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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살던 집인데"…들것에 실려 쫓겨난 할머니 숨졌다

권영인 기자

입력 : 2026.10.08 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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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스페인에서는 지금 주택난에 항의하는 시위가 연일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임대료 폭등으로 70년을 살던 집에서 쫓겨나 이번 시위의 불씨를 당긴 80대 노인이 끝내 숨졌습니다.

파리 권영인 특파원입니다.

<기자>

수천 명의 시민들이 스페인 수도 마드리드 거리를 가득 메웠습니다.

이들은 스페인 주택난 시위의 상징인 마리아 델 카르멘 아바스칼의 죽음을 추모하기 위해 모였습니다.

[이건 단순한 사망이 아닙니다. 노동자에 대한 살인입니다.]

올해 87세인 아바스칼은 2주 전 70년 동안 살았던 집에서 강제 퇴거당했습니다.

아파트를 사들인 투자 회사가 임대료를 한꺼번에 230% 올렸고, 저항하던 할머니가 들것에 실려서 쫓겨나는 모습이 공개되자 스페인 전역이 들끓었습니다.

[베아트리스 두로/스페인 시민 : 저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었습니다. 경찰이 동원한 모든 수단과 행사한 물리력은 지나치게 과도하고 불필요했다고 생각합니다.]

코로나 사태 후 치솟은 임대료에 시달리는 스페인 시민들이 연일 시위를 이어갔고, 마드리드 시청 앞 광장은 주택난 해결을 요구하는 노숙 시위 텐트로 가득 찼습니다.

여론이 악화하자 투자회사는 강제 퇴거 조치를 철회하고 할머니가 살던 집으로 돌아가도록 허용했습니다.

[아바스칼 : 여러분 모두에게 용기를 내어 맞서 싸우고, 여러분의 정당한 권리를 지켜내라고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부디 다치지 않게 조심하세요.]

정치권도 요동쳤습니다.

새 주거지가 마련되기 전까지 세입자 강제 퇴거를 막는 법안 등을 집권 여당이 통과시키려 했지만, 보수 진영의 반대로 무산됐습니다.

그러자 산체스 총리는 의회를 해산하고 내년 여름으로 예정됐던 총선을 다음 달로 앞당기는 승부수를 던졌습니다.

투자회사도 임대료 인상을 포기하고 원래대로 8년짜리 새 계약을 체결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강제 퇴거 충격으로 쇠약해진 아바스칼은 새 계약에 서명하지 못하고 현지 시간 7일, 입원 중이던 병원에서 숨을 거뒀습니다.

[디아나/추모 집회 참가자 : (아바스칼은)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던 분이었는데, 그 집에서 쫓겨나자마자 병원에 입원해야 했고, 오늘 결국 숨을 거두셨습니다.]

세입자 단체들은 아바스칼의 장례 후에도 서민 주택난을 해결할 대책이 마련될 때까지 시위를 계속 이어간다는 방침입니다.

(영상취재 : 김시내, 영상편집 : 박춘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