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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원전 2028년 시동…노예계약 족쇄 푼 정부 속도전

최승훈 기자

입력 : 2026.10.07 15:47


▲ APR1400 노형인 UAE 바라카 원전 4호기 전경

한미 양국이 큰 틀에서 합의한 총 1,200억 달러 규모의 미국 내 대형 원전 8기 건설 프로젝트가 2028년 전후로 구체화될 전망입니다.

한국 정부는 원전 종주국인 미국 본토에 한국형 원전 2기를 수출하는 성과를 발판 삼아 원전 수출 시대를 본격적으로 열겠다는 구상입니다.

산업통상부는 오늘(7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원자력 산·학·연·관 약 100명이 참석한 가운데 '제1차 원전 수출 리더스포럼'을 개최하고 '한미 원전 프레임워크'의 주요 내용을 설명했습니다.

이상은 산업부 원전수출진흥과장은 "2028년쯤에는 미국의 어딘가에 사업이 구체화할 수 있을 것"이라며 "특히 2028년에 미국 대선이 있어 미국 정부가 대선 전까지 진행되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속도를 낼 것 같고, 그 속도에 맞추려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한미 양국은 미국 내 대형 원전 8기 건설을 위한 '한미 원전 프레임워크'에 합의했습니다.

이 중 2기는 한국형 원전인 APR1400으로 지어집니다.

비용은 대미투자기금에서 건설비 1천억 달러와 예비비 200억 달러 등 총 1,200억 달러를 투입합니다.

AP1000 2기를 먼저 짓고, APR1400과 AP1000 각 2기를 지은 뒤 AP1000 2기를 추가로 건설하는 방식입니다.

프레임워크에는 "1, 2 단계의 설계·시공·조달(EPC) 계약 시차는 6개월 이내가 되도록 합리적으로 노력한다"고 명시해 APR1400 도입 지연에 대한 우려를 해소했습니다.

원전 부지는 미국 연방정부 부지로 추진됩니다.

인허가 기간 단축과 기존 전력망 연계 등 행정·인프라 측면에서 유리한 연방정부 소유 부지를 우선 활용해 건설 속도를 최대한 끌어올린다는 구상입니다.

미국 측이 제안할 부지가 여건에 맞지 않을 경우 한국 측이 재요구할 수 있는 권한도 확보했습니다.

원전 프로젝트는 한국 정부가 미국 측에 먼저 제안했습니다.

한국은 국가별로 차등 부과하는 관세에서 낮은 세율을 적용받는 대가로 총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약속했습니다.

이 가운데 조선 분야 1,500억 달러를 제외한 2천억 달러를 전략적 투자로 집행해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이 과장은 "미국만 원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원하는 프로젝트를 제안해 보자는 생각이었다"며 "단순히 미국에 투자하는 것으로 끝날 게 아니라 한국 기업들이 많이 참여하고, 그 참여를 통해 발생한 이익이 한국으로 다시 환류될 수 있는 프로젝트가 무엇일지 고민한 끝에 원전을 제시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걸림돌이 있었습니다.

바로 지난해 1월 한국전력·한국수력원자력과 미국 웨스팅하우스 간에 최종 타결됐던 타협협정(SA)이었습니다.

당시 맺은 SA에는 원전 1기 수출당 기술 사용료 등으로 웨스팅하우스에 1조 원 이상을 지급해야 하는 조건이 담겼습니다.

계약 기간은 50년에 만료 후에도 5년 단위로 갱신되며, 향후 국내 기술로 개발할 소형모듈원자로(SMR) 모델까지 웨스팅하우스의 사전 검증을 받도록 규정돼 '노예계약'이라는 거센 비판을 받았습니다.

게다가 미국·캐나다·멕시코 등 북미를 비롯해 유럽과 영국 진출마저 원천 차단돼 한국은 남미·아프리카·아시아 일부 등 여건이 열악한 시장으로만 원전 수출을 할 수 있었습니다.

이를 깨기 위해 한국 정부는 미국 상무부뿐만 아니라 에너지부, 내무부, 백악관 국가에너지회의, 주정부, 의회, 현지 유틸리티·IT·금융 기업을 전방위로 접촉하며 설득을 이어갔습니다.

특히 인공지능(AI) 시대 전력난 속에서 중국과의 AI 패권 경쟁에서 승리하려면 서방 진영에서 유일하게 탄탄한 원전 공급망과 시공 역량을 갖춘 한국과의 협력이 필수적이라는 점을 집중 부각했습니다.

이 과장은 "팸플릿까지 제작해 미국의 여러 곳을 아웃리치했다"며 "'50년 전 미국이 한국에 뿌린 원전 기술이라는 씨앗이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춘 산업의 열매가 돼 이제 미국과 함께 번영하고자 한다'고 호소했다"고 전했습니다.

이러한 총력전 끝에 미국 정부가 '한미 원전 프레임워크'를 먼저 제안해 왔고 웨스팅하우스와도 한국형 원전인 APR1400 2기에 한해서만 예외적으로 미국 시장 진출을 허용하기로 SA 개정에 합의했습니다.

이 과장은 "웨스팅하우스에 지급할 기술 사용료·역무·핵연료 대가가 과도하게 늘지 않도록 상한선을 설정했다"고 설명했지만 구체적인 금액은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정부는 이번 원전 건설 과정에 국내 기자재·시공 업체들의 우선 참여가 보장된 만큼 대미 투자금의 상당액이 국내 원전 생태계로 다시 환류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또한 웨스팅하우스 지분 5~10%를 인수합니다.

특히 브룩필드(51%)와 카메코(49%) 등 캐나다 기업 중심의 지분 구조를 희석하려는 미국 정부의 기류와 맞물려 향후 기업공개(IPO) 이후에 한국 측의 지분율이 더 늘어날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이 과장은 "웨스팅하우스가 거둘 이익을 우리 기업들도 공유할 수 있도록 시공·기자재 업체를 중심으로 지분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며 "현재 기업들의 참여 의향을 조사하고 있으며, 컨소시엄 형태로 인수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를 통해 향후 제3국 시장에 APR1400뿐만 아니라 AP1000 노형이 수출될 때도 한국 기업이 동등한 파트너로서 수익을 공유할 수 있는 발판이 생길 전망입니다.

강감찬 산업부 무역투자실장은 "이번 한미 합의 성과는 탄탄한 원전 생태계를 구축하고 성공적으로 사업을 완수해 온 한국 원자력계의 노고 덕분"이라며 "전 세계적으로 원전 수요가 확대되는 만큼 K-원전의 글로벌 진출을 위해 정부도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사진=한국전력 제공,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