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원지법
필로폰을 투약한 채 수많은 시민이 타는 시내버스를 운전한 중국 국적의 40대 버스 기사에게 실형이 선고됐습니다.
쉬는 날에만 투약했다는 피의자의 주장과 달리, 투약 후 약물 기운이 남아있는 상태에서 버스를 운행한 사실이 수사 결과 확인됐습니다.
오늘(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법 안산지원 형사2단독 정진우 판사는 마약류관리법 및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 씨에게 징역 2년 6개월과 벌금 70만 원을 선고하고 40시간의 약물중독 재활교육 프로그램 이수를 명령했습니다.
정 판사는 "피고인은 필로폰을 투약한 상태에서 시내버스를 운전한 사실이 인정돼 죄책이 무겁다"며, "다만 피고인이 범행을 인정하고 국내에서 벌금형을 초과하는 범죄 전력이 없는 점을 고려해 양형했다"고 밝혔습니다.
경기 안산의 한 운수업체 소속 시내버스 운전사인 A 씨는 지난 5월 말부터 7월 중순까지 13차례에 걸쳐 필로폰을 투약한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됐습니다.
그의 범행은 한밤중 음주운전 단속 과정에서 드러났습니다.
A 씨는 지난 7월 23일 오전 3시 50분쯤 시흥에서 안산 집 부근까지 13㎞가량을 혈중알코올농도 0.102%의 만취 상태로 운전하다가 도로 한가운데 차를 세워두고 잠이 들어 경찰에 체포됐습니다.
이후 차량 내부 수색 과정에서 필로폰 흡입 도구가 발견되면서 마약 투약 범죄까지 추가로 발각됐습니다.
조사 결과 A 씨는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필로폰을 구매해 주거지 주변 차 안에서 투약해 온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당초 A 씨는 "비번(쉬는 날)에만 투약해 버스 운행에는 지장이 없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경찰은 흡입식 필로폰의 약물 영향이 12시간가량 지속된다는 점에 주목해 투약 시점과 근무 일지를 대조했습니다.
그 결과, A 씨가 투약 후 7시간도 지나지 않아 약물 기운이 남아있는 상태에서 시내버스를 운행한 구체적인 행적이 드러났습니다.
수사 당국에 따르면 A 씨는 지난 6월 11일 오후 11시 30분쯤까지 필로폰을 투약한 뒤, 이튿날인 12일 오전 6시 5분쯤부터 8시쯤까지 약 2시간가량 시내버스를 몰았습니다.
또한 7월 21일에도 오후 11시까지 투약한 뒤, 다음 날인 22일 오전 5시 50분쯤부터 6시 45분쯤까지 시내버스를 운전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이 밖에도 7월 11일에는 마약을 투약한 직후인 오전 10시 12분쯤부터 자신의 승용차를 직접 운전하기도 했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 당시 "개인 차량이나 택시 등의 약물운전 사례는 있었으나, 시내버스의 약물운전은 보지 못한 매우 이례적이고 중대한 사건"이라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전문가들 역시 "불특정 다수의 안전을 책임지는 대중교통 운수종사자의 마약 투약은 돌발 상황 대처 능력을 떨어뜨려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다"며, "정기 검사 외에 무작위 불시 검사 도입 등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