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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수치스러운 일"…러 공격 재개 젤렌스키와 정면충돌

유덕기 기자

입력 : 2026.10.16 16:50|수정 : 2026.10.16 16:52


▲ 젤렌스키 대통령(왼)과 트럼프 대통령

우크라이나가 현지시간 15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러시아 정유시설에 대한 공습을 재개했습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전날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인터뷰에서 러시아의 지속적인 공습을 비난하며 대미 관계 악화를 무릅쓰고 정면 대응하겠다고 밝힌 지 하루만입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정유시설 공습 재개를 '수치스러운 일'로 규정하고, 젤렌스키 대통령을 향해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내며 정면으로 대립했습니다.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우크라이나는 이날 모스크바 남동쪽 라쟌 지역에 있는 정유시설을 공격했습니다.

러시아 국영 석유회사인 로스네프트가 소유한 곳으로 러시아 전체 정유 처리량의 약 5%를 담당하는 곳입니다.

라쟌 지역 당국자들은 해당 정유시설이 드론 69대와 플라밍고 순항미사일 4발의 공격을 받았다고 주장했습니다.

우크라이나는 또 넵튠 순항미사일로 러시아 남부 보로네시 지역의 비행장을 타격해 Su-34 전투기 4대를 격추하고 2대를 파손시켰다고 밝혔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 보수성향 매체 뉴스맥스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 정유시설에 대한 우크라이나의 공격 재개를 "수치스러운 일"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습니다.

최근 '에너지 휴전'을 일방 발표한 트럼프 대통령은 "공격할 대상이 많은데 경유 정유시설을 공격한다면 세계에 도움이 되지 않는 행동을 하는 것"이라며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습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가리켜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면서 푸틴 대통령보다 상대하기 어려운 인물이라고 깎아내리고는 우크라이나에 선거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했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에 대한 불신을 거듭 드러내며 우크라이나 리더십 교체 필요성을 재차 제기한 것입니다.

11월 중간선거를 눈앞에 두고 에너지 가격을 안정시켜야 하는 절박한 상황에 놓인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는 자신의 구상에 엇박자를 놓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달가울 리 없는 상황입니다.
우크라이나 공격받은 러시아 정유시설 (사진=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소셜미디어 캡처, 연합뉴스)
▲ 우크라이나 공격받은 러시아 정유시설 (자료화면)

우크라이나는 지난 11일 트럼프 대통령이 에너지 휴전을 발표한 이후 러시아 에너지 부문에 대한 공격을 자제해왔습니다.

그러나 러시아는 이 기간에도 우크라이나 발전소 등에 대한 공격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의 공격 상황은 외면하면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압박만 가중했습니다.

특히 러시아 탄도미사일 공격에 대한 조기경보가 갑자기 중단되고 군사 목적으로 사용되는 스타실드 시스템에 속도제한까지 걸리면서 우크라이나에 에너지 휴전을 강요하려는 조치 아니냐는 관측마저 나왔습니다.

우크라이나의 조기경보 시스템은 미국에 크게 의존하고 있으며, 스타실드 역시 미국의 상업용 위성 인터넷 서비스인 스타링크의 군사용 버전입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자 젤렌스키 대통령은 영국 방문길에 FT와 가진 인터뷰에서 작심 발언을 쏟아냈습니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가 러시아와 거래하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노골적으로 호감을 드러낸다고 성토하는 한편 러시아의 지속된 공격을 참아줄 인내심이 바닥났다고도 강도 높게 비판했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비판 수위는 유럽의 우려를 자아낼 만큼 직설적이고 거셌습니다.

로이터는 이런 날 선 비판으로 미국과 우크라이나의 관계가 2022년 전쟁 발발 이후 최악의 수준으로 치달을 수 있다고 짚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랫동안 러시아에는 밀착하는 행보를 보여왔지만, 젤렌스키 대통령에 대해서는 그다지 우호적이지 않았습니다.

지난해 2월 백악관에서 진행된 정상회담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면박을 줬고 양국 관계가 냉각해 유럽 각국이 나서 가까스로 파국을 막은 바 있습니다.

이번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에너지 휴전을 강요하면서 우크라이나 대통령 교체 필요성 마저 언급한 상황에서 젤렌스키 대통령도 참지 않고 공개적으로 맞서고 나섰다는 데 차이가 있습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우크라이나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이 노골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작년 취임 직후부터 우크라이나 전쟁을 단시간에 끝내겠다며 중재에 나서 우크라이나에 타협을 촉구해왔습니다.

우크라이나 내부에서도 미국과의 갈등이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러시아 공격을 방어하는 데 미국이 제공하는 정보에 의존하고 있어서입니다.

러시아도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습 고삐를 늦추지 않았습니다.

러시아는 밤새 우크라이나 중부의 기반 시설에 대한 드론 공격을 쏟아부었습니다.

크렘린궁은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에너지 인프라를 표적으로 삼는 것이 미국의 평화 노력에 역행한다고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날 우크라이나의 정유시설 공격이 미친 영향에 관해 "특별히 중요한 피해는 없었다"고 일축했습니다.

(사진=AP,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소셜미디어 캡처,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