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프 핵심요약
SNS 알고리즘 유발 관광과 주거 환경 침해: 틱톡 등 SNS 알고리즘을 타고 암스테르담의 감자튀김집 '파벨 프리트'에 관광객이 폭증하면서 소음, 쓰레기, 통행 방해 등 주거 환경이 극도로 악화되었고, 반경 70m 이내 주택 거래가가 평균 11.4% 낮게 형성되는 현상이 관찰되었습니다.
갈등 심화와 행정·법적 한계: 영업시간·대기 인원 제한 조치, 사측의 인력 배치, 시민단체·주민 소송 등 온갖 대응에도 불구하고, 사업자의 영업권과 주민의 주거권 및 거주 환경 보호 사이에서 행정적·법적 명확한 해법을 찾지 못해 갈등이 장기화되고 있습니다.
글로벌 차원의 '오버투어리즘' 과제: 알고리즘이 특정 골목을 순간적으로 관광지화하면서 서울 북촌(방문시간 제한 레드존 지정) 등 세계 주요 도시들이 일상 주거 공간과 관광 공간의 경계 설정 및 주거권 보장이라는 공통된 과제에 직면해 있습니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한 골목.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 있습니다. 이 사람들이 기다리는 건 유명 미술관도, 관광 명소도 아닙니다. 감자튀김입니다. SNS에서 유명해진 '파벨 프리트'입니다. 이런 유명 가게라면 주변 상권도 들썩이고 집값도 오를 것 같지만, 가게 주변 70m 안에 있는 집들이 다른 집보다 10% 이상 낮은 가격에 거래됐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감자튀김집 하나가 뜬 뒤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요?
01. 시작은 틱톡
파벨 프리트가 문을 연 건 2020년 8월, 지금 같은 광경이 본격적으로 나타난 건 2022년 무렵부터였습니다. 틱톡과 인스타그램에 치즈 듬뿍 얹는 장면과 감자튀김 인증 영상이 퍼지면서 관광객들이 몰려들기 시작했습니다. SNS에서 본 음식을 먹고 같은 장소에서 사진과 영상을 찍기 위해 전 세계 관광객들이 이 작은 골목을 찾아온 겁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게 현지 언론이 '틱톡 줄'이라고 부르는 긴 대기줄입니다.
문제는 이 좁은 골목. 가게가 있는 곳은 수백 명이 줄 설 수 있는 넓은 관광지가 아닙니다. 가게 내부도 크지 않아 기다리는 것도 거리에서, 먹는 것도 거리에서 해야 합니다. 작은 가게의 인기가 골목 전체로 흘러넘친 겁니다.
02. "거리 전체가 감자튀김집 같아요"
니크 판 데르 헤이던 | 주민 소송 대표
어디를 둘러봐도 감자튀김을 든 사람들이 보입니다. 거리 전체가 파벨 프리트로 가득합니다.
주민들이 호소하는 문제는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관광객들이 집 앞 계단에 앉거나, 좁은 보도를 가로막고 사람과 자전거, 차량이 뒤엉킵니다. 먹고 남은 용기와 소스, 거리에 쓰레기, 갈매기가 몰려들고 쥐 문제까지 생겼다는 주민들 불만이 이어졌습니다. 맛의 문제가 아니라 가게 자체가 갈등의 상징이 된 겁니다.
03. 가게도 손 놓고 있던 건 아니다
가게도 아무것도 하지 않은 건 아닙니다. 줄을 정리하는 전담 직원을 두고 관광객들이 주변 집 계단이나 출입구를 막지 않도록 관리합니다. 주변 거리도 하루 4차례 청소합니다. 갈매기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동안 매까지 동원했습니다. 손님을 분산하려 다른 지역에도 매장을 늘렸습니다. 그럼에도 주민들이 느끼는 불편은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04. 시가 내놓은 해법 "줄은 10명까지만"
2024년 암스테르담시는 가게 앞에서 기다릴 수 있는 사람을 최대 10명으로 제한하려 했습니다. 줄을 줄이면 주민 불편도 줄어들 거라는 판단이었습니다. 파벨 프리트는 법원으로 갔습니다. 가게 측이 이미 별도의 대기 공간과 줄 관리 직원을 운영하고 있는데 왜 10명으로 제한해야 하느냐고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법원은 가게 측 손을 들어줬습니다. 암스테르담시가 10명 제한이 기존 조치보다 더 효과적이라는 근거를 충분히 제시하지 못했다고 판단한 겁니다. 주민 피해를 줄여야 한다는 데는 큰 이견이 없었지만, 어디까지 영업을 제한할 수 있느냐는 해결되지 않은 문제로 남았습니다.
