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예멘 정부군이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의 지원을 받아 친이란 예멘 반군 후티를 겨냥한 영토 탈환전에 돌입했습니다.
라샤드 알알리미 예멘 대통령지도위원회 위원장은 현지시간 4일 TV 연설에서 "오늘 남은 영토를 탈환하고 국가와 국가기관의 권한을 전국 영토 전체로 확대하기 위한 군사작전의 시작을 선언한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군사작전 개시 선언은 후티가 예멘 제3의 도시인 남서부 타이즈 외곽으로 진격하는 상황에서 이뤄졌습니다.
지난달 예멘 홍해 연안과 바브엘만데브 해협 지역을 장악한 후티는 최근 며칠간 타이즈와 예멘 정부 임시 수도인 아덴을 연결하는 주요 도로를 차단하고 타이즈 외곽에서 정부군과 동맹 세력을 상대로 대규모 공세를 벌이고 있습니다.
앞서 로이터는 지난 2일 예멘 정부군이 사우디와 함께 후티를 상대로 지상·공중 공세를 준비 중이라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다만 미국은 작전 지원을 위한 정보 제공 외에 직접적인 군사 공격에는 참여하지 않을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200명 이상의 미군 정보·군사 분석관이 사우디에 배치돼 사우디 정부를 지원하며 예멘 정부의 목표물 분석·선정을 돕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사우디 정부의 개입이 예멘 정부 군사작전의 핵심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예멘 정부의 기능 상당 부분이 후티를 피해 사우디 수도 리야드에서 작동하고 있으며, 사우디 당국은 예멘 내부의 여러 사안에 대해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 전투는 표면상 예멘 정부와 후티 간 충돌이지만 예멘 정부의 뒤에는 미국과 사우디, 후티의 뒤에는 이란이 있습니다.
그 때문에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과 핵 문제를 둘러싼 미국과 이란의 무력 분쟁이 예멘에서 대리전 형태로 확대됐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NYT는 예멘 정부의 이번 작전이 미국·이스라엘이 이란을 상대로 벌이고 있는 전쟁의 양상을 더 복잡하게 만들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예멘 정부의 대규모 작전 개시에 맞서 후티가 사우디 석유 시설 공격 등 보복 수위를 높이면서 지역 내 분쟁이 한층 더 격화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후티는 이란의 핵심 대리 세력이며 후티의 사우디 위협은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통제, 미국에 대한 협상력 제고에 큰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입니다.
다만 이란은 자국의 지시가 없이 후티가 독립적으로 사우디를 공격하고 예멘 내 세력을 확장하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견지하고 있습니다.
후티는 이날 사우디 수도 리야드와 리야드 남동쪽 150㎞에 위치한 쿠라이스 지역의 석유 시설을 공격했다고 주장했습니다.
후티의 대변인인 야히야 사리 준장은 이날 성명에서 리야드와 쿠라이스에 있는 사우디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의 시설을 향해 탄도미사일과 드론을 발사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다만 공격이 정확히 언제 이뤄졌는지는 밝히지 않았습니다.
사리 준장은 이번 공격이 후티가 장악하고 있는 예멘 수도 사나와 사다 등에 대한 공습에 대응해 이뤄졌다고 말했습니다.
예멘 정부군은 앞서 이날 새벽까지 이어진 사나 공습을 자신들이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예멘은 앞서 북부의 친이란 후티와 사우디의 지원을 받는 남부 정부군이 10여년간 내전을 벌였습니다.
후티는 2014년 예멘 수도 사나를 장악했고, 사우디는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예멘 정부를 지원한다는 명분으로 2015년 군사 개입을 시작했습니다.
2022년 유엔 중재로 휴전이 이뤄졌으나 후티는 올해 7월 휴전 종료를 선언하고 바브엘만데브 해협 지역까지 거점을 확대했습니다.
후티는 이란 전쟁으로 사실상 봉쇄된 호르무즈 해협을 대체할 원유 수송로로 주목받은 홍해의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장악해 국제유가 상승에 직접적인 원인을 제공하기도 했습니다.
최근의 전투 재개로 예멘의 인도주의적 위기도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8월 초 이후 예멘에서 800명 이상이 숨졌고, 세계식량계획(WFP)에 따르면 15만명 이상의 피란민이 발생했습니다.
(사진=AP, 연합뉴스)