가 그를 위협적이지 않은 존재로 판단했음을 의미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바그너그룹이 군사 조직을 넘어 조직범죄 집단으로 변질하고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WSJ에 따르면 바그너 용병들은 중앙아프리카공화국에서 자신들의 마약 유통망을 벗어나 독자적으로 영업하던 상인을 추격해 폭행했습니다.

이 상인은 이후 실종돼 생사조차 확인되지 않고 있습니다.

오즈번 조사관은 "바그너는 과거 강력한 특수부대 성격의 조직이었지만, 러시아 정부의 지원에서 벗어난 뒤 점차 조직범죄에 빠져드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습니다.

(사진=AP,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