05. "줄 건너뛰려면 QR을 찍으세요"
2025년에는 암스테르담의 이른바 '틱톡 맛집'을 겨냥한 활동가들의 행동까지 등장했습니다. '줄을 건너뛰려면 QR 코드를 찍으세요' 이걸 본 관광객이 QR을 찍으면 새치기 방법이 아니라 전혀 다른 내용이 등장합니다. '당신이 돈을 쓰려는 이런 장소들 때문에 암스테르담이 위협받고 있습니다. 이 줄에 서지 말고 다른 곳을 찾으세요' QR을 읽은 한 관광객은 실제로 줄을 떠났습니다.
관광객
'이 줄에 서는 건 젠트리피케이션이라는 심각한 문제에 기여하는 것이다' 오케이! 그럼 떠날게요.
관광객의 소비가 임대료와 상권, 주민들의 생활 환경을 바꾸고 있다는 취지의 메시지였습니다. QR은 다른 SNS 유명 맛집의 줄에도 등장했습니다. 문제가 특정 감자튀김집 하나가 아니라 SNS를 타고 특정 골목으로 사람이 한꺼번에 몰리는 현상 자체라는 주장입니다.
06. 시를 법정에 세웠다
이번엔 수년째 불편을 호소해 온 주민 20명이 암스테르담시를 상대로 법원에 갔습니다. 장사가 너무 잘 되니 가게 문을 닫으라는 문제 제기가 아니었습니다. 쟁점은 '시가 허가를 내줄 때 주민들 피해를 충분히 고려했나'. 주민들은 영업 허가를 내주고 유지하는 과정에서 시가 가게의 영업 이익에 비해 주거 환경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다고 주장합니다.
시 측도 주민 불편 자체는 인정합니다. 하지만 모든 문제를 가게 책임으로 돌릴 수는 없다는 입장입니다.
암스테르담시 관계자
바람이 조금만 불어도 용기가 운하로 날아갑니다. 어느 순간부터는 시가 업체에 그걸 계속 쫓아다니며 치우라고 요구할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그렇다고 허가 자체를 거부하는 건 사업자에게 지나치게 무거운 조치라는 입장입니다.
딩에먼 카오모우 | 소송 주민
불편이 줄어들면 됩니다. 줄이 훨씬 짧아지고 보도에 있는 사람도 훨씬 줄어야 합니다.
행정법원은 심리 뒤 최대 6주 안에 판단을 내릴 예정입니다.
07. 집값까지?
최근 이 골목을 두고 흥미로운 연구가 나왔습니다. 델프트공대 연구진이 2015년부터 2023년까지 암스테르담 주택 거래 6,233건을 분석했습니다. 집 크기와 상태 등 조건을 보정해 비교했더니 파벨 프리트에서 500m 안에 있는 집은 비교 대상 주택보다 평균 4.88% 낮은 가격에 거래됐습니다. 반경을 70m까지 좁히자 가격 차이는 11.4%까지 커졌습니다.
연구는 '감자튀김집 때문에 집값이 11.4% 폭락했다'라기보다는 가게에 가까운 집들이 비슷한 조건의 다른 집보다 낮은 가격에 거래되는 패턴이 관찰됐다고 분석했습니다. 가게와 가까워질수록 그 차이는 커졌습니다. 주민들이 호소해 온 생활 불편이 주택 거래 가격과의 연관성을 따지는 연구 대상까지 된 겁니다.
08. 문제는 감자튀김이 아니라 알고리즘?
2026년 또 다른 연구진은 SNS 유명 음식점 여러 곳을 직접 관찰했습니다. 관광객들은 SNS에서 음식을 발견하고 그 장소를 찾아갑니다. SNS에서 봤던 것과 비슷한 영상을 찍고 다시 온라인에 올리면 알고리즘은 그 영상을 또 다른 사람에게 보여줍니다. 그 사람이 다시 같은 장소를 찾아옵니다. 이 과정이 반복되는 겁니다. 연구진은 이를 '소셜 미디어가 유발한 음식 관광'으로 분석합니다. 이런 현상을 관광객들도 체감하고 있습니다.
