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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위한 질문', '유튜브 위한 질문' 속출하는 국방부 브리핑…과하지 않은가 [취재파일]

김태훈 국방전문기자

입력 : 2026.10.15 09:39


▲ 국방부 정례 브리핑에서 질문을 듣는 정빛나 국방부 대변인과 장도영 합참 공보실장

요즘 국방부 정례 브리핑을 소재로 제작된 각종 유튜브 영상들이 많은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대개는 기자들의 집요한 질문에 국방부 대변인과 합참 공보실장이 시원하게 답을 못해 쩔쩔매는 모습을 담았습니다. 군과 국방부의 위신과 명예를 깎아내리는 용도로 소비되고 있습니다.

속내를 들여다보면 미묘한 점들이 있습니다. 군과 국방부는 작전과 같은 군사적 사안에 대해 답변할 수 있는 한계가 있습니다. 한국 문민통제에서 통수권과 군의 관계도 복잡해서 군과 국방부의 입은 아주 부자유스럽습니다. 여기에 정치적 쟁점까지 더해지면 군과 국방부의 스피커들은 옴짝달싹 못 합니다. 한 예비역 장군은 오래 전 국방부 대변인 시절을 회상하며 "국방부로 출근할 때마다 '주여, 이 문에 들어서면 바른 말 할 수 없음을 용서하소서'라고 기도했다"고 토로했을 정도입니다.

지뢰 도발한 북한을 향해 날카로운 비판과 백배의 대응을 하고 싶은 집단은 누가 뭐래도 군입니다. "북한의 지뢰 매설을 왜 북한의 공격이라고 말하지 못 하냐"라며 물고 늘어지는 기자들의 심정은 전우가 다쳐 부글거리는 '마초' 군인들의 심장에 비하면 미지근하다 못해 냉랭할 것입니다. 그들은 말과 행동을 안 하는 것이 아니라, 위에 언급한 여러 사정상 말과 행동을 꾹꾹 씹어 삼킬 뿐입니다.

기자들도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군과 국방부를 링 안에 가둬놓은 상태에서 질문 세례를 펼칩니다. 국방부와 군을 향해 던지는 기자들의 질문이 '취재를 위한 질문'이 아니라 '질문을 위한 질문', '유튜브 조회수를 위한 질문'은 아닌지 돌아봐야 합니다.
 

왜 군인에게 '공격' 답변 강요하나

지난 7일 국회 외통위 통일부 국감에서 한동훈 의원은 정동영 통일부 장관에게 서부전선 지뢰 사건의 성격을 물었습니다. 한 의원은 서부전선 지뢰 사건을 "국민들이 공격이라고 받아들일 만하고, 상식이라고 생각한다"고 공세를 폈습니다. 정동영 장관은 "공격으로 특정할 수 없다", "근본 문제를 제거해야 한다"며 피했습니다.

군은 조사를 마친 뒤 지뢰 사건을 공식적으로 북한의 도발로 규정했습니다. 지난 12일 국방부 정례 브리핑에서 한 기자는 "지뢰 사건은 북한의 공격이냐"고 질문했고, 합참 장도영 공보실장은 "정전협정 위반이자 도발이라고 보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기자는 "공격이라고 보지 않는 것이냐", "도발과 무슨 차이가 있나"라며 꼬리물기식 질문을 했고, 장 실장은 "도발이다"라는 입장을 바꾸지 않았습니다.

도발은 실질적이고 법적인 차원에서 공격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즉, 장 실장의 도발 답변에는 공격의 뜻이 담겨있습니다. 하지만 정치인 정동영 장관과 정치인 한동훈 의원의 논쟁으로 인해 공격이란 단어가 정치적으로 오염된 마당에 현역 군인의 입으로 지뢰 사건을 공격이라고 말하기는 참 곤란합니다. 군을 대변하는 장도영 실장이 공격을 언급하는 순간, 군은 정치에 휘말립니다. 공보실장이 공격을 입에 못 올리는 이유입니다.

국방부 드나드는 기자라면 이를 모를 리 없습니다. 잘 알면서도 공보실장이 답변할 수 없는 질문을 일부러 한 것으로 보입니다. 국방부의 한 당국자는 "군인을 궁지에 몰아넣는 장면을 연출해 유튜브에서 주목 받기 위한 기자들의 의도적인 질문 공세"라고 잘라 말했습니다. 한 장교는 "브리핑 때 말하지 못 한 설명을 브리핑 후에 하려고 하면 듣지 않고 자리를 뜨는 기자도 있다", "기사는 안 쓰고 질문만 한다"고 꼬집었습니다.
 

브리핑 후 '대박', '역대급' 외치는 기자들

국방부 정례 브리핑에서 발언하는 정빛나 국방부 대변인
지난달 29일 국방부 정례 브리핑에서는 지뢰 사건 현장 조사 발표 시점을 두고 "대통령 일정과 타임라인을 맞춘 것 아니냐"는 어떤 기자의 질문이 나왔습니다. 군이 현장 작전 상황을 청와대 국가안보실과 협의해 발표 시점을 정한 것은 당연지사입니다. 선진국의 통수권과 군도 그렇게 하는 법인데 우리 군의 발표를 굳이 정치와 연결시켜 물으면 군은 말문이 막힙니다. 정치와 엮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군이 도발로 규정하기 한참 전에 "지뢰 사건은 도발 아니냐"고 윽박지르는 모 기자의 질문도 있었습니다. 대변인이나 공보실장은 자의적으로 사건의 정의를 내릴 수 없는데도 기자의 질문은 막무가내였습니다. 지뢰 사건이 도발, 공격이라는 사실을 국방부와 군은 충분히 인식하고 있지만 공식 스피커는 정부의 최종 결정 때까지 입을 열 수 없습니다.

지뢰 사건으로 한창 시끄러웠던 어느 날, 국방부 브리핑을 마친 몇몇 기자들은 "오늘 브리핑은 역대급이었다", "대박 브리핑이었다"라고 한마디씩 하며 브리핑실을 나섰습니다. 개선장군이 따로 없었습니다. 이를 본 한 장교는 "질문을 위한 질문을 던져 당국자들을 곤경에 빠뜨린 기자들이 유튜브에서 주목받을 생각에 잔뜩 신이 났다"고 평했습니다.
 

 브리핑 후 독자 취재한 보도를 기대하며

정부의 정례 브리핑은 기본적인 정보만 전달합니다. 정례 브리핑에서 제공되는 정보는 기사의 초보적인 재료에 불과합니다. 진짜 기사는 브리핑 후 기자의 독자 취재에서 나옵니다. 여기저기 전화 하고, 이사람 저사람 만나서 정보 취합해서 쓴 기사가 진짜 기사이고, 특종입니다. 기사의 사회적 영향력도 기자의 독자 취재에서 출발합니다.

요즘 국방부 정례 브리핑은 국방부와 군이 기본적인 정보를 전달하는 창구에서 많이 벗어난 것 같습니다. 군과 정치를 엮으려는 질문, 질문을 위한 질문, 유튜브의 주목을 노린 질문들이 속출합니다. 한발 더 들어가 특종이나 심층취재의 기초로 삼기 위해 던지는 질문은 많지 않습니다. 국방부 정례 브리핑을 취재의 전부로 여기는 분위기도 감지됩니다.

일찍이 군 스스로 신뢰를 무너뜨린 바, 군인들도 원죄가 있습니다. 그렇다고 군의 약점을 악용해 교묘하게 덫에 빠뜨려 군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질문까지 환영받아서는 안 됩니다. 언론은 군의 신뢰를 다시 세우는 데 힘을 보태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