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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경제] "증시 부양 편드냐"…국민연금에 질타 세례

한지연 기자

입력 : 2026.10.15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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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목요일 친절한 경제 한지연 기자 나와 있습니다. 한 기자, 이번 국정감사에서 국민연금이 굉장히 질타를 받았다고요?

<기자>

규칙대로라면 팔아야 할 주식을 안 팔고 버틴 게 도마 위에 올랐는데요.

야당은 "국민연금이 증시 부양 펀드냐"며 몰아세웠습니다.

여기서 규칙이란 리밸런싱을 말합니다.

국민연금은 1천700조 원 가까운 돈을 주식, 채권 같은 바구니에 비율을 정해 나눠 담는데요.

예를 들어 주식 비중을 15%로 정해놨는데 주가가 올라 25%가 되면 넘친 만큼 팔아서 이익을 챙기고, 떨어지면 사서 비율을 맞춥니다.

비쌀 때 팔고 쌀 때 사는 일종의 자동 브레이크인 거죠.

그런데 올해 증시가 뜨거워지자, 국민연금은 이 브레이크를 풀었습니다.

코스피가 5천을 넘보던 1월 말, 목표치를 넘어가도 6월까지는 팔지 않기로 했고요.

5월 말에는 아예 국내 주식 목표 비중을 14.9%에서 20.8%로 올리고, 넘쳐도 되는 폭까지 넓혀서 최대 28.8%까지 들고 있게 했습니다.

게임 도중에 규칙을 두 번이나 바꾼 건데요.

그런데도 6월 말 비중은 29.1%, 넓혀 놓은 한도마저 넘었습니다.

다른 데는 어떤지 보면요.

사학연금과 우체국은 지난 10년 동안 이렇게 미룬 적이 없고, 공무원연금은 한도를 넘자 한 달 안에 규칙대로 맞췄습니다.

야당은 대통령이 여러 차례 국내 주식 비중을 언급한 뒤에 규칙이 바뀌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앵커>

그래서 국민연금이 증시 변동성을 키웠다는 지적이 있어왔죠.

<기자>

국민연금이 버티는 사이에 외국인은 고점에서 대거 팔고 빠져나가고, 쏟아진 물량을 개인이 떠안았다는 비판입니다.

코스피는 6월 19일 장중 9천300선까지 치솟았다가 7월 29일에는 하루에만 6% 가까이 빠지며 5천600선까지 고꾸라졌습니다.

코스피와 코스닥에 사상 처음으로 이틀 연속 서킷 브레이커가 걸리기도 했죠.

그 사이 외국인은 8월 초까지 올해에만 190조 원 넘게 팔고 나갔는데요.

특히 증시가 가장 뜨거웠던 5월과 6월에만 110조 원어치를 팔았습니다.

반대로 개인은 110조 원어치를 사들였습니다.

평균으로 치면 코스피 7천400 안팎에서 산 셈인데, 지수가 그 아래로 내려앉으면서 개인 순매수 물량의 80%가 손실 구간에 들어갔다는 증권사 분석도 나왔습니다.

주가가 떨어지면서 7월 한 달에만 국민연금이 가진 국내 주식 가치가 124조 원이나 쪼그라들었고, 같은 기간 전체 기금은 181조 원이 줄었습니다.

규칙대로라면 떨어질 때 주식을 사서 비중을 다시 채워야 하는데, 급락 직전에는 이미 한도를 넘게 들고 있어서 사들일 여력도 제한됐다는 지적입니다.

다만 7월 급락에는 반도체 경기에 대한 걱정이 컸던 영향도 있고요.

5월 말 처음 나온 삼전·닉스 두 배 레버리지 ETF가 변동성을 더 키웠다는 분석도 나왔습니다.

<앵커>

국민연금도 해명을 내놨을 텐데 설득력이 있었습니까?

<기자>

아닙니다. 규칙대로 팔았다면 오히려 시장이 무너졌을 거라고 대답했습니다.

김성주 이사장은 유예를 안 했다면 하루 8천억 원, 코스피 하루 거래대금의 10%쯤을 쏟아내야 했을 거라고 했습니다.

결정도 민간 전문가들과 만장일치로 내린 거라며 정부 주문이 그대로 통과된 적은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회의록을 바로 공개하지 않는 것도 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안건은 기금위 의결로 공개를 최대 4년 늦출 수 있게 한 2013년 규정에 따른 거라고 했고요.

국민연금은 7월 급락을 거친 뒤에도 원래 규칙대로 운용했을 때보다 성과가 나았을 걸로 추정된다고 밝혔는데요.

다만 따지는 기간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단서를 달았습니다.

가장 최근 공개된 7월 말 기준 전체 수익률은 14.8%, 국내 주식 수익률은 60%였습니다.

하지만 그 뒤로도 증시가 더 밀려서 이번 주에는 6천 선마저 위태로운 만큼 안심할 상황은 아닙니다.

남는 숙제도 있습니다.

국민연금 투자 방향을 정하는 기금운용 위원회는 보건복지부 장관이 위원장이고 정부 쪽 위원이 많은데요.

이사장도 연금을 내는 직장인, 자영업자 같은 가입자 대표를 늘려야 한다고 했습니다.

규칙을 바꾼 회의록은 2030년에야 공개되는데, 야당은 국정조사까지 벼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