관광객
틱톡에 우리 모두가 영향을 받는 게 좀 아쉽다고 생각해요. 그러다 현지 음식들을 놓치게 되잖아요.
예전에는 여행 가이드북과 여행사가 사람을 데려왔다면 이제는 알고리즘이 그 역할을 합니다. 때로는 도시 골목의 동선까지 만들어 버립니다.
09. 암스테르담만의 문제일까?
한옥 사이 좁은 골목 사진을 찍는 관광객들, 그 골목에는 지금도 실제 사람들이 살고 있습니다. 서울 북촌에서도 관광객 소음과 쓰레기, 사생활 침해 같은 문제를 놓고 주민들 불만이 오랫동안 이어졌습니다. 결국 서울 종로구는 북촌 일부 지역을 '특별관리지역'으로 지정했습니다. 북촌로11길 일대 '레드존'에서는 관광객이 방문할 수 있는 시간이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로 제한됩니다. 제한 시간에 관광 목적으로 들어가면 1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됩니다.
관광객이 몰리는 공간과 주민이 살아가는 공간을 어떻게 나눌 것인가. 암스테르담과 서울이 비슷한 질문을 마주하고 있는 겁니다.
10. 관광객을 막을 것인가, 주민을 지킬 것인가
두 도시의 상황이 완전히 같은 건 아닙니다. 북촌은 지역 전체가 유명 관광지고, 파벨 프리트는 SNS에서 갑자기 커진 특정 음식점을 중심으로 벌어진 문제입니다. 그럼에도 두 곳이 던지는 질문은 닮았습니다. 누군가에게는 암스테르담에 가면 꼭 먹어봐야 할 감자튀김, 누군가에게는 서울에 오면 꼭 찍어봐야 할 한옥 골목. 그곳들은 동시에 누군가가 매일 드나드는 생활 공간이기도 합니다. 영상 하나가 뜨는 순간 알고리즘이 평범한 골목까지 관광지로 만들어 버릴 수 있습니다.
감자튀김 한 봉지에서 시작된 암스테르담의 논쟁. 알고리즘이 찾아낸 다음 핫플에서도 우리는 다시 같은 질문을 하게 될지 모릅니다. 관광객의 공간은 어디까지이고, 주민의 일상은 어디서부터 지켜져야 할까요?
Deep Dive Q&A
Q1. 암스테르담의 감자튀김집 '파벨 프리트' 사태에서 델프트공대 연구진이 밝혀낸 주택 거래 가격 관련 연구 결과는 무엇인가요?
A1. 델프트공대 연구진이 2015년부터 2023년까지 암스테르담 주택 거래 6,233건을 분석한 결과, 주택 크기와 상태 등 제반 조건을 보정했을 때 파벨 프리트 반경 500m 이내 주택은 비교 대상 주택보다 평균 4.88% 낮은 가격에 거래되었습니다. 특히 가게와 매우 가까운 반경 70m 이내로 들어서면 거래 가격 차이가 11.4%까지 확대되는 패턴이 관찰되었습니다. 이는 관광객 과밀로 인한 소음, 쓰레기, 통행 방해 등 주민들의 생활권 침해 피해가 실제 부동산 거래 가치에 반영된 주요 지표로 해석됩니다.
Q2. 알고리즘이 유발한 과잉 관광(Overtourism) 문제에 대응해 네덜란드 암스테르담과 한국 서울이 도입하거나 시도한 구체적인 행정·사회적 조치는 무엇인가요?
A2. 암스테르담시는 매장 앞 대기 인원을 최대 10명으로 제한하는 행정 명령을 시도했으나 법원에서 입증 부족으로 배척당했고, 현재는 주민들이 시를 상대로 영업 허가 시 주거권 미고려에 대한 행정소송을 진행 중입니다. 한편 한국 서울 종로구는 주민 주거권 보호를 위해 북촌 한옥마을 일대(북촌로11길)를 '특별관리지역(레드존)'으로 지정하여 관광객 방문 시간을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로 제한하고 있으며, 제한 시간 위반 시 1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직접적인 통제 정책을 시